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데스크의눈] 검찰총장 사과로 또 때우나

관련이슈 데스크의 눈

입력 : 2016-10-06 00:59:30 수정 : 2016-10-06 01:00:14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쳇바퀴 개혁안 국민은 안 믿어… 국회가 나서야 2006년 7월 참여정부 때다. 서울 서초동 법조타운에 먹구름이 끼었다. 조짐이 좋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사고’가 터졌다. 변호사법 위반으로 징역 1년6월을 선고받은 김홍수가 법조비리를 폭로했다. ‘김홍수 게이트’의 서막이 열렸다. 폭로 내용은 이랬다. 2002∼2005년 법원과 검찰, 경찰 등 10여명에게 사건청탁과 관련해 수백만∼수천만원씩의 금품과 고급 카펫 등을 제공했다고. 차관급인 서울고법 부장판사와 검사, 경찰서장 등이 한꺼번에 연루된 초유의 사건이었다.

가는 게 있으면 오는 게 있는 법. 그는 이를 토대로 사건 수사와 재판에 개입했다. 청탁 성공률은 무려 90%에 달했다. 결국 이들은 구속됐고 실형 또는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이들이 구속된 2006년 8월 9일이 사법 사상 치욕의 날로 기억되는 이유다. 급기야 이용훈 대법원장과 정상명 검찰총장은 착잡한 심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정 총장은 법조비리 근절대책도 내놓았다. 법조브로커 발본색원을 위해 카드를 작성해 관리하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말뿐이었다.


문준식 사회부장
최근의 ‘정운호 게이트’에서 보듯 법조브로커는 여전히 활개를 치고 있다. ‘운’이 없었던 것일까. 그는 5개월 만에 또다시 체면을 구겼다. 이번에는 서울동부지검 검사들이 다단계업체 제이유 그룹 사기·정관계 로비 의혹 사건 관련자들을 조사하면서 거짓 자백을 강요한 사실이 드러난 것.

검찰 수장들의 사과는 멈추지 않았다. 4년 전엔 한상대 총장의 턱밑에서 ‘김광준 서울고검 검사 비리’사건이 터졌다. 현직 부장검사 비리사건으로는 처음이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김 부장검사에 대한 수사 중에 조사 중인 피의자와 성관계를 맺은 검사가 적발됐다. 한 총장은 두 말 없이 즉각 사과하고 물러났다.

평소 “고개를 들어 하늘에 부끄러움이 없고 고개를 숙여 사람들에게 거리낌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해 온 김수남 총장도 이를 비켜서지 못했다. 취임 9개월 만에 두 번이나 국민 앞에 섰다. 모두 다 검사들의 사고 때문이었다. 이들은 친구로부터 금품을 받았다가 추락했다.

한 번은 지난 7월 검찰 역사상 처음으로 현직 검사장 신분으로 구속 수감된 진경준 사건 때 고개를 숙였다. 지난달 30일엔 ‘친구 스폰서’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김형준 부장검사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했다. 검사들의 잇단 이탈로 두 달 만에 또다시 사과한 것이다. 자정 기능을 상실한 탓이다. 2006년 이후 10년 동안 검찰 수장이 국민에게 고개를 숙인 것은 8번이나 된다. 1년3개월에 한 번씩 사과를 한 셈이다. 이러고도 최고의 사정기관이라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이들은 모두 그동안 검사가 연루된 비리 사건이 터질 때마다 사과와 대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검찰 개혁안’이란 거창한 이름을 달고 나오는 대책들은 매번 나오는 얘기들의 변주에 불과했다. 감찰기능 강화와 검찰문화 개혁 등은 단골메뉴였다. 최근 한 조사에서 국민 10명 중 7명 이상이 “검찰을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 ‘검사나 수사관들의 비리가 자주 드러나서’라고 꼽았다. ‘검찰권 견제가 필요한가’라는 질문에는 무려 86.5%가 찬성했다. 이는 검찰의 수사권·영장청구권·기소권 등을 모두 틀어쥔 검찰의 비대한 권한에서 비롯되고 있다.

그동안 검찰의 셀프 개혁은 모두 구두선에 지나지 않았다. 이젠 타율적 개혁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그 피해는 국민이 계속 떠안게 될 것이다.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가 당장 나서야 하는 이유다. 언제까지 검찰수장의 사과만 지켜볼 건가.

문준식 사회부장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민 '우아하게'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