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레스터시티의 우승신화는 한 시즌만에 ‘잔혹 동화’로 바뀐 모습이다. 올 시즌 끝없는 부진을 면치 못해 이제는 강등권 탈출을 걱정해야 할 처지가 됐다. 자칫 디펜딩 챔피언이 2부리그 강등이라는 사상 최초의 대참사가 벌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레스터시티는 15일 영국 레스터의 킹 파워 스타디움에서 열린 선두 첼시와의 리그 21라운드 홈 경기에서 0-3으로 완패했다. 지난 시즌 1위 레스터시티와 올 시즌 리그 1위의 대결은 의외로 싱겁게 끝났다. 레스터시티는 5승6무10패(승점 21)를 기록, 리그 순위 15위로 처졌다. 강등권인 18위에 간신히 승점 3 앞서 있다. 지난해 선두를 질주하던 모습과는 천양지차다.
지난 시즌 11경기 연속 골을 터뜨려 기네스북에 등재된 바디와 잉글랜드 프로축구 선수협의회(PFA) 올해의 선수로 선정됐던 마레즈의 하향곡선은 레스터시티의 부진과 궤를 같이한다. 바디는 24골 6도움, 마레즈는 17골 11도움을 기록하며 팀 득점의 60% 이상을 차지할 만큼 역할이 절대적이었으나 올 시즌에는 바디가 5골, 마레즈는 3골에 불과하다. 궂은일을 도맡았던 수비형 미드필더 은골로 캉테가 첼시로 이적한 공백 또한 적지 않다.
선수층이 두텁지 않은 레스터시티 전술의 핵심은 강한 압박에 의한 기습공격이었다. 이런 전술을 상대팀이 파악한 데다 주축 선수들의 체력저하 현상도 부진의 원인으로 지적된다.
극도의 부진에 빠진 레스터시티는 이번 시즌의 목표를 생존으로 바꿨다. 레스터시티가 지난 시즌 우승컵을 들어올릴 당시 승점(81)의 절반인 41점을 기록해 반드시 리그에 잔류하겠다는 각오다. 하지만 현재 23.8%의 승률을 보이고 있는 레스터시티는 남은 리그 경기에서 50%의 승률을 기록해야 살아남는다. 레스터시티는 사상 처음 출전한 ‘꿈의 무대’ UCL에서 조별리그 선두로 16강에 오른 게 그나마 위안거리다.
박병헌 선임기자 bonanza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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