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세계일보가 전날 환경부로부터 판매금지 처분을 받은 이탈리아 ‘페니체’의 가죽 세정제 ‘레더클린&리뉴(에이스마케팅 수입)’ 등 7개 제품을 조사한 결과 대부분이 온라인에서 아무런 조치 없이 판매되고 있었다.
이탈리아 업체 ‘파렌’의 배수관 세정제 ‘멜트(비엔에스월드링크 수입)’는 국내 한 생활용품 구매대행 사이트에서 6만8000원에 팔리고 있었다. 이 제품은 염산과 황산 함유량이 기준치의 7배를 넘어 유통이 금지됐다.
미국 업체 ‘파커&베일리’의 가구 세정제 ‘퍼니쳐크림(네오제퍼 〃)’도 국내 한 공구전문 사이트에서 1만4500원에 거래되고 있었다. 포름알데히드 함유 기준을 2배 초과한 ‘레더클린&리뉴’도 국내 온라인 생활용품 사이트 판매 목록에 올라 있다.
자가검사번호를 허위로 표시해 회수 권고가 내려진 ‘포포베코리아’의 ‘포포베 피규어 방향제’도 여전히 사이트에 등재돼 있었다.
환경부가 17일 인체 유해물질이 함유된 탈취제 등 7개 제품에 대해 시중 유통 금지 및 퇴출 명령을 내린 가운데 정부세종청사의 브리핑룸에 ‘회수명령’ 대상으로 분류된 제품들이 진열돼 있다. 세종=연합뉴스 |
문제는 정부가 판매금지를 하더라도 소비자가 해외 사이트에서 직접 주문할 경우 이를 막을 장치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이번 발표에서 환경부가 수입제품의 원제조사 이름을 제대로 공개하지 않아 소비자의 혼란을 더욱 가중시킨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페니체, 파커&베일리, 파렌 등 이번에 판매금지된 제품들은 모두 국내외 유명 제품이지만 환경부가 일부 제조·판매사의 이름을 빼고 자료를 공개해 소비자들은 판매금지된 제품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 국내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제작된 에어컨 살균탈취제는 국내 유명회사인 ‘카렉스’가 판매했지만 직원 40명의 중소기업 제조사 이름만 공개됐다.
환경부는 이번에 조사한 331개 제품 중 문제가 없다고 판정된 나머지 제품명을 공개해 달라는 요구도 거부하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업체에 정식 통보를 하지 않고 시장에서 직접 구입해 실험했다”며 “업체들이 실험 여부조차 모르는 상황에서 이를 다 공개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구매대행을 통해 수입되는 부분은 앞으로 대책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소비자로서는 어떤 제품이 안전한지를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부실한 정보 공개가 오히려 혼란만 일으킨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2011년 8월 가습기 살균제 첫 역학조사 발표 때도 제품명을 전혀 공개하지 않다가 시민사회의 꾸준한 문제 제기 끝에 몇 달이 지나서야 제품명이 공개됐다”며 “소비자들의 알권리 차원에서 모든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병욱 기자 brightw@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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