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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환의 월드줌人] 사랑은 추위보다 강하다…혹한 속 36시간 견딘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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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12-26 14:23:25 수정 : 2016-12-26 15:5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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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해 연안 관광을 위해 집을 떠난 시베리아의 한 부부가 '스노모바일(Snow mobile)' 고장으로 눈보라 속 36시간이나 고립된 끝에 극적으로 구조된 사연이 공개됐다. 영하 50도까지 내려가 모든 것을 꽁꽁 얼릴 듯한 추위를 부부는 사랑으로 이겨냈다.

지난 25일(현지시간) 더 시베리아 타임스 등 외신들에 따르면 최근 북극해 연안 관광을 위해 집을 떠난 부부가 눈보라 속에 고립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부부가 살던 곳은 러시아 야쿠트 자치 공화국 북동부에 위치한 유카기르라는 곳이다.

사고는 부부가 타고 있던 스노모바일이 고장 나면서 벌어졌다. 설상가상으로 함께 관광에 나섰던 일행을 놓치면서 순식간에 황량한 얼음판 위에는 두 사람만이 남게 됐다.



영하 50도까지 수은주가 떨어진 얼음판에서 부부가 살아남기란 어려워 보였다.

유카기르족 출신 니콜라이 코브로프(36)는 아내 나탈리아 프로토드야코노바(45)를 달랬다. 몸이 피곤해진 나탈리아가 자고 싶다고 했지만, 추위 속에서 눈 감았다는 얼어 죽을 게 뻔했던지라 니콜라이는 마음속으로 울며 억지로 아내를 앞으로 떠밀어 걷게 했다.

스노모바일을 버려둔 부부는 일행이 멀어져 간 방향을 향해 한없이 걷기 시작했다. 주위에 숲이라도 있었다면 찬 바람 정도는 막아줬을 테지만, 사방이 뻥 뚫린 얼음판에서 그런 걸 기대할 수는 없었다.

혹한 속에서 길을 잃은 부부의 첫날밤은 한없이 걷는 것으로 지나갔다.



둘째 날에도 희망은 보이지 않았다. 오늘도 두 사람 앞에 보이는 거라고는 끝없이 펼쳐진 얼음판뿐이었다.

두 사람이 발걸음을 떼게 만든 건 집에 남겨두고 온 네 자녀였다. 추위 속에 목숨을 잃는다면, 아이들은 부모 없이 자랄 게 눈에 선했다. 그렇게 되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이 부부의 발을 앞으로 내딛게 했다.

한 번은 나탈리아가 힘들어하자 니콜라이가 눈을 한 움큼 집어 들었다. 그는 입에 눈을 넣고 우물거리더니 녹인 물을 아내에게 마시게 했다. 남편을 본 나탈리아는 울음을 터뜨렸고, 우는 아내의 모습에 니콜라이도 눈물을 보였다.

앞에 다가오는 사람들이 보였다. 헤드라이트를 켠 스노모바일이 달려오고 있었다. 엔진소리도 크게 들렸다. 우리를 구하러 온 것일까 하는 생각이 부부의 머리를 스친 순간, 앞에서 오던 그 사람들은 모두 사라지고 말았다. 신기루였다.



얼음판 위에서 보내는 두 번째 밤이 다가오고 있었다.

니콜리아는 나탈리아더러 눕도록 했다. 어둠 속에서 무작정 걷는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었다. 할 만큼 했다고 생각한 것 같았다. 그는 아내에게 지금까지 잘 살아왔다면서 이제 같이 세상을 떠나는 일만 남았다고 말하게 됐다.

눈 위에 누운 부부는 서로를 꼭 껴안았다. 조금이나마 남은 몸의 온기가 달아나지 못하게 밀착했지만, 여지없이 바람은 새어들었다. 그렇게 두 사람은 어느새 잠이 들고 말았다. 이 정도면 이 세상에서 보내는 마지막 순간이라고 해도 꽤 따뜻했다.

눈 뜬 니콜라이의 눈에 동생 얼굴이 보였다.

‘또 다른 환각인가?’

하지만 동생 얼굴은 진짜였다. 휘몰아치는 눈보라와 얼음판을 뚫고 달려온 동생, 그를 필두로 한 구조대가 동사할 뻔했던 니콜라이 부부를 극적으로 구조한 것이었다.



니콜라이의 동생이 속한 구조대는 유카기르를 출발해 장장 80km 가까이 달려 부부를 구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부는 니지네얀스쿠(Nizhneyansk)의 병원으로 옮겨져 회복 중으로 전해졌다. 이곳은 두 사람이 관광을 위해 가려던 곳이다.

나탈리아는 독감, 니콜라이는 동상으로 고생 중이지만 다행히 생명에는 큰 지장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두 사람은 다시는 만나지 못할 것으로 생각했던 네 자녀와의 상봉을 무척 기뻐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사진=더 시베리아 타임스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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