꽃을 좋아하는 나는 3월이 되면 문을 꽉 닫고 있던 꽃가게 앞에 저마다 다른 색을 띤 꽃들이 즐비하게 전시돼 눈이 즐겁다. 계절마다 각기 꽃잎을 펴내는 꽃들이 있는 반면 한평생 한 번 꽃을 피우는 식물이 있는데 바로 대나무다.
빛을 좋아하는 대나무는 빛을 향해 하늘 위로 쑥쑥 자란다. 동시에 뿌리는 옆으로 쭉쭉 넓어져서 산사태도 막아 일본에서는 지진이 일어났을 때 대나무 숲에 들어가면 안전하다는 말도 있다.
대나무 숲에 가면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은 추운데도 초록색 빛으로 눈을 즐겁게 해준다. 계절이 바뀌어도 잎의 색깔이 변하지도 않고 잎이 떨어지지도 않는다. 아무리 환경이 바뀌어도 변하지 않고 그 모습 그대로다. 또 대나무 줄기는 공예품으로 이용할 수 있고 뿌리는 죽순으로 봄에 별미로 먹을 수도 있다. 하나라도 버릴 것 없이 우리 생활에 모든 것을 공헌해주는 참 고마운 나무다.
그런데 대나무가 그렇게 키가 커도 쓰러지지 않은 것은 대나무에 마디가 있어서 그렇다고 한다. 그 마디는 성장하면서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원래 가지고 있는 마디가 성장하는 것이다. 대나무의 마디마디가 일제히 커져 성장속도도 매우 빠르다. 그렇게 70년에서 120년 정도 수명을 다하다가 평생에 처음이자 마지막 꽃을 피우고 그 열매를 맺어 죽는다. 대나무 인생은 참으로 사람과 같다. 대나무처럼 변치 않는 모습으로 성장하며 꽃을 피고 열매를 맺어서 마지막을 보내고 싶다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3월은 모든 걸 새롭게 시작하지만 매듭을 만드는 달이기도 하다. 우리들이 원래 가지고 있는 마디들이 잘 성장해서 예쁜 매듭을 지을 수 있도록 다짐하는 3월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요코야마 히데코 리포터 sj0833@segye.com
<세계섹션>세계섹션>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