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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멕시코 페소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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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1-13 01:03:51 수정 : 2017-01-13 01:0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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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매택(百萬買宅) 천만매린(千萬買隣).” 백만금으로는 집을 사고 천만금으로는 이웃을 산다는 뜻이다. ‘남사(南史)’에 나오는 남북조시대 송계아의 말이다. 모름지기 이웃은 잘 만나야 한다. 좋은 이웃을 만나면 콩 한 조각 얻는 것뿐이겠는가. 잘못 만나면? 가진 콩 한 조각도 빼앗긴다. 멕시코가 딱 그 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자가 마이크만 잡으면 멕시코 페소화는 내리막길 롤러코스터로 변한다. 11일에도 그랬다. 트럼프 왈 “다음주 취임하면 미국 돈으로 국경장벽부터 세우겠다.” 이 한마디에 페소화 환율은 달러당 22.20페소를 기록했다. 가치로 따져 사상 최저치다.

이웃 잘못 둔 나라를 지금 조사한다면 어디가 일등에 오를까. 우리나라일까, 멕시코일까.

1992년 12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조인. 이때만 해도 미국과 멕시코 관계는 더없이 좋았다. 서로 도와 잘살아 보자고 맹약을 했으니. 곧 달라진다. 1994년 미국 금리 인상. 그해 7차례나 올렸다. 연 3.0%던 미국 기준금리는 6.0%까지 올랐다. 직격탄을 맞은 것은 누구일까. 멕시코는 그해 외환위기를 맞는다. 그 여파가 우리나라에 밀려오기까지 3년 걸렸다. 1997년말 외환위기의 뿌리는 그에 닿는다.

당시 멕시코 실업자 100만명. 그래도 견딜 만했다. 미국으로 가 일자리를 찾고, NAFTA에 기대어 외자를 끌어들였다. 그때의 아픈 경험 때문일까. 멕시코만큼 투자 기업에 친절한 나라도 드물다. 투자 기업을 왕처럼 모신다.

포드, 피아트크라이슬러, 도요타…. 트럼프 압력에 줄줄이 멕시코 투자를 포기할 모양이다. 멕시코인에게 트럼프는 어찌 비칠까. “남은 콩 한 알까지 빼앗아 가는 악동”으로 여기지 않을까. 자유무역협정(FTA)의 협력·공영 가치를 아는지, 모르는지 관세장벽까지 높이 쌓겠다고 한다.

페소화 폭락. 어디까지 떨어질까. 멕시코가 지난주 환율방어에 쏟아부은 돈은 18억달러에 이른다. 언제까지 견딜까. 멕시코 민심은 또 흉흉하다. 세계 경제가 어려워지면 중남미에 불붙는 통화 폭락. 흡사 ‘불의 고리’ 같다. 그 바람이 우리나라에 오기까지 이번에는 얼마나 걸릴까.

강호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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