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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아직 초보단계… 한국, 미래 걸어야”

입력 : 2016-05-23 18:33:33 수정 : 2016-05-23 20:3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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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AI 전문가’ 스튜어트 러셀 UC버클리대 교수
“현재 인공지능(AI) 수준은 여전히 ‘초원(Grass)’ 단계입니다. 인간이 갖게 된 지능을 AI가 가지려면 ‘획기적인 발전’이 몇 차례 더 있어야만 합니다. 이 획기적인 발전이 과연 얼마 만에 일어날지는 미지수죠.” 세계적인 AI 전문가 스튜어트 러셀(Stuart Russell) UC버클리대학 교수는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현재의 AI 수준을 등산에 비유하며 이같이 대답했다. 이제 겨우 시작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러셀 교수는 ‘한국이 AI에 미래를 걸어야 하느냐’고 물자 환하게 웃으며 “예”라고 답한 뒤 “한국이 AI와 같은 최첨단 기술을 갖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SBS 주최의 SDF(서울디지털포럼) 참석차 방한한 러셀 교수와의 인터뷰는 지난 19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이뤄졌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구글의 AI ‘알파고’와 이세돌 프로기사의 대결로 AI가 관심을 모았는데, 현재 AI의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굉장히 급속도로 발전 중인 건 사실이다. 훨씬 수학적이고 정교해졌고, 산업계에서 투자하는 비용도 엄청나다. 하지만 등산으로 비유하자면 현재 AI 수준은 여전히 초원 단계이다. 현재 개발된 AI 기술은 훌륭하지만 특정 분야 안에서 많은 일을 해냈다. 하지만 인간은 (분야에 관계 없이) 거의 모든 일을 할 수 있다. 인간의 이 능력은 수천년에 걸쳐 습득한 결과물이다. 인간의 이런 지능을 AI가 가지려면 ‘획기적인 발전’이 몇 차례 더 있어야만 한다. 모든 엄청난 진보가 있더라도 최소 10년은 걸릴 것이다.”

인공지능(AI) 전문가인 스튜어트 러셀 UC버클리대학 교수는 19일 서울 동대문디지털플라자에서 AI는 아직 초원 단계라며 한국의 미래를 여기에 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AI의 끝은 행복일까, 재앙일까.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 이 기술이 발전하는 것 자체를 막기는 힘들 거다. (AI 기술은) 너무 많은 활용도가 있고 경제적 가치도 엄청나니까. ‘너무 위험할지 모르니 여기서 멈춰야 해’라며 막을 수 있는 게 아니다. 하지만 악한 의도를 가진 사람이 악한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한편에선 ‘언제든 전원을 꺼버리면 그만이잖아?’ 수준의 이야기도 나온다. 하지만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기계가 인간보다 똑똑해지면 전원을 끄는 것조차 쉽지 않을 수 있어서다. 그렇기 때문에 더 나은 통제 방식은 필요하다. AI 디자인에 엄격한 규정을 적용해야 한다. 누군가 특정 명령을 하면 AI가 ‘안 됩니다. 그건 법에 위반되고 많은 사람에게 피해를 줄 겁니다’라고 거절할 수 있도록 말이다. 원자력 발전을 예로 들면 핵무기 등에 악용될 수 있어 무수한 사람들이 악용 여부를 감시하도록 시스템을 만들었다.”

―공상과학(SF) 영화 등에선 인간의 통제를 거부하는 AI가 등장한다.

“SF 작품 속에서는 갑자기 어떤 마술 같은 상황이 벌어져 로봇이 깨어나 의식을 갖게 되는데, ‘의식을 갖는다’는 건 물론 ‘인류를 증오하게 된다’는 뜻이다.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다만 로봇은 우리가 시키는 일을 잘하는 존재인데, 우리가 잘못된 걸 요청했을 때 문제가 된다. 그런 측면에서 로봇이 노(No)라고 할 수 있다면 이건 지극히 정상적이다.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로봇이 자살하려는 장면이 있는데, 그건 인간을 구하기 위해서다. 로봇은 ‘인간을 돕기 위해 설계된 시스템’이고, 그게 로봇의 유일한 목적이다. 한 가지 더 이야기하자면, 우리가 ‘로봇은 사람이 아니다’는 걸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 로봇을 사람처럼 보이게 만들어선 안 된다. 로봇에 대해 잘못된 인식을 갖게 된다.”

그는 인터뷰에 앞서 기자회견에서도 “‘인류보다 똑똑한 AI를 개발하는 데 성공한다면 어떻게 될까’에 대해 먼저 답하지 않고 개발하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람들을 화성으로 이주시키는 데 큰 규모의 투자를 한다고 했을 때 무엇을 먹고 살고 어떻게 살지 생각하지 않고 가면 문제가 발생한다”고 예시했다.

―AI에 대한 학계나 지구 사회의 논의 상황은.

“좋은 질문이다. AI에 대한 논의는 적어도 10년 전부터 AI 분야 이외의 곳에서 시작됐다. 다만 AI 분야에 특별히 영향을 주진 못했다. 최근 변화가 일어난 한 가지 이유는 사람들이 AI의 미래가 어떨지 더 많이 생각하기 시작해서다. 미국 연방정부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백악관도 AI의 미래를 연구하고 AI를 어떻게 통제할지 법률적 관점 등을 살펴보는 워크숍을 열고 있다.”

―한국이 AI에 미래를 걸어야 하는가.

“물론이다. 한국은 지금까지 기술적 발전에서 많은 성과를 이루었다. 이런 기술적 발전에 AI가 주요소가 될 거라 생각한다. 한국이 AI와 같은 최첨단 기술을 갖는 건 매우 중요하다. 한국에는 뛰어난 AI 인재들도 있고 AI 발전 가능성이 매우 크다.”

―AI와 관련한 학문적 여정을 소개해 달라.

“AI를 처음 접한 건 고교 시절 체스 프로그램을 만들었을 때다. 컴퓨터가 뭘 원하는지 알게 되면서 컴퓨터를 좀 더 똑똑하게 만들고 싶었다. 하지만 이걸 직업으로 삼게 되리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이 분야는 학위 같은 게 없었으니까. AI나 프로그래밍을 취미로 삼고 물리학자가 됐는데, 학자가 되고 보니 동료들이 자신의 미래를 낙관하지 않더라. 그런 이유로 학문적 방향을 AI 쪽으로 틀게 됐다.”

김용출·정지혜 기자 kimgij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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