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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찬제의책읽기,세상읽기] 문제는 희망을 배우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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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1-02 21:02:06 수정 : 2017-01-02 21: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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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세계를 더 좋게 변화시키는 힘
‘새로운 무엇’을 향해 희망을 가져야
새해다. 어쨌든 새해는 새로운 가능성으로 다가온다. 누구나 절실하게 새로운 희망을 갈망한다. 그 희망에 대한 갈망이야말로 새해를 새해답게 하는 게 아닐까. 아니 그런 희망에의 추구를 통해 우리 스스로 새로운 가능성을 탐문하고 실천할 수 있는 게 아닐까. 그래서 철학자 에른스트 블로흐를 떠올린다. 1938년부터 1947년까지 10년에 걸쳐 쓴 ‘희망의 원리’는 단순히 불안과 고통을 초월해 새로운 지평을 예감하고자 쓴 책이 아니다. 어둡고 고통스런 현실에서, 그 부정적인 현실 자체에서 긍정적인 계기를 마련해 아직 도래하지 않은 희망의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탐구하고자 한 대작이다.

“우리는 누구인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향해 가는가. 우리는 무엇을 기대하며, 무엇이 우리를 맞이할 것인가.” 이런 근본적인 질문으로 시작하는 ‘희망의 원리’를 통해 블로흐는 “문제는 희망을 배우는 일이다”라고 강조한다. 두려움이나 체념의 수동성과 달리 희망은 스스로를 편협하게 가두지 않고 고유한 자신을 되찾으면서 스스로 변모시키는 능동성을 지닌 정서이자 행위이다. 예로부터 사람들은 희망을 통해 더 나은 삶에 대한 가능성을 꿈꾸고 실현해 왔다. 원시인을 떠올려 보자. 블로흐가 예를 든 것처럼 원시인의 주먹으로는 늑대 한 마리도 때려눕히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아직 발명되지 않았던 도구를 스스로 만들고 불을 활용할 줄 알게 되면서 사정은 달라졌다. 이후 인류사의 발명들은 대개 아직 아닌 가능태를 현실태로 전환하기 위한 갈망에 힘입은 바 컸다. 이런 꿈꿀 권리를 지닌 존재가 바로 인간이며, 그 심연의 원리가 바로 희망이다. 블로흐는 말한다. “기존하는 나쁜 현실에 만족하지 않고, 우리를 체념하게 하지 않는다. 바로 이 다른 부분이야말로 희망의 핵심이다.”

어떻게 하면 나와 세계를 더 좋게 변화시킬 수 있는가, 그래서 더 나은 미래를 구현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는 곧 내일의 양심이나 양식과 관련된 일이며, 그 요체가 바로 희망의 지식이라고 블로흐는 말한다. 아직은 아니지만 무언가를 새롭게 찾을 수 있는 가능성의 나라에서 의식적인 희망을 가지고 지향하는 자세를 강조한다. 블로흐의 ‘희망의 원리’ 본문을 음미하면서 2017년 새해를 위한 희망의 설계도를 그려보면 어떨까 싶다.

“만일 우리가 정적이며 폐쇄된 존재의 개념과 결별한다면, 희망의 실질적인 차원은 다시 떠오르게 될 것이다. 이 세상은 무엇에 대한 성향, 무엇에 대한 경향성, 무엇에 대한 잠재성으로 가득 차 있다. 바로 그리로 향하는 의지의 대상은 곧 의도하는 행위의 실현과 다를 바 어디 있겠는가. 우리는 참담한 고통, 두려움, 자기소외 그리고 무를 떨쳐 버리고, 자신에게 적합한 세계를 창출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러한 경향성은 마치 강물의 맨 앞 줄기의 흐름처럼 ‘새로운 무엇’의 맨 앞에서 서성거리고 있다. 바로 ‘새로운 무엇’이야말로 실질적인 방향 및 그 대상을 근본적으로 규정해 주는 것이 아닐 수 없다. 주어진 현실적 대상은 ‘새로운 무엇’을 두 팔로 안고 있는 사람들을 앞으로 불러낸다.”

우찬제 서강대 교수·문학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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