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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열의마음건강] 가상현실의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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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4-17 22:10:40 수정 : 2016-06-16 08:3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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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초적 성인물 확산 등 역기능 우려
중독 안되게 자아 기르는 교육 필요
요즘 주위에서 “사는 재미가 없다”는 말이 많이 들린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세계 36개 선진국을 대상으로 삶의 질 수준을 ‘행복지수’로 환산한 결과, 우리나라는 하위권인 27위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결과는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연간 평균 근로시간이 OECD 국가 중 최장시간(2193시간)을 기록해 일 중심적인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 행복한 삶을 위해서는 일과 여가의 균형이 필요하고, 다양한 여가활동 기회를 갖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현실이 재미없거나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없으면 사람들은 비현실의 세계 속에서 재미를 찾고 원하는 것을 얻으려 한다. 서로 마음을 열고 신체적인 즐거움을 나눌 수 있는 이성친구를 절실히 원하지만 현실에서 그런 이성을 구할 수 없는 사람은 게임 속에서 상대를 구하거나 공상을 통해 즐거움을 간접적으로 맛보며 외로움을 달래기도 한다. 이처럼 현실에서 얻을 수 없는 즐거움을 비현실의 세계 속에서나마 얻으려 하는 것은 인간의 기본 심성인 인지상정(人之常情)이다. 하지만 게임에 빠지거나 공상을 통해 일시적인 만족을 얻을 수는 있지만 이는 해결책은 아니다. 왜냐하면 공상 그 자체는 현실 속에서 그 공상이 이루어지게 도움을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공상하는 것보다 더 현실적이고 생생하게 느껴지는 가상현실의 세계는 우리 삶에 아주 빨리, 그리고 깊숙이 들어올 것으로 예상된다. 가상현실은 동전의 양면처럼 순기능 못지않게 역기능을 할 수도 있다. 많은 전문가가 예상하듯이 가상현실은 영상 분야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할 분야이다. 그리고 가상현실의 내용 중에서 가장 각광을 받을 것으로는 아마도 ‘성인물’일 것이다. 한 전문가의 말처럼 “연애와 결혼을 포기한 ‘N포 세대’에겐 사랑의 욕구를 채워줄 저렴한 도구”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런 가상현실이 현실의 삶에 미칠 영향이다. 그렇지 않아도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쉽게 빠지는 것이 공상의 세계이다. 그런데 이 공상의 세계가 진짜 현실의 세계를 능가할 만한 현실성을 가지고 다가온다면 이 비현실의 세계에 빠질 사람들은 가히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을 수 있다. 왜냐하면 마치 만화가 실제 모습보다 더 자극적으로 과장해서 묘사할 수 있는 것처럼 가상현실은 실제 현실보다 더 말초적인 즐거움을 자극할 수 있도록 현실을 과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상현실이 막을 수 없는 추세라면 그것에 중독되지 않도록 교육해야 한다. 그래서 필요한 만큼만 즐기고 곧 현실의 세계와 직면할 수 있는 자아의 힘을 키우는 교육이 절실히 필요하다. 자아는 욕구를 양심의 인도에 따라 현실적으로 합리적으로 해결하는 능력이다. 자아는 옳고 그름을 가르치는 도덕 교육이나 윤리 교육처럼 책으로 가르칠 수 있는 지식이 아니다. 자아는 ‘시행착오’를 통한 경험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능력의 영역이다. 이 힘을 키우기 위해서는 욕구를 제어하면서 현실적으로 만족을 얻을 수단을 찾을 수 있는 삶의 지혜를 얻는 훈련이 필요하다. 우리의 삶은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을 채 키우기도 전에 너무 빨리 변하고 있다.

한성열 고려대 교수·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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