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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형의 미래학 향연] 100년 후 한반도에 살고 있을 인간의 미래는?

입력 : 2016-09-29 21:51:10 수정 : 2016-09-29 21:5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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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22세기 인간의 삶과 사회 / AI로봇·배아복제… ‘21세기 인본주의’ 도전 직면
포스트휴먼이란 말이 유행하고 있다.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은 2006년에 ‘특이점이 온다’라는 책에서 2045년이 되면 인간의 지능을 능가하는 기계가 출현하게 될 것이라 말했다.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자신의 저서 ‘사피엔스’(2011년)과 ‘호모데우스’(2015)에서 호모사피엔스의 종말이 오고 현생 인류와 다른 인류가 지구에 살고 있을 것이라 말하고 있다. 그러면 100년 후 한반도에 살고 있을 인간의 미래는 어떨지 미래학적인 방법론에 입각해 체계적으로 예측해 보자. 미래를 예측할 때는 우선 미래에 영향을 주는 핵심동인을 찾으며 미래를 조망해봐야 한다.

‘미래변화 7대 요소’인 STEPPER에 비춰 핵심동인을 찾으면 된다. 이것은 7대 요소의 영어 머리글자를 딴 말이다. 즉, 사회(Society), 기술(Technology), 환경(Environment), 인구(Population), 정치(Politics), 경제(Economy), 자원(Resource)의 약자다.

◆인본주의 휴머니즘 사상의 변화

사회(S): 인본주의 휴머니즘 사상의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다. 22세기의 사회는 인간과 인공지능(AI) 로봇의 공존사회가 돼 있을 것이다. 100년 후 AI는 매우 능력 있는 편리한 존재다. 두려우면서도 없앨 수 없는 필요악과 같은 존재다. AI의 능력을 제한하자는 국제적인 논의가 있지만 합의에 이르지는 못한다. 기존 인간 중심의 사고방식에서는 용납하기 힘든 갈등이 나타나게 된다. 언어가 생각을 담아내는 도구에 불과하지만 사고에 큰 영향을 주듯이 기술의 발달은 인간의 사고방식과 사상에 영향을 줄 것이다. 로봇과 공존사회에 맞는 철학과 사회규범이 필요하게 된다. 중세시대에 신 중심의 세계에서 인간 중심의 세계관으로 전이될 때의 갈등, 또는 노예를 해방시키는 과정에서 겪는 갈등과 비슷한 격렬한 논란이 일게 될 것이다.

기술(T): 인간에게는 세 가지 기술이 도전으로 다가올 것이다. 인공지능 로봇, 사이보그, 유전자 가위와 배아복제기술이다. AI에서는 현재 인공신경망과 딥러닝에 주목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유전자알고리즘이 더욱 파괴력을 보일 것이다. 유전자알고리즘은 생명체가 진화하는 과정을 모방하는데, 유전자의 돌연변이 과정도 모방한다. 돌연변이는 발전 방향을 예측하기 어렵다. 사이보그는 기계와 생물체가 결합해 능력을 개선한 통합된 생물체라 할 수 있다. 전자회로와 신경세포회로 사이에 신호교환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22세기에는 수족을 맘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일이 없어질 것이다. 인간의 육체적 또는 정신적인 능력을 향상시키는 수준까지 발달할 것이다.

유전자 가위와 배아복제 기술이다. 유전자 가위는 유전자의 특정 부위를 원하는 형태로 편집해 이를 배아에 넣어 생명체를 만드는 기술이다. 배아복제 기술은 핵을 제거한 난자에 세포핵을 넣어 배아를 만들어 생명체를 탄생시키는 기술이다. 이 기술들은 이미 동물에 적용되고 있고, 난치병 치료를 위한 인간 실험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그러는 사이에 2015년 중국 중산대 준지우황 교수는 인간 배아에서 빈혈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제거하고, 배아가 정상적으로 작동함을 확인했다.

인간성과 윤리에 대한 심각한 논의가 필요하다. 하지만 가끔 무조건 저질러 버리는 ‘반칙왕(?)’들이 있다. 이탈리아의 세르조 카나베로는 2017년에 사람의 몸과 머리를 이식하는 수술을 할 예정이라 한다. 수술 장소는 중국이나 러시아가 될 것이라 한다. 기술의 속성상 국제적인 경쟁이 치열하다. 기술 관리를 위한 국제적인 공조는 인류에게 더욱 큰 과제가 될 것이다.

