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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이후의 삶] 홀로 싸우는 사람들 / 암에 걸린 게 잘못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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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에 걸린 게 잘못인가요?

대다수 암 환자는 암 진단과 동시에 학업이나 직장생활을 중단한다. 치료에 전념해 건강을 되찾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날을 꿈꾸며 삶의 ‘일시정지’ 버튼을 누르는 것이다. 

그러나 이후 ‘재생’ 버튼을 누르는 게 녹록지가 않아 좌절할 때가 많다. 우리 사회 제도와 분위기가 ‘암 생존자’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데 인색한 반면에 편견은 차고 넘치는 탓이 크다. 

이혜영(26·여)씨는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2년간 근육암 치료를 받은 뒤에도 재활과 후유증 치료에만 6년을 더 보냈다. 청소년기 내내 암과 사투를 벌여 이겨낸 것이다. 이 때문인지 그 누구보다 삶에 대한 애착이 강한 그는 사회의 ‘당당한’ 일원으로 세상에 나가고 싶었다. 그러나 암 생존자들에게 가혹하리만치 거대한 현실의 장벽 앞에 자꾸 초라해지는 기분이 들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입사 지원서의 자기소개서를 보면 학창 시절이나 삶의 전환점을 묻는 항목이 있잖아요. 나에겐 암 발병과 투병생활 자체가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버린 사건인데 꼭꼭 감출 수밖에 없어요. 회사로서는 건강한 지원자도 많은데 굳이 암에 걸린 사람을 뽑을 리가 없잖아요.”

그는 “최종 면접까지 갔다가 암 병력이 알려져 떨어진 사람들을 많이 봤다”며 “우리 사회는 암에 걸린 게 잘못한 일도 아닌데 투병 사실을 숨기게끔 만드는 분위기”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취재팀이 최근 온라인 설문조사 업체 두잇서베이와 취업정보 사이트 인크루트에 의뢰해 직장인 573명을 대상으로 ‘암 치료를 마치고 직장에 취업·복귀한 사람의 근로 능력’에 대한 의견을 물은 결과 10명 중 6명(59.5%)이 ‘일반인보다 떨어질 것’이라고 답하는 등 ‘막연한 편견’이 상당했다.

이같이 응답한 이유로는 ‘체력이 약해 근로시간을 채우기 어려울 것 같아서’가 46.2%로 가장 많았다. 이어 △조퇴·연차 등의 사용이 잦을 것 같아서(26.7%) △집중력·기억력 감퇴 등의 문제가 있을 것 같아서(22.8%) △동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할 것 같아서(4.3%) 등의 순이었다.

‘암에 걸린 직장 동료의 휴직기간은 어느 정도가 적당한가’라는 질문엔 ‘정해진 병가만큼 쉬고 직장에 복귀해야 한다’(34.5%)와 ‘본인이 원할 때까지 휴직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달갑지 않다’(30.1%)는 응답률이 64.6% 달해 동료의 암 치료로 생길 업무공백에 상당수가 부담스러워했다.

‘암에 걸리면 학업·직장생활을 중단해야 한다’는 인식에 대해서는 암 치료와 학업·직장생활을 병행하기 힘든 현실을 반영하듯 50.1%가 동의했다. 다만 응답자의 대다수가 암 생존자의 사회 복귀를 지원하는 제도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을 표시했다.

‘암 치료로 장애·후유증이 생긴 사람이 (향후) 취업할 때 혜택을 줘야 한다고 생각하는가’란 물음에 ‘필요하다’는 응답률이 83.1%로 ‘필요하지 않다’(8.6%)를 압도한 것이다. 암 생존자를 포함해 중증질환을 극복한 당사자와 가족에게만 지나친 부담을 지운 채 홀로서기를 강요해선 안 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특별기획취재팀: 윤지로·김유나·이창수 기자

※실명 사용과 사진 촬영을 허락한 김민우씨를 제외한 나머지 환자의 이름은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가명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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