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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포럼] 유엔총장의 대권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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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9-22 00:31:17 수정 : 2016-09-22 00:4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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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위기 둘러싼 강대국 갈등
반 총장 중재 역할 기대감 커
국제사회선 리더십 부족 비판
국내 지지기반 취약도 한계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목표지향적이고 전략적이다. 우유부단해 보이는 성격 때문에 뭘 잘했는지 헷갈리게 하기도 한다. 김대중정부 때 외교통상부 차관을 하다가 2001년 한·러 정상회담 공동성명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난 바 있다. 미국의 국가미사일방어(NMD)체계 반대 의미로 읽힐 수 있는 표현이 포함된 데 대한 문책이었다. 한승수 외교통상부 장관이 유엔총회 의장이 되자 비서실장으로 임명돼 오뚝이처럼 되살아났다. 유엔 주재 외교관들과 두터운 친분을 쌓았는데 이때 인연이 유엔 선거 때 표로 연결됐다.

노무현 대통령의 적극적인 후원 아래 그는 유엔 사무총장 경선에 뛰어들었다.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유엔 리더가 되겠다는 분이 북한 인권에 대해 한마디도 지적하지 않았다면서 딴지를 걸었다. 이튿날 워싱턴타임스는 1면 톱으로 반기문 인터뷰를 실었다. 북한 인권 문제를 지적하는 내용이었다. 이를 본 미 국무부는 반기문 지지로 돌아섰다. 목표를 향해 달려드는 그의 성향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한용걸 논설위원
한국 출신 유엔 사무총장을 취재하러 일부 언론이 뉴욕에 특파원까지 배치하면서 다가섰지만 그는 거리를 두었다. 2009년 세계일보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선후보 1위로 나왔기에 인터뷰를 요청했다. 그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며 거절했다. 그러다가 시간이 지나 김이 빠진 뒤 인터뷰를 수용했다.

지난 총선 때 청와대에서 선거에 지더라도 괜찮다는 말이 나왔다. 새누리당이 총선에서 낙승했다면 김무성 전 대표는 날개를 달았고, 반 총장 앞에는 높은 진입 장벽이 쳐졌을 것이다. 청와대에서 대표(김무성) 지지율이 당 지지율보다 낮은 것은 문제 아니냐는 말이 나왔을 때 수상했다. 판이 짜이는 중이었다. 반 총장이 지리적으로 저 멀리 있으니 턱밑에서 대통령을 흔드는 레임덕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것까지 고려했을 법하다.

추석 연휴 때 미국을 방문한 국회의장 일행은 반 총장을 국내 정치에 끌어들였다. 이때 전달된 김종필의 메시지는 결집 신호가 됐다. “혼신의 힘을 다해 돕겠다.” 메신저는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였다. 충청포럼 회장인 윤상현 의원도 숫가락을 얹고 있다. 충청 인사들은 지역표가 쪼개지는 것을 염려해 안희정 충남지사를 주저앉히려는 시도를 했다고 한다. 반 총장은 ‘친박에 업혀갈 바보가 아니다’고 할 정도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지난 5월 제주에서 “국가 통합을 위해 모든 것을 버리겠다는 지도자가 나와야 한다”고 할 때 정치참여 의지를 보인 것이다. 당시 외교부의 한 인사는 “출마 결심이 51%를 넘은 것으로 느꼈다”고 말했다.

유엔에서 일하는 인사들은 그를 장어에 비유한다. 손해 보는 짓을 하지 않기 때문에 붙여진 별명이다. 한국에서도 그런 지적을 피할 수 없었다. 권양숙 여사가 ‘반 총장은 우리가 만들었는데 알은체를 안 한다’고 했다는 말이 나돌았다. 노 전 대통령 기일 때 참모들과 나눈 대화였다. 반 총장은 노 전 대통령이 서거했을 때 친노 측의 영상메시지 요청을 거절했을 뿐만 아니라 2년 반 동안 봉하마을 근처에도 가지 않았다. 노무현정부 인사들이 거부감을 갖게 된 배경이다. 이명박정부가 노 전 대통령과 각을 세웠던 시기였으니 눈치를 봤던 것이다.

그의 최대 약점은 직접 커뮤니케이션 능력 부족이다. 공개적 커뮤니케이션을 피하다 보니 받게 된 국제 미디어의 평가이다. 정치인으로서는 치명적인 결점이 되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지 관건이다. 또한 국제사회가 내린 그에 대한 평가가 아직 국내에 알려지지 않았다. 선거전이 격화되면 시리아 내전 등에서 보인 그의 무기력한 리더십이 알려질 것이고, 젊은층의 우상이 된 그의 실체가 드러날 경우 버텨낼 수 있을지가 또 다른 시험대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로 한반도를 둘러싼 강대국들의 제공권 장악 싸움이 치열해질수록 국제사회는 민족주의적 행동과 발언을 멀리하고 있는 반 총장에게 시선을 고정시킬 것이다. 중국에 호의적이고 미국에 지인이 많은 그가 조정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국내 정치적 지지기반이 없어 취약한 그가 어떻게 극복할지 주목된다.

한용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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