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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못다한 말들은 지는 해에 묻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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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12-29 16:30:00 수정 : 2016-12-28 21:2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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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몰, 그 아쉬움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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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수선한 한 해가 가고 있다. 새해가 시작됐다고 새 기분으로 살아보자 다짐을 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1년이 지났다. 들뜬 기분으로 일출을 보며 새로운 해를 맞이하는 것도 좋지만, 지는 해를 바라보며 차분하게 한 해를 마무리하는 것이 오히려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지는 해와 함께 아쉽고, 안타까운 일을 같이 묻고 나의 한 해도 마무리해보자. 전국 어디서나 해지는 것을 볼 수 있지만, 주변 풍경과 어우러져 장엄하게 지는 해를 보려면 서해가 제격이다.

인천에서 해넘이로 가장 대표적인 곳은 을왕리 해수욕장과 월미도다. 을왕리는 늘목 또는 얼항으로도 불리며 1986년 국민관광지로 지정된 곳이다. 울창한 송림과 해수욕장 양쪽 옆으로 기암괴석이 늘어서 있어 낙조가 아름답기로 서해안에서 손꼽힌다. 월미도는 1989년 문화의 거리가 조성된 이래 문화예술의 장, 만남과 교환의 장 그리고 공연놀이 마당 등으로도 알려지기 시작해 인천 하면 떠오를 만큼 유명한 곳으로 자리 잡고 있다. 서울에서 승용차로 어려움 없이 갈 수 있는 곳이다. 바다를 보며 일몰을 맞을 수 있는 접근성이 좋다.

경기 화성 궁평항은 긴 활처럼 펼쳐진 해변에서는 가족 단위 나들이객들이 찾아 석양을 즐길 수 있다. 인근에는 유명한 캠핑장들이 즐비해 캠핑을 즐기면서 해넘이를 즐길 수 있다.

충남 홍성 속동전망대 일몰.
충남 당진 왜목마을은 곶(串)처럼 위로 툭 튀어나와 양쪽이 바다에 안겨 있는 곳이다. 땅 모양이 가느다란 ‘왜가리 목’을 닮았다고 왜목마을이라고도 하고 누워 있는 사람의 목을 뜻하는 와목(臥木)에서 유래했다고도 전해진다. 왜목마을은 수도권에서 가장 가까운 충남 서해를 품고 있다. 왜목마을에서 잡힐 듯 가까워 보이는 국화도 등의 섬은 모두 경기도 땅이다.

왜목마을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반겨주는 것이 오작교다. 잔잔한 바다가 배경으로 펼쳐져 연인들의 견우직녀 놀이를 부추긴다. 걷다 보면 해양경찰서 옆으로 석문산 입구가 보인다. 마을 사람들이 ‘동네산’, ‘뒷산’이라고 부르는 해발 70여m의 산이다. 왜목마을 해넘이 포인트다. 왜목마을은 곶처럼 튀어나온 곳이다 보니 해넘이뿐 아니라 해돋이도 볼 수 있는데 석문산에서는 올해 마지막 해를 보고 새해 첫 해를 볼 수 있다. 넉넉하게 잡아도 오르는 데 10분이 걸리지 않는다.

충남 홍성 속동전망대는 주차장에 차를 세운 후 곧장 바다 풍경을 품을 수 있다. 데크 산책로는 바다 앞 모섬까지 이어진다. 모섬 서쪽 끝에 배 모양의 포토존이 있다. 덕분에 영화 ‘타이타닉’의 명장면을 재현하며 일몰을 즐길 수 있다.

충남 태안 꽃지해변 일몰. 한국관광공사 제공
태안 꽃지해변은 5㎞에 이르는 백사장과 할배바위, 할매바위가 어우러져 그림 같은 풍광을 보여준다. 2개의 바위 너머로 붉게 물드는 낙조는 태안을 상징하는 아름다운 풍광 중 으뜸으로 꼽힌다. 예부터 백사장을 따라 해당화가 지천으로 피어나 ‘꽃지’라는 어여쁜 이름을 얻었다.

보령 무창포해수욕장는 조선시대의 군창지였던 곳으로 1928년 서해안에서 최초로 개장된 해수욕장이다. 백사장 길이 1.5㎞, 수심 1~2m, 백사장 50m의 해수욕장으로 주변에는 송림이 울창하여 해수욕과 삼림욕을 겸할 수 있다. 해질 녘 빨갛게 물든 바다와 무창포의 긴 방파제 끝에 우뚝 솟은 빨간 등대는 한 폭의 그림을 연상케 한다.

전북 부안 적벽강 일몰. 한국관광공사 제공
서천 마량포구는 바다 쪽으로 꼬리처럼 튀어나온 끄트머리에 위치한 땅끝과 바다가 맞닿는 자그마한 포구로 서천의 땅끝마을이다. 포구 앞에 동남쪽으로 치우친 비인만 바다를 안고 있어 바다 위로 검붉게 솟아오르는 일출을 감상할 수 있고, 아름다운 일몰을 감상하기에도 좋다. 더욱이 이곳의 해돋이는 해가 남쪽으로 가장 많이 기우는 동짓날인 12월 중순을 중심으로 50일 전후에만 볼 수 있어 신비감을 더한다.

전북 부안 격포해수욕장은 닭이봉과 채석강 사이에 있어 채석강의 절경을 가까이서 볼 수 있다. 월명암 낙조대에서는 채석강 절경과 일몰 풍광을 함께 담을 수 있다.

전남 진도 세방낙조 일몰. 한국관광공사 제공
전남 진도 ‘세방낙조 전망대’는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일몰을 볼 수 있는 곳 중 하나다. 해질 무렵 섬과 섬 사이로 빨려들어가는 일몰의 장관은 주위의 파란 하늘을 단풍보다 더 붉은빛으로 물들인다. 기상청이 한반도 최남단 ‘제일의 낙조 전망지’로 선정했을 정도다. 이 해안도로는 다도해의 아름다운 섬들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우리나라 최고의 다도해 드라이브 코스다. 

제주 차귀도 너머로 지는 일몰 풍경.
제주도에서는 중산간이나 한라산 어디에서나 벌겋게 물들어 가는 낙조 모습을 볼 수 있지만, 차귀도를 앞에 두고 바라보는 해넘이 모습은 아름다움을 가슴에 물들이게 한다. 이곳의 일몰 광경을 감상하기 가장 좋은 장소로는 자구내 포구, 수월봉과 한경면 용수리에 있는 절부암 등이다.

경북 청도 혼신지는 양쪽에 나지막한 산들이 둘러서 있고 저수지 가득 연이 있다. 겨울이면 시든 연줄기들이 물에 비친 모습과 석양의 붉음이 어우러져 이색적인 일몰 풍경을 담을 수 있다.
이귀전 기자
내륙에서도 이색적인 일몰 풍경을 담을 수 있는 곳이 있다. 경북 청도 혼신지는 양쪽에 나지막한 산들이 둘러서 있고 저수지 가득 연이 자라고 있다. 겨울이면 시든 연줄기들이 고개 숙인 독특한 모습이 호수에 반영을 이뤄 장관이다. 시들어서 꺾인 연줄기가 물에 비쳐 기하학적 무늬를 만든다. 거기에 멀리 산 너머로 지는 석양이 비추면 붉은빛으로 수놓아진 연못을 담을 수 있다.

이귀전 기자 frei59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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