◆받아들여야 할 환경변화와 인구감소

환경(E): 기후변화정부간협의체(IPCC)는 21세기 후반(2081∼2100년)의 세계 기온은 2.2도 상승하고, 해수면은 48cm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반도 기온은 현재 연평균 11.0도에서 14.0도로 올라갈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현재 남해안의 온도와 비슷하다. 해수면은 동해안에 74cm, 서해안에 53cm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공기 중의 산소가 감소할 것이다. 산소는 소비되는데 산소를 생산하는 산림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산소가 적으면 쉽게 피로하고 사람에 따라 고산병 증세를 보이기도 한다. 곳곳에 산소 카페가 설치돼 산소를 마음껏 마시고 나오는 사람도 있고, 22세기에는 인공 광합성 기술을 개발해 산소를 만들어 내고 동시에 포도당을 생산하는 공장도 생길 것이다.

인구(P): 100년 후의 한국인 인구는 4000만명 아래로 훨씬 떨어져 있을 것이다. 생산가능인구는 2017년부터 감소하고, 전체 인구는 2030년부터 감소한다. 앞으로 100년 동안 인구 감소에 따른 사회 정치 경제적인 고통이 심할 것이다.

◆변화에 맞는 정치와 경제 정책 필요

정치(P):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현재의 민주주의 정치체제는 변화를 맞이한다. 전자투표에 의한 정치 참여가 일반화된다. 국회 외부에 시민들의 사이버 정당과 사이버 국회 등이 활성화돼 국회의원의 활동에 크게 영향을 주고 있다. 개인의 사생활은 현재보다 느슨하게 보호될 것이다. 개인정보보호의 중요성이 강조되지만, 보호를 지나치게 강조하면 4차산업혁명에서 뒤처지게 된다. 보호수준과 편의성이 타협하는 점에서 빅데이터 산업과 4차산업혁명이 이루어질 것이다.

경제(E): 2030년 우리나라 65세 이상의 노령인구는 약 1200만명이고,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부담하는 유소년인구와 노령인구를 나타내는 부양률이 50%가 된다. 2060년에는 노령인구 1700만명에 부양률 100%가 된다. 인구구조상 앞으로 고도 성장은 기대하기 어렵다. 저성장과 AI에 의해 실업자가 늘게 되면, 부의 편중이 심화되고, 소비가 위축돼 경제가 침체되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새로운 조세와 노동 정책이 필요하다. 로봇이 인간의 노동을 대체해 생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노동대체세를 신설할 필요가 있다. 그러면 인간은 일을 하지 않아도 소득이 보장될 수 있다. 개인별 근로시간이 단축되고 노동과 소득이 분리되는 꿈의 사회도 가능하다. 하지만 현재 한국의 노동 복지 제도를 그대로 두고서는 꿈의 사회로 갈 수 없다.

◆인간의 미래는 인간이 결정

자원(R): 한국에 지하자원은 특별한 변화가 없을 것이다. 세계의 에너지 상황은 극도로 나빠지지는 않을 것이다. 현재 미국만이 가지고 있는 셰일가스 채굴 기술이 다른 나라에도 알려져서 에너지 값이 안정될 것이다. 한국에서는 메탄하이드레이트를 추출해서 사용하고 있을 것이다. 해저 1000 m에 묻혀 있는 메탄가스인 메탄하이드레이트는 한국의 독도 근처 깊은 바다에 매장돼 있다. 이미 일본은 2013년에 시추에 성공했고 실용화를 앞두고 있다. 태양광 발전기술이 많이 진보해 현재 15% 선의 효율이 30% 이상으로 향상될 것이다. 거의 모든 건물벽과 자동차들이 태양광 발전소 역할을 하게 된다.

많은 핵심동인 중에서 4개가 두드러진다. 기술발전, 기후변화, 에너지, 인본주의 사상의 변화다. 물론 이 중 변화를 추동하는 요소는 기술이다. 하지만 가장 어려운 것은 인간의 문제가 아닐까 생각한다. 과거 부르주아혁명과 노예해방 시대에 있었던 수준의 논쟁이 재현될 수 있다. 이러한 혼란 과정을 거쳐서 변화에 맞는 가치관과 사상을 정립한다면, 인간은 또 다른 문명의 문을 열게 될 것이다. 그러면서 끊임없이 인류의 새로운 미래에 대해 질문을 이어갈 것이다. STEPPER에 맞춰 미래를 예측해보니, 결국 인간의 미래는 인간에 달려 있다는 결론에 이른다.

이광형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 겸 문술미래전략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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