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작법인 또는 업무 제휴 형태로 진출해…현지화가 관건
수수료 인하 압력에 부수업무 추진도 여의치 않은 카드사들이 동남아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카드업계는 인도네시아, 베트남, 미얀마 등 동남아시아는 경제규모에 비해 인프라가 발달하지 않은 상태여서 향후 성장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카드사들은 신용카드 인프라 구축과 할부금융업 진출로 초석을 다져놓은 다음 본격적으로 신용카드업에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아직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은 동남아시아 진출의 성공 관건은 '현지화'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14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신한·우리·KB국민·하나·BC카드 등 5개 카드사들은 현지에 합작법인을 세우거나 현지기업과 업무협약을 맺는 방식으로 동남아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가장 적극적인 곳은 신한카드다. 신한카드는 지난해 말 인도네시아 재계 서열 2위인 살림그룹(Salim Group)의 자동차 판매 계열사인 인도모빌과 함께 '신한인도파이낸스'를 설립했다. 신한인도파이낸스는 인도모빌과의 협력을 통해 오토바이, 자동차 등 할부 리스 사업을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또 지난 3월에는 미얀마에 '신한마이크로파이낸스'를 설립했다. 신한마이크로파이낸스는 잠재 고객 규모가 큰 양곤 및 바고 지역을 중심으로 소액 신용대출 상품을 판매하기로 했다. 또 중장기적으로 할부금융·리스 사업 등 파이낸스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BC카드는 지난해 9월 인도네시아 만다리은행과 합작사 설립 계약을 체결했다. 합작사를 통해 신용카드 매입업무, 카드시스템 구축, 모바일을 이용한 핀테크를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우리카드는 지난달 미얀마 금융당국으로부터 마이크로 파이낸스 라이선스를 최종적으로 승인받고 법인명을 'TU-TU(투-투) 마이크로 파이낸스'로 정했다. 마이크로파이낸스는 저소득층에게 대출, 저축 또는 보험 등의 금융서비스를 소액규모로 제공하는 사업이다. 우리카드는 미얀마 북부에 위치한 제2의 도시 만달레이를 거점으로 영업을 개시할 예정이다. 내달 중 현지 영업 오픈을 목표로 전산시스템 구축, 현지 인력 확충 등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하나카드도 지난 5월 미얀마 유일의 결제 네트워크 제공 기업인 MPU(Myanmar Payment Union)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카드 비즈니스 수행을 통한 시스템 노하우를 MPU에 제공하고 해외카드 지급결제 프로세싱을 지원하게 된다. 앞서 지난 4월에는 중국 길림은행과도 카드 프로세스 업무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KB국민카드는 지난 2월 베트남 정보통신기술 기업인 GNC텔레콤과 글로벌 핀테크 서비스 개발에 관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이를 통해 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나 온라인·오프라인 결제 서비스를 베트남에 선보일 계획이다.
또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BCA(Bank Central Asia) 은행과 해외 현지 신용카드 발급 지원 사업 관련 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동남아 국가들의 스마트폰 보급률이 비교적 높다는 점을 감안해 모바일 핀테크로 동남아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는 것이다.
이외에도 롯데카드는 자사 멤버십 서비스를 활용한 진출을 준비하고 있고, 삼성카드는 중국 및 동남아 등 성장성이 높은 시장을 중심으로 제휴 및 지분투자 등을 통한 해외진출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이처럼 카드사들이 잇따라 동남아 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국내에서는 더 이상 성장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카드 수수료 인하 압박 등 수익 감소가 불가피해지면서 전망이 밝은 동남아 시장 진출 러시가 이어지고 있는 것.
동남아 국가의 금융서비스 인프라가 떨어지기 때문에 성장잠재력이 높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의 전자화폐 시장은 2014년말 기준 2억5000억 달러 규모를 달성하며 연평균 71%의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또 전체 인구는 2014년 기준 2억5500만명 수준이지만 은행 이용률은 36% 수준에 불과한데 반해 휴대폰 보급률은 91%에 달해 카드시장 전망이 밝은 편이다.
미얀마와 베트남 역시 높은 성장세가 예상되는 신흥시장으로 꼽힌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미얀마는 5600만명의 인구 규모, 풍부한 자원, 경제개발에 따른 대규모 해외 투자 확대 등 앞으로 높은 경제성장이 예상되며 점진적인 금융시장 개방으로 현지 금융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머징(Emerging) 시장”이라고 말했다.
베트남은 인구가 9300만명에 달하는 세계 14위의 인구대국인데다 연 평균 경제성장률이 6%를 웃돌아 잠재력이 높은 시장으로 꼽힌다.
동남아 시장은 전망이 밝은 만큼 리스크도 있기 때문에 관건은 '현지화'라는 지적도 나온다. 아직 성과를 가늠하기엔 이르고, 장기간의 현지화 전략을 통한 정착이 성공의 관건이라는 것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신한은행이 미얀마에 지점을 내고 토착화하는데 20년 넘게 걸린 것으로 안다"며 "정착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지속적인 토착화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했다.
최민지 여신금융연구소 연구원은 "동남아에는 신용카드 결제 인프라가 구축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노하우나 단말기 공급 등 기초적 인프라 제공으로 접근을 하면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이정화 기자 jhlee@segye.com
<세계파이낸스>세계파이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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