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스님이 두고 간 이야기(고현 지음·수오서재·1만4800원)= 현대 불교 미술 디자인의 개척자로 불리는 고현 전 조선대 교수가 30여 년간 법정 스님을 뵈며 일기장에 기록해둔 추억들을 되살려 낸 수필집. 저자는 법정 스님과의 크고 작은 일화를 소개하며 스님의 정신과 철학을 생생히 전달한다. 법정 스님은 우리가 무심코 사용하는 ‘자연보호’와 같은 단어 하나하나에도 새로운 해석을 내려 깨달음을 전했다. “자연이 언제 우리게 보호해 달라고 부탁한 일 있습니까? 그것은 인간이 자연에 대한 오만한 태도에서 나오는 소리입니다. 자연은 보호 대상이 아니라 보존하는 것입니다. 앞으로 우리 모임에서만이라도 자연보호가 아니라 ‘자연보존’으로 생각을 바꿔야 합니다.”
불확실한 날들의 철학(나탈리 크납 지음·유영미 옮김·어크로스·1만6000원)=독일 철학자인 저자는 변화가 시작됐으나 결말이 보이지 않아 불안한 과도기를 오히려 ‘창조의 시기’로 규정하고 그 가능성을 탐색한다. 위기와 변화의 순간, 우리는 불안해하고 그 시기가 하루빨리 지나가기만을 바란다. 하지만 그 불확실한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삶이 매우 달라진다는 게 이 책의 중심 내용이다. 책은 위기를 겪어낸 다른 이들의 삶에서 과도기의 의미를 길어올려 과도기에 대한 ‘인식 전환’을 시도한다. 인식 전환을 위한 한 가지 방법으로 자연을 바라보고 자연과 함께하기를 제안한다. 혹독한 겨울을 이겨내고 매년 새롭게 피어나는 꽃을 보면 인생의 어두운 순간에서도 희망을 품을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알수록 정치적인 음식들(킴벌리 A. 위어 지음·문직섭 옮김·레디셋고·1만8000원)=끼니마다 밥상에 오르는 음식 재료는 어디서 생산, 가공돼 우리 식탁까지 오게 됐을까. 정치학 교수인 저자가 세계 음식공급 시스템에 의해 운반되는 음식 재료의 숨겨진 진실과 그 안에 담긴 경제학적 의미를 해석해준다. 음식이 우리가 먹고사는 문제를 뛰어넘어 한 국가의 권력적 수단이 되기도 하고, 세계 경제를 혼란에 빠뜨리는 위기 요소로 작용하기도 하며 국제통화시스템을 바꾸는 데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나무생태도감(윤충원 지음·지오북·3만8000원)=우리 숲에서 자생하는 나무부터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나무까지 모두 91과 700종을 한 권에 담았다. 각 나무의 과명(예시: 물푸레나무과), 국명(미선나무), 학명(Abeliophyllum distichum Nakai)과 학명의 유래, 이명·외국명, 멸종 위기 여부, 생태 사진, 전국분포도, 분포·형태·조림·생태·이용 등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저자인 윤충원 공주대 산림자원학과 교수는 “수목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 입장에서 조금 더 쉬우면서도 구체적인 나무 정보들을 가르칠 수 있는 텍스트, 즉 도감의 필요성을 절감했다”며 책을 펴낸 이유를 설명했다.
벌어야 사는 사람들(정현영 지음·티핑포인트·1만2000원)=남편의 암 치료비 마련을 위해 홈쇼핑 PD직을 버리고 창업에 나서 성공한 40대 여성, 대학 때 장사로 큰돈을 벌었지만 그 돈을 다 날리고 기업에서 새 출발을 준비 중인 회사원, 월급만 모아 5억원을 손에 쥔 평범한 직장인, 적게는 수백억원에서 많게는 수천억원 규모의 투자금을 운영하는 펀드매니저와 기업 인수합병 전문가 등 소위 ‘돈을 좀 만져봤다’는 13명을 만나 ‘돈이란 어떤 의미인가’를 물어보고 그 답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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