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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erSports] 리우의 아픔 딛고… 장애인 사격 박철 ‘재기의 총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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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11-03 21:15:13 수정 : 2016-11-03 21: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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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장애인 사격의 희망’ 박철(35·청주시청·척수장애·사진)은 기대를 한껏 모으며 2016 리우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에 출전했다. 그는 지난해 미국 국제장애인올림픽위원회(IPC) 월드컵에서 금 1개, 동 1개를 목에 걸고 호주 IPC 월드컵 10m 공기권총에서는 세계신기록까지 세우며 패럴림픽 유력 금메달 후보로 각광 받았다. 하지만 그는 태극마크를 달고 첫 출전한 패럴림픽에서 메달을 하나도 따지 못했다. P1 남자 10m 공기권총에서 17위에 그친 그는 P3 혼성 25m 권총에서 7위로 반등했지만 P4 혼성 50m 18위로 마감했다.

박철은 장애인 스포츠 축제의 장에 선 것만으로도 박수 받을 만했지만 메달의 꿈을 안고 장도에 올랐던 터라 아쉬움이 가득했다. 그는 “제대로 준비를 못했던 것 같다”면서 “다른 대회처럼 편안한 마음으로 하면 됐는데 패럴림픽이라는 그 타이틀과 기록에 연연해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고 돌아봤다.

하지만 박철은 패럴림픽 좌절을 뒤로하고 다시 일어섰다. 지난달 막을 내린 제36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에서 그는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그는 공기권총 P1 개인전 및 단체전, 혼성 25m권총 P3 개인전 및 단체전, 혼성 50m권총 P4 단체전에서 우승해 5관왕을 일궈냈다. 특히 개인전에서 비공인 세계신기록 1개, 단체전에서 비공인 세계신기록 2개를 수립했다. 그는 “패럴림픽 끝나고 정말 속상했다. 그런데 마음을 달리 먹었다. 이제부터는 정말 편안하게 쏘는 데 집중하려 한다. 체전에서 성적 안 나오면 슬럼프에 빠질 것 같아서 걱정도 했는데 마음 먹은 대로 잘 돼 다행이다”라고 밝게 웃었다.

박철은 2007년 오토바이를 타다 교통사고로 척수장애인이 됐다. 홈페이지를 만들고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던 그는 2012년 포털에서 본 런던 패럴림픽 영상이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그는 “패럴림픽 수영 영상이 올라와서 한 번 봤다. 양 팔, 양 다리가 없는 선수가 몸과 머리를 이용해 헤엄쳤고 관중들이 전부 기립박수를 보내더라. 장애 정도가 나보다 심한 분도 패럴림픽에 도전해 명예를 얻는데 ‘나는 뭐 하고 있지’ 하고 한 대 맞은 느낌이었다”고 털어놓았다.

이듬해부터 그는 사격을 시작했다. 평소 사격에 관심이 있었고 낚시 등 정적인 활동을 좋아했기 때문이다. 사격과 찰떡궁합이었던지 그는 2014년 대한장애인체육회가 시행한 꿈나무·신인선수 훈련지원 사업 대상자로 선발됐고, 그해 전국장애인체육대회에서 신인선수상을 수상했다.

패럴림픽 실패를 멋지게 극복한 박철은 좀 더 스포츠를 즐기기로 했다. 그는 “이번엔 실패했지만 도쿄 패럴림픽도 있다. 그 전에 장애인 아시안게임도 있고 세계선수권도 있다. 대회는 많다”며 “기록은 유지하되 크게 욕심 부리지 않기로 했다. 마음을 비우고 이젠 좀 즐기면서 하고 싶다”고 소망을 내비쳤다.

박철처럼 패럴림픽 3관왕에 오른 수영 조기성(21·부산시장애인체육회)도 “메달에 연연하지 않고 출전 자체를 즐기는 외국 선수들을 보고 놀랐다”고 했다. 부담을 내려놓고 이젠 즐기면서 경기 하면 좋은 성적도 덤으로 따라오지 않을까.

최형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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