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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궁갤러리] 풍경 속에 녹여낸 역사의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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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10-11 19:57:52 수정 : 2016-10-11 19:5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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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용선 ‘인왕산’
(91×116.7㎝,11월5일까지 누크갤러리)
겸재가 어린 시절 동문수학한 조선 진경시의 거장이었던 이병연이 병석에 눕자 비통한 심정으로 붓을 들어 완성한 작품이 그 유명한 인왕제색도다. 250여년 전의 일이다. 76세의 고령이었던 겸재는 비 온 뒤 인왕산 풍경처럼 벗이 병을 훌훌 털고 일어나기를 기원했을 것이다. 농묵으로 힘차게 휘둘러 그린 흔적을 엿볼 수 있다.

서용선 작가도 겸재처럼 인왕산을 그렸다. 어느날 들른 북촌의 누크갤러리에서 바라본 인왕산 풍경에 매료됐다. 진경산수화의 현대적 실험을 해보고 싶었다. 그가 다녔던 인왕산 자락의 경복고 자리(종로구 청운동)가 겸재의 생가터라는 점에서도 각별하게 다가왔다.

서 작가가 인왕제색도를 보면서 느낀 점은 겸재가 오랜 세월 인왕산 자락에서 지내면서 ‘몸으로 기억해 낸 풍경’이라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자신의 인왕산 그림의 지향점을 어렴풋이 깨닫고 있다. 여전히 그는 인왕산의 풍경을 몸에 담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서 작가가 그동안 역사의 흔적을 쫓아온 이유이기도 하다. 영월 청령포에선 단종을 풍경 속에 녹여냈다. 인왕산 자락에선 안평의 흔적도 찾고 역사의 한 장면을 떠올려 보기도 했다. 그에게 인왕산은 역사의 한 부분이며 우리 삶의 이야기가 숨 쉬는 현장이다. 그는 어느 곳에 가든 역사의 배경을 더듬으며 이야기를 풀어간다. 수없이 그려온 풍경이지만 언제 어느 곳에서 어떤 마음으로 자연을 바라보는가에 따라 풍경을 다르게 그리기 마련이다. 겸재와 그의 인왕산 그림의 차이가 이런 것이 아닐까.

서 작가는 안정적인 서울대 교수직을 내려놓고 전업작가의 길을 택한 인물이다. 철저한 작가정신으로 모든 것을 바라보겠다는 의지였을 것이다.

편완식 미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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