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뿔난 청춘’이 행동에 나서면 정치지형을 뒤흔들 수 있음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투표율 상승의 견인차는 2030세대였다. KBS 출구조사를 토대로 살펴보면 이번 총선의 세대별 투표율은 20대가 49.4%, 30대는 49.5%, 40대는 53.4%, 50대는 65.0%, 60대 이상은 70.6%를 기록했다. 이는 19대 총선과 견줘보면 큰 변화다. 19대 총선의 세대별 투표율은 20대 45.0%, 30대 41.8%, 40대 50.3%, 50대 64.6%, 60대 이상 69.7%를 기록했다. 이번 총선에서 20대의 투표율이 4.4%포인트, 30대 투표율이 7.7%포인트 각각 오른 반면 50대와 60대는 각각 0.4%와 0.9% 오르는데 그쳤다.
선거 직전 중앙선관위가 발표한 20대 총선 유권자 대상 ‘투표참여 의향 및 사전투표제도 인지도’에 관한 여론조사도 청년층의 투표율 급등을 예고한 바 있다. 이 조사에서 연령별 선거 관심도를 보면 △19∼29세 63.3% △30대 70.5% △40대 70.6% △50대 73.5% △60대 이상 74.4%였다. 이는 선관위가 같은 질문으로 조사한 19대 총선과 비교해 20대가 가장 큰 폭인 15.1%포인트가 늘었고, 30대가 6.3%포인트로 뒤를 이었다.
이번에 2030세대의 투표율 상승은 역대 최악의 청년실업률과 무관치 않다.
통계청에 따르면 3월 청년(15∼29세)실업률은 11.8%로 같은 달 기준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청년층 실업자는 52만명으로 1년 전 45만5000명에 비해 6만5000명 늘었다. 작년 같은 달(10.7%)보다 1.1%포인트 상승한 것이다. 사상 최고를 기록한 지난달(12.5%)보다는 낮아졌지만 불명예 신기록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청년실업률은 2011년 7.6%에서 2012년 7.5%, 2013년 8.0%, 2014년 9.0%, 2015년 9.2%로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지난해 2월 11.1%로 11%를 넘어서더니 올 2월에는 12%대 벽이 무너졌다. 총선을 앞두고 있던 올 1분기(1∼3월) 누적 청년실업률은 11.3%로 분기 기준 역대 최악의 기록이었다. 지난해 1분기(1∼3월) 10.3%보다 무려 1%포인트나 증가했다.
최근 치러진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비슷한 양상이었다.
당시 주요 방송사 출구조사 등을 보면 2008년 치러진 18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만 19세 투표율은 33.2%였지만 2012년 19대 총선에서는 47.2%로 14%포인트 상승했다. 만 20~24세 투표율은 18대 총선 32.9%에서 19대 총선 45.4%로 12.5%포인트 올랐다. 만 25~29세 투표율은 18대 총선 때 24.2%로 30%도 안 됐지만, 19대 총선에선 37.9%로 13.7%포인트 상승했다. 18대 총선 때 28.1%였던 20대 전체 투표율은 19대 총선 때에는 41.5%로 13.4%포인트 올랐다. 이에 견줘 통계청의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18대 총선을 앞둔 2008년 1,2월의 청년실업률은 각각 7.1%와 7.3%를 기록했다. 19대 총선을 앞둔 2012년 1월과 2월의 청년실업률은 각각 8.0%와 8.3%였다.
통상 공무원 시험과 대기업 공채가 모여있는 1분기 청년실업률은 다른 분기보다 상대적으로 높다. 바꾸어 말하면 청년실업 문제는 4월에 치러지는 국회의원 선거에서 언제든 핵심 의제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여야 모두 이 문제를 진지하게 연구하지 않으면 청년층의 분노에 언제든 전복될 수 있다는 것이 4·13총선의 교훈이다.
세종=이천종 기자 sky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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