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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선] 후회의 한해… 그리고 ‘최순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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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12-27 01:02:29 수정 : 2016-12-27 01: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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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도 안 남은 2016년, 국제부 기자로서 기억에 남는 일을 떠올려봤다.

올 초, 10년 만에 돌아온 국제부 업무는 낯설지 않았다. 하지만 유럽 등 세계 각국에서 빚어진 테러 현장들은 출장이나 여행 중에 거쳐간 ‘그곳’이었다. 후배·지인이 사는 곳의 지척이었다. 오싹했다. 하지만 오래 가지 않았다. 얼마 전 독일 트럭테러 현장이나 주터키 러시아 대사 총격 피살사건을 접하고 너무나 이성적으로 기사를 다뤘고, 사진을 찾았다. 비이성적인 지구촌 상황을 일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착잡하다. 국제부 일이 싫어지는 이유다.

1년간 잘난 체할 ‘거리’는 쌓였다. 물론 얕은 지식은 부끄러움을 부를 수 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국제 정세에 대한 확신 내지 단정이 여지없이 무너져내렸다. 그것도 여러번.

정재영 국제부 차장
먼저, 영국 국민이 유럽연합(EU) 탈퇴를 선택할 것으로 예상하지 못했다. 6월23일 투표 직전까지도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가 현실화할 것 같으냐’는 주변 물음에 “절대 그럴 리 없다”고 답했다. 국제부 기자 특유의 “○○○에 따르면”을 남발, 외신 분석임을 명확히 해 설득력을 높였다.

지나고 보니 허상이었다. 브렉시트로 유럽이 불안해지면 그 여파가 아시아로 넘어와 우리나라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막연한 불안감이 ‘브렉시트는 불가하다’는 입장의 기사와 칼럼에 집중하게 한 것 같다. 좀더 냉철하게 분석한 뒤에 내린 결론이 현실과 달랐다면 어쩔 수 없겠지만, 안타깝게도 외면한 경우의 수들이 너무 많았다.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이 되는 경우의 수는 꽤 오래전에 버린 사실도 인정한다. 기존 정책에 대안은 없고 비판만 번지르르한 모습에서 시청률에 목매는 구태 방송인의 모습만 봤다. 딸을 ‘음담패설’ 소재로 삼는 작태에선 무의식적으로 ‘쌍욕’이 나왔다. 대선 투표 직전에 트럼프가 선거결과에 불복할 것을 시사하자 미 언론은 “질 게 뻔한 싸움에 왜 나선 것이냐”며 비아냥거렸다. 여기에 120% 동조했다.

11월8일 투표에서 트럼프는 많은 이들의 기대와 달리 환하게 웃었다. ‘마담 프레지던트 시대 개막’이라는 소제목으로 작성된 지면계획(가안)도 조용히 휴지통으로 버려졌다. 선거 직전 ‘트럼프 대승을 예견한 국내 대학 교수를 소개해주겠다’는 회사 선배의 문자에 ‘피식’ 웃고 말았던 게 그저 아쉽다.

국제부가 세계의 미래를 모두 점칠 순 없다. 다른 나라 일인 데다, 그 나라 언론의 선거 결과 예측이나 보도 내용을 취사 선택하는 게 주요 업무인 탓이라고 변명해 본다.

세밑에 떠올린 지구촌은 상상하기 힘든 일들로 가득했다. 내년은 더 험난할 듯하다. 당장 트럼프 당선자는 중국을 버리고 러시아와 친할 것처럼 하더니, 며칠 만에 러시아와의 ‘핵 경쟁’을 예고했다. 세계 중심을 자처하던 미국이 종잡을 수 없는 정책으로 ‘럭비공’처럼 변하면 미국 의존도가 큰 우리나라는 더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술자리에서 이런 걱정을 하자 친구는 “트럼프는 그래도 제 생각대로 말하고 행동하는 거잖아. 우리 상황보다 안 좋은 나라가 어디 있겠느냐”고 응수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새로운 사실을 밝혀내고 고군분투하는 동료·선후배 기자들에게 박수와 응원을 보낸다.

정재영 국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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