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버슨의 말처럼 뜨거운 심장이 중요하겠지만 농구는 신장이 절대적인 스포츠다. 물론 키만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체격조건이 모자라도 전술 소화 능력과 운동 능력, 점프력 등으로 이를 상쇄하며 NBA 무대를 누비는 선수들도 많다. 그래도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신장이다. 아무리 뛰어난 재능이 있어도 키가 작으면 그 선수의 가치는 평가절하되기 일쑤다.
토머스의 시작은 좋지 못했다. 대학 시절 전도유망한 포인트가드로 손꼽혔지만, 키가 너무 작아 2011년 드래프트에서 최하위인 2라운드 30순위, 전체 60순위로 새크라멘트 킹스에 지명됐다. 전체 1순위로 지명된 신인들도 성공이 보장되지 않는 NBA 무대임을 감안하면 최하위 지명자는 기대치가 아예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하지만 토머스는 키가 작은 대신 누구보다 빠르고 조그마한 틈만 있으면 헤집고 들어가는 대담성도 갖췄다. 아울러 거구들과 부딪쳐도 버텨낼 수 있는 힘을 지녔기에 신체접촉을 통한 자유투 유도 능력도 있다. 데뷔 첫해 시즌 평균 11.5득점 4.1어시스트를 올리며 가능성을 인정받은 그는 3년차인 2013~14시즌 20.3득점 6.3어시스트를 올리며 정상급 득점원으로 거듭났다. 새크라멘토와 피닉스를 거쳐 지난 시즌 중반 보스턴으로 트레이드 된 토머스는 단숨에 에이스 자리를 꿰찼다. 올 시즌에는 한층 더 성장한 모습이다. 17경기에서 평균 26득점(9위) 6.4어시스트(13위)를 기록하며 슈퍼스타 반열에 오르는 모양새다.
재미있는 사실 하나는 NBA를 오랫동안 봐온 팬이라면 ‘아이제이아 토머스’라는 이름이 익숙할 것이다. 1980년대 디트로이트 피스턴스의 전성기를 이끈 리더의 이름도 아이제이아 토머스다. 보스턴의 토머스는 ‘Isaiah Thomas’, 과거 디트로이트의 토머스는 ‘Isiah Thomas’로 철자 하나만 다를 뿐 발음도 똑같다. LA레이커스의 광팬이던 토머스의 아버지가 1989년 LA레이커스와 디트로이트 피스턴스의 파이널을 관람하다 친구와 내기를 하면서 “LA가 패하면 내 아들 이름을 디트로이트 에이스인 아이제이아로 짓겠다”고 했단다. 당시 LA는 디트로이트에 4전 4패로 물러났고 그해에 태어난 아들 이름을 아이제이아로 짓게 된 것이다.
디트로이트의 아이제이아 토머스는 1996년 NBA가 선정한 역사상 위대한 선수 50인에 선정됐다. 그 역시 185cm의 단신 가드였기에 둘은 플레이 스타일도 비슷하다. 과연 175cm의 ‘작은 거인’ 토머스가 선배의 행보대로 NBA 역사에 손꼽히는 선수가 될 수 있을까.
남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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