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CheerSports] 위대한 유산 된 ‘골프킹’의 베품과 겸손… “생큐, 아니”

관련이슈 CheerSports

입력 : 2016-10-06 21:34:42 수정 : 2016-10-07 00:49:49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지난달 26일 87세의 일기를 끝으로 타계한 아널드 파머는 골프의 왕이라고 불렸다. 그가 플레이할 때면 ‘아니(Arnie: 아널드의 약칭)의 군대’라는 엄청난 팬들이 쫓아다녔고 이 중에는 골프에 문외한도 있었다고 한다. 파머는 이 군대를 이끄는 왕이었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통산 62승을 거둔 파머는 통산 73승을 올린 후배 잭 니클라우스(76·미국), 게리 플레이어(81·남아공)와 함께 ‘골프 빅3’로 통했지만 그의 인기는 항상 최고였다. 잘생긴 얼굴과 화려하고 공격적인 경기 스타일, 카리스마가 큰 무기였다. 굵은 팔뚝으로 힘차게 휘두르는 장타와 어떤 상황에서도 버디를 노리는 공격적인 플레이에다 승부처에서 어김없이 홀을 찾아드는 퍼팅은 수많은 시청자를 TV 앞으로 끌어들였다.

골프 하나로 억만장자가 됐지만 아널드는 ‘흙수저’ 출신이다. 소아마비를 앓았던 아버지는 골프장에서 골프 레슨과 코스 관리를 생업으로 삼았고 경제적으로 넉넉지 않았다. 아버지는 파머에게 3살 때 여성용 골프 클럽을 손에 쥐어주면서 “공을 힘껏 때려. 그러곤 볼을 찾아서 다시 힘껏 때려”라고 가르쳤다. 파머가 평생 공격적인 파워 골프를 구사하게 된 이유다. 프로로 전향하기 전에도 파머는 아마추어 대회에서 26차례 우승을 거머쥐었다.

파머는 1974년에 세계 골프 명예의 전당에 입회했고, 1998년에는 PGA투어 평생 공로상을 받았다. 그가 이런 전설적인 인물이 된 배경에는 그의 겸손함이 있었다.

빅3 중의 한 명이었던 니클라우스가 파머의 거대한 저택에 방문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파머의 집에는 그 수많은 우승컵이 보이지 않고 달랑 우승컵 하나만 놓여 있을 뿐이었다.

니클라우스가 놀라서 물었다. “당신이 그동안 받았던 수많은 우승컵들은 어디에 있나요?” 파머가 답을 한다. “없어요. 내가 가진 우승컵은 이게 전부입니다.” 파머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쳐다보는 니클라우스에게 남긴 일화는 유명하며 곱씹을 만하다. “나는 그동안 수많은 대회에서 우승했고 수백 개의 우승컵과 상을 받았지만 그것들은 별 의미가 없다. 가장 값진 우승컵 하나만 남겨두었을 뿐이다. 이것은 내가 프로가 된 뒤 처음으로 출전한 경기에서 따낸 우승컵이다. 그때 나는 최선을 다해 경기를 펼치겠다는 남다른 각오를 했고, 지금도 이 우승컵을 볼 때면 그때의 결심을 떠올리며 초심으로 돌아간다.” 이 말을 가슴에 담아 PGA 최다승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니클라우스가 파머의 사망 소식에 가장 많은 눈물을 흘린 이유다.

파머는 사인을 원하는 사람에게는 아낌없이 사인을 해줬다. 가능하면 많은 팬과 악수를 하고 대화를 하고 싶어 했다. 파머는 1960년대 록큰롤의 황제 엘비스 프레슬리(미국)와 인기가 맞먹었지만 늘 팬들과 소통하고 접촉했다는 점이 달랐다.

파머는 전 세계에 300개 이상의 골프 코스를 설계했고, 플로리다에는 여성과 어린이들을 위한 ‘아널드 파머 메디컬센터’를 설립했다. 자신의 이름을 딴 PGA 투어 대회도 개최해왔다. 후배 선수들은 파머의 따뜻한 마음에 감동하곤 했다.

지난 4일 파머가 살던 피츠버그 인근의 세인트 빈센트 신학대학 교회에서 엄수된 영결식은 이례적으로 국내에까지 생중계됐다. 파머는 이제 우리 곁을 떠났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고 했다. 파머는 불귀의 객이 됐지만 이름뿐 아니라 우리들에게 겸손함과 베푸는 삶이라는 거대한 유산을 남겼다. 고맙습니다, 아니. 영면하소서.

박병헌 선임기자 bonanza7@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민 '우아하게'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