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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시 ‘서울대 보고서’ 유리한 것만 짜깁기

입력 : 2016-04-24 19:04:36 수정 : 2016-04-24 21:4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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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에 제출 정황… 수사 본격화
불리한 KCL 보고서 수령 거부
피해자와 가족모임 임시총회
불매운동·집단손배소 등 결의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부장검사)은 24일 최대 가해자로 지목된 영국계 다국적기업 옥시레킷벤키저(옥시)가 외부 기관에 의뢰해 받은 유해성 실험 결과 보고서 중에서 자기한테 유리한 부분만 발췌한 ‘짜깁기’ 보고서를 만들어 검찰에 제출한 정황을 포착했다.

검찰에 따르면 옥시는 2011년 서울대 수의대 C교수 연구팀에 살균제의 원료 물질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디닌(PHMG) 저농도 실험을,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KCL)에는 PHMG 고농도 실험을 각각 의뢰했다. C교수팀이 먼저 ‘임신한 쥐 15마리 중 13마리의 새끼가 죽었다’는 내용의 생식독성 실험 결과를 옥시 측에 알렸다. 옥시는 C교수팀에 생식독성 실험과 흡입독성 실험 보고서를 따로 만들어줄 것을 주문했다.

24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 의대 강당에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가족 모임 주최로 열린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임시총회 및 살인기업 규탄대회’에서 피해자 가족이 가해 기업의 사과와 정부의 후속조치, 국회의 특별법 제정 등을 촉구하고 있다.
하상윤 기자
옥시는 올 1월 검찰 수사가 본격화하자 흡입독성 실험 보고서 중 유리한 부분만 발췌해 검찰에 냈다. 옥시는 C교수팀에 연구용역비 2억5000만원을 지급한 것과 별개로 C교수 개인계좌에 수천만원을 입금했다. 이후 옥시는 자기한테 불리한 내용의 KCL 보고서는 아예 수령조차 거부하고 연구용역비 3억원 중 잔금 1억원의 지급도 취소했다.

본격적으로 과실 책임 소재를 가리는 단계에 들어선 검찰은 이번주부터 살균제 제조 부문 관계자들을 피의자로 불러 조사한다. 특히 2001년 가습기 살균제 출시 당시 대표이사였던 신현우(68)씨를 집중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신씨 등 옥시 전·현직 임원 20여명을 형사처벌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또 옥시 영국 본사도 어떤 식으로든 부정행위에 관여했다는 잠정 결론을 내리고 본사 임직원을 어떤 식으로 조사할 것인지 등 검토에 착수했다.

한편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가족모임 등은 이날 서울대 의대에서 임시총회를 열고 집단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고 옥시 등 가해기업 제품 불매운동과 피해자 모임 법인화를 추진하기로 결의했다. 또 가해기업의 사과와 정부 후속조치, 국회 청문회와 특별법 제정 등을 요구했다. 아울러 옥시를 포함한 다국적기업과 국내 기업, 기업들을 변호한 김앤장, 환경부, 안전성 시험에 참여한 대학교수를 ‘가습기 살균제 참사 오적(五賊)’으로 지목했다.

이들은 옥시·롯데마트 등이 사과 입장을 밝힌 데 대해 “피해자에 대한 사과가 아니라 검찰 수사를 앞두고 ’봐달라’고 검찰에 사과한 것일 뿐”이라며 “피해자에게 사전에 단 한 마디 연락도 하지 않는 등 진정성이 담기지 않았다”고 평가절하했다.

김태훈·김승환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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