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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궁갤러리] 그 사람 그곳… 깨달음의 모멘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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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12-14 01:37:15 수정 : 2016-12-14 01:3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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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철 ‘예수’
(248.5x333.3cm,16일~내년 1월15일 가나아트센터)
동양에서 초상화를 그릴 때 가장 중시하는 가치가 전신사조(傳神寫照)다. 인물의 형상에 그치지 않고 정신까지 담아내는 일이다. 사진과 달리 인물이 발산하는 독특한 아우라(분위기)를 읽을 수 있다. 반세기 가까이 얼굴을 그려 온 권순철 화백의 그림도 아우라의 구현이다.

500호 대작인 그의 최근작 ‘예수’는 그동안 그려 온 얼굴 그림의 완결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작가는 4년 전 예술적 도반이기도 했던 아내와의 사별로 극도의 상실감과 고독감에 시달렸다. 힘든 시기를 보내며 ‘예수’ 작업에 몰두하게 된다. 작가의 예술작업을 헌신적으로 뒷바라지한 아내의 희생과 사랑에 대한 아우라를 예수 그림으로 그려내고 있는 것이다. 빛과 어둠의 강렬한 대조와 원색의 붓터치가 아우라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중국 동진 시대의 화가 고개지가 인물화를 평가하는 기준으로 내세웠던 ‘형태를 통해 정신을 구현한다’는 이형사신(以形寫神)의 세계다. 아내의 사랑과 희생의 정신(寫神)을 예수를 통해(以形)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누구나 ‘그 사람’과 ‘그곳’이 있게 마련이다. 권순철 작가에게도 ‘아내’와 힘든 시절을 함께했던 ‘프랑스 파리’가 있었다. 마치 기독교인에게 ‘예수’와 ‘십자가 골고다 언덕’이 있었고, 불교인에게‘부처’와 ‘보리수 나무’, 이슬람교도에게 ‘무함마드’와 ‘히라산(山) 동굴’이 있었듯이 말이다. 모두가 성숙된 단계로 나아갈 수 있었던 깨달음의 모멘텀으로 ‘그 사람’과 ‘그곳’이었다.

한 해가 또 저물고 있다. 각자의 ‘그 사람’과 ‘그곳’은 어딘지 생각해 볼 시간이다.

편완식 미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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