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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경미의영화인사이드] 흥행 돌풍 미스 ‘페레그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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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10-13 23:21:36 수정 : 2016-10-13 23: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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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의 극장가는 비수기로 접어들면서 외화가 강세를 띠고 있다. ‘미스 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 ‘맨 인 더 다크’, ‘브리짓 존스의 베이비’ 등이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차지했다.

이 중에서도 팀 버튼 감독의 ‘미스 페레그린 ···’은 개봉 2주차 200만명을 넘기며 상승세를 몰아가고 있다. 주인공 제이크는 할아버지 죽음의 단서를 쫓던 중 평소 할아버지가 말하던 페레그린의 어린이집을 찾게 된다. 그곳에서는 특별한 능력을 지닌 아이들이 매일 반복된 하루를 살고 있다. 그리고 악당 할로게스트들의 공격에 놀라운 비밀을 마주하게 된다.

양경미 영화평론가·한국영상콘텐츠산업연구소장
감독의 기발한 상상력과 창의력이 돋보이는 영화다. 팀 버튼은 그동안 풍부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이상한나라의 엘리스’와 ‘빅피쉬’ 같은 판타지물을 만들어 왔다. 그는 랜섬 릭스의 원작 ‘미스 페레그린’을 접한 후 특별한 능력을 지닌 캐릭터에 매료된다. 시간을 다스리는 페레그린, 베일에 싸인 쌍둥이, 투명인간, 뒤통수에 무시무시한 입을 가진 꼬마도 있다. 손끝으로 불을 만들기도 하고 공기를 마음대로 조종하는 소녀가 있다. 무생물에 생명을 불어넣거나 자신의 꿈을 영화로 보는 소년도 있다.

시간과 불, 공기와 생명까지 다루는 능력을 가질 수만 있다면 ···. 우리가 상상하고 꿈꿨던 일들이 영화 속에서는 이루어진다. 팀 버튼은 상상속의 세계를 창조한다. 그리고 그의 예술적 감각과 창조적 능력은 관객들로 하여금 지극히 현실적인 것으로 받아들이게 만든다.

스토리 구조 또한 매력적이다. 상상력만 강조했다면 흥행 성공이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상상력에 더해서 할아버지의 죽음과 제이크의 특별한 능력, 페레그린의 어린이집에 얽힌 미스터리한 이야기로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판타지 장르 속에 철학과 테마도 녹여낸다. 상대방의 다름은 틀림이 아닌 특별함이라고 말한다. 현실의 제이크는 할아버지가 들려준 신비로운 이야기를 믿고 상상의 세계를 동경하지만 친구들은 그를 따돌린다. 부모 역시 그의 정신세계를 의심하며 비정상임을 걱정한다. 그러나 감독은 상대방의 다름을 인정하고 오히려 특별하게 바라봐 줄 것을 강조한다.

영원한 삶에 대해서도 질문을 던진다. 제2차 세계대전 중 독일군의 폭격으로 페레그린의 어린이집은 폭파된다. 시간을 다루는 능력을 가진 페레그린은 매일, 하루씩 시간을 되돌려 어린이들에게 불멸의 삶을 제공한다. 그들은 아름다운 순간에 영원히 멈춰 있다. 누구나 영생을 꿈꾼다. 페레그린의 능력을 빼앗아 불멸의 삶을 살고자 하는 할로게스트 무리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영원히 산다는 것이 행복하기만 한가, 생각의 여지를 둔다.

어른이 될수록 상상력은 무뎌지고 생각의 틀은 단순하고 정형화된다. 노장의 감독이 여전히 상상력 충만한 영화를 만들 수 있는 비결은 어린아이 같은 순수함과 호기심을 지녔기 때문이다. 마법 같은 상상력으로 따뜻한 사랑과 동심의 세계가 펼쳐지는 팀 버튼의 영화는 우리를 그의 미스터리한 판타지의 세계로 초대한다.

양경미 영화평론가·한국영상콘텐츠산업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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