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문가가 봐도 비슷한 새 국가 브랜드. |
문제는 표절 여부를 떠나 ‘크리에이티브 코리아’ 자체가 모호하고 독창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크리에이티브’는 포괄적인 말이다. 한국의 정수를 뽑았다는 공감이 크게 가지 않는다. ‘크리에이티브 코리아’가 발표되자 누리꾼 사이에 어리둥절한 물음표가 인 것도 이 때문이다. ‘내 것’이라는 확신이 안 드니 표절 시비 앞에 무력해질 수밖에 없다.
문체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해부터 새로운 국가브랜드를 위해 공을 들였다. 국민을 대상으로 아이디어를 공모하고 온·오프라인에서 백만건 이상의 키워드를 모았다. 이를 바탕으로 ‘열정’ ‘화합’ ‘창의’라는 핵심 가치를 도출했다. 모두 ‘아래로부터 모아진 국가브랜드’를 만들겠다는 노력이었다. 국가브랜드 사업을 위해 지난해 예산 30억원을 배정해 28억5000만원을 집행했고, 올해는 30억원 예산 중 7억원을 썼다. 지금까지 35억5000만원이 들어갔다. 정성은 가상했지만 결과는 평이했다.
물론 국가브랜드는 기업 광고가 아니다. 무조건 톡톡 튀고 기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한번 들으면 기억할만큼 쉬우면서도 그 나라의 핵심을 응축했구나 싶을 정도의 재치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크리에이티브 코리아’ 논란을 보며 역설적으로 특별히 창의적일 것 없는 한국의 현주소를 확인해 입맛이 씁쓸하다.
20년 사이에 국가브랜드가 휙휙 바뀌는 것도 유감스럽다. ‘다이내믹 코리아’가 처음 나온 건 2001년이었다. 슬로건으로 출발했지만 국가브랜드처럼 쓰여졌다. 급격하게 변화하고 에너지 넘치는 한국을 담은 구호로 호평 받았다. 이 슬로건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2009년부터 거의 쓰이지 않았다. 국가브랜드위원회가 새로 만들어졌지만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고 그 사이 ‘코리아 비 인스파이어드’ ‘이매진 유어 코리아’ 등의 관광브랜드만 자리를 지켰다. ‘크리에이티브 코리아’ 역시 현 정부의 임기가 끝나면 폐기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수십년 공들여 홍보해야 할 국가브랜드가 정권의 입맛따라 바뀌는 일이 더는 없기만을 바랄 뿐이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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