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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원칼럼] 핵에는 입 다문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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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9-05 20:42:43 수정 : 2016-09-05 20:4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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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핵탄두·SLBM에
사드·핵잠 공론만 들끓는 나라
힘없어 당한 참화 역사 잊었나
핵 대응 본말 똑바로 봐야
모든 방패를 뚫는 창과 모든 창을 막는 방패. 모순(矛盾)이다. ‘한비자’에 나오는 이 말은 전국시대 초나라 고사에서 비롯된다. 초는 강했다. 춘추오패, 전국칠웅 중 한 곳이다. 철기가 보급된 전국시대. 철제 무기가 등장했기 때문일까, 전쟁은 그칠 날이 없었다. 강한 창칼, 견고한 방패는 시대의 화두이지 않았을까. 모순은 철기의 유산이다.

역사는 어떻게 변했을까. 느슨한 봉건지배체제는 무너지고, 강력한 전제 군주가 등장한다. 진시황제는 이때 등장했다. 무기는 역사를 바꾸었다.

강호원 논설위원
총포의 등장은 역사의 또 하나 변곡점을 이룬다. 임진왜란 때 어육 신세로 변한 조선의 백성. 새로운 전쟁 도구인 총을 가지지 못했다. 총포는 세계사를 바꿨다. 제국주의 시대가 열린다. 백년의 고통이 식민지를 뒤덮었다. 일제 침략에 518년 만에 사직의 문을 닫은 조선. 조선이 망한 이유 중 하나도 총포 개발에 눈을 뜨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

변곡점은 또 있다. 절대병기(Ultimate weapon)가 등장했다. 이 말은 미·소 군비 경쟁이 한창이던 1950년대에 나왔다. 냉전의 유산이다. 절대병기는 핵무기를 이른다. 그 말이 나온 지 60년이 지났다. 절대병기는 바뀌었을까. 그대로다. 더 날카로운 창칼을 만들고, 더 견고한 방패 만들기 경쟁이 벌어지고 있을 따름이다. ‘모순의 싸움’은 뜨겁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절대방패일까.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다탄두탄도미사일(MIRV), 스텔스기가 쏟아져 나오는 마당에 절대방패는 존재하기 힘들다.

한비자가 살아난다면 2200년 전과 똑같은 모순의 싸움을 무어라 평할까. ‘평화의 깨우침’을 얻을 법한데도 싸움판은 사라지지 않으니 “법, 술, 세로 세상을 다스려야 한다는 내 말은 틀리지 않았다”고 할까.

모순의 싸움이 가장 치열한 곳은 한반도다. 핵무장에 목을 맨 북한. 네 차례 핵실험에 이어 SLBM까지 개발했다. 이제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EEZ)에도 탄도미사일을 마구 쏜다. 위험하니 피하라는 경고 한마디 없다. 하기야 무서울 것이 있겠는가. 지금쯤 김정은은 무슨 생각을 할까. “이제 판이 바뀌었다.” “누가 감히 나를 건드리겠느냐.” 핵탄두와 SLBM. 분명 ‘게임 체인저’다.

역사는 어떻게 바뀔까. 흥망성쇠를 점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변화의 방향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동북아 5개국. 세 곳은 핵으로 무장했다. 핵무장하지 않은 곳은 한국 일본뿐이다. 일본은 어떻게 변할까. 일본은 핵 대국이다. 롯카쇼무라 핵 재처리시설에서는 매년 8t의 플루토늄을 생산하고, 일본 내 9개 섬과 해외에 40t이 넘는 플루토늄을 비축하고 있다. ‘전쟁할 수 있는 나라’를 외치는 아베 신조 총리. “일본은 핵을 개발하지 않는다”고 한 적이 없다. 중국과 일전을 벼르고, 북한의 핵 공격 위협까지 받는다. 일본열도의 비핵화?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쯤으로 여기지 않을까. 동북아는 이미 핵무장 단계에 들어섰다.

사드 배치를 두고 진흙탕 싸움을 하는 우리나라. 어찌 봐야 하나. 사드 논란도 하루아침에 ‘웃긴 논란’으로 변해 버렸다. 북한의 SLBM 때문이다. 이제 “막겠다고 해 봐야 소용없으니 배치하지 말자”고 해야 하는가. 핵잠수함 건조론이 나온다. 3000~4000t급 핵잠수함을 만들어 북한의 잠수함을 감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대체 몇 대를 만들어야 그 넓은 바닷속 북한 잠수함을 모두 추적할 수 있겠는가. 미봉의 소리다.

핵을 막을 방패는 핵이 아닌가. 삼척동자도 알 만한 일이다. 본(本)에는 입을 다물고 말(末)만 말하며, 창을 만들 생각은 않고 방패 탓만 하니 공론(空論)만 무성하다. 핵무장을 말하지 못하는 데에는 이런저런 이유가 있다. 그중 하나, “미국과 주변 열강이 반대하는데 무슨 핵이냐.” 그것은 넘어야 할 과제이지, 만들지 말아야 할 이유는 아니다. 하기야 핵개발은 공론화할 일도 아니다. 중·일에 휘둘리고, 북한에 휘둘리는 대한민국. 힘없어 당한 참화의 역사는 새기고 있는 걸까. “평화를 사랑했기에 우리는 아들딸을 지킬 창칼을 만들지 않았다.” 이리저리 치일 아들딸에게 이런 말이나 해야 할까.

강호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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