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한성열의마음건강] 마음의 샘, 자긍심의 힘

관련이슈 한성열의 마음건강

입력 : 2016-05-15 18:14:52 수정 : 2016-06-16 08:00:03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힘내라 격려 전 자긍심 유무 살펴야
심리적 ‘힘’ 키워주는 게 진정한 도움
오랜만에 탄 지하철에서 눈에 띄는 구호를 발견했다. “힘내라는 말 대신 힘을 주세요.” 청년들이 오죽 힘들었으면 이런 구호가 지하철에 붙어있을까 생각하니 새삼 안쓰럽다. 그리고 기성세대의 한 사람으로 미안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요즘 힘든 것이 비단 청년들뿐만은 아닌 것 같다. 언론 등을 통해 전파되는 소식은 연령을 불문하고 모두 다 살기 힘들다는 내용뿐이다. 며칠 굶어 기운이 없는 사람에게는 힘내라는 말보다 밥 한 숟가락 주는 것이 훨씬 도움이 될 터이다. 이처럼 실질적인 도움이 절실한 상황에서 우리는 단지 말로만 도움을 주려 한다. 물론 진심어린 격려와 위안의 말이 큰 힘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배고픈 사람에게는 밥 한 숟가락이 더 절실한 것처럼 현실적인 대책이 필요한 것은 말할 나위가 없다.

하지만 배불리 밥을 먹기만 하면 자동적으로 힘이 솟구치는 것은 아니다. 배가 불러서 의기소침하고 의욕도 생기지 않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럴 경우에는 심리적으로 허기진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만성기아에 시달리는 사람이 아무리 먹어도 허기가 가시지 않는 것처럼 심리적 허기를 느끼는데 힘내라고 옆에서 기운을 북돋워 줘도 별로 효과가 없다.

심리적 허기를 채울 수 있는 것은 자긍심이다. 자긍심은 문자 그대로 자신을 자랑스러워하고 귀하게 여기는 감정이다. 이 감정을 강하게 가지고 있는 사람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긍정적으로 사태를 바라보며 고난을 극복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자긍심이 없거나 낮은 사람은 ‘밑 빠진 독’에 비유할 수 있다. 밑 빠진 독에는 아무리 물을 부어도 결국 얼마 지나면 독이 비게 돼 있다. 독에 물을 채우기 위해서는 물을 붓기 전에 먼저 구멍을 때워야 한다. 그래야 외부에서 부은 물이 독에 고이게 된다.

마찬가지로 마음에 자긍심이 있어야 부족한 부분은 외부에서 오는 위로와 격려로 채울 수 있다. 힘내라고 격려하기 전에 그 격려가 효과적일 수 있는 최소한의 자긍심이 있는지를 먼저 살펴야 한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라는 말이 있듯, 자긍심이 없다면 먼저 자긍심을 키워주어야 한다.

자긍심은 학교에서 배우는 지식이나 격려나 위로의 말로 키워지는 것이 아니다. 감정의 영역은 지식의 영역과 달리 배워서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경험을 통해 얻어지는 것이다. 자긍심을 가지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주체적 존재라는 것을 느껴야 한다. 그리고 성공의 경험을 반복적으로 해야 한다. 만약 간헐적인 성공을 한다면 자긍심이 높아지기보다 운이 좋았다고 느끼게 된다. 반복적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과제의 난이도를 스스로 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자긍심이 높아지면 샘물과 같은 삶을 살 수 있다. 물을 많이 사용해 메마른 것처럼 보일지라도 다시 채워지는 샘물처럼 외부의 위로나 격려 없이도 스스로 이겨 낼 수 있는 삶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어려움을 당할 때 외부의 도움이 필요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스스로 이겨 낼 수 있도록 심리적 힘을 키워주는 것이 진정으로 도움을 주는 것이다. 외부에서 주어지는 힘뿐만 아니라 내부에서 끊임없이 공급되는 힘이 있을 때 역경을 이겨나갈 수 있다.

한성열 고려대 교수·심리학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민 '우아하게'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