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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전노장 김재영, 만년후보 설움 떨쳐내는 빛나는 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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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1-18 06:00:00 수정 : 2017-01-18 01: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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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 선두를 결정하는 경기를 앞두고 발생한 갑작스런 스타선수의 부상. 이 빈자리를 오랜 공백 후 다시 코트에 돌아온 만년후보 노장선수가 메운다. 그리고 이 선수는 갑작스럽게 찾아온 기회를 멋지게 살려 팀을 승리로 이끈다.

이런 영화같은 스토리가 배구코트에서 펼쳐졌다. 여자배구 흥국생명의 세터 김재영(29)이 주인공. 리그 1위를 달리고 있는 흥국생명은 17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NH농협 2016-2017 V리그 여자부 홈경기에서 리그 2위 IBK기업은행을 세트 스코어 3-1(25-23 18-25 25-22 25-23)로 제압했다.

김재영은 왼쪽 무릎부상으로 갑작스럽게 전력에서 이탈한 주전 조송화를 대신해 선발 세터로 나서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박미희 흥국생명 감독은 “중요한 경기라 배짱이 두둑한 김재영을 선발로 내세웠다”고 밝혔다.

과연 그랬을까. 경기 후 만난 김재영은 “중요한 경기인데다 상대가 IBK기업은행이라 부담이 컸다”면서 “다만 나이가 있다 보니 티를 못 내겠더라”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마지막엔 그냥 정신없이 경기를 했다. 그저 집중하자고만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노장의 깜짝 활약 뒤에는 부담감과 싸운 시간이 감춰져 있었다.

부담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이 경기가 그에게는 프로에서의 두 번째 선발 출전이었기 때문이다. 김재영은 지난 2006~2007시즌을 앞두고 드래프트 1라운드 3순위라는 높은 순위로 국가대표 센터인 언니 김수지가 뛰고있던 현대건설에 입단했다. 하지만, 프로의 높은 벽을 끝내 넘지 못하고 프로통산 22경기(42세트)만을 출전한 채 지난 2010~2011시즌을 끝으로 은퇴해 호주로 떠났다.

그리고 4년간의 공백 이후 갑작스럽게 코트로 돌아왔다. 복귀팀은 역시 언니 김수지가 뛰고 있는 흥국생명. 김재영은 “언니가 먼저 장난삼아 제안했는데 진짜 성사가 됐다. 일주일 만에 짐을 싸서 급하게 귀국했다”면서 “처음에는 송화를 도와주자는 생각만 했다. 큰 욕심이 없었다”고 회상했다. 선수 생활 내내 백업으로 머무른 아쉬움에 가족들에게 다시 한번 선수로서의 당당한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결심도 있었다.

갑작스러운 복귀였지만 막상 코트에 다시 돌아오자 열정이 되살아났다. 베테랑으로서 언니와 함께 후배들을 이끄는 역할도 했다. 이 과정에서 언니 김수지가 뒤에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언니가 가능한 냉정하게 지적해주고 동생은 이를 받아들여 자기 것으로 만드는 것이 이들 자매의 방식. 김수지는 “잘했으면 좋겠어서 더 냉정하게 이야기하게 된다. 어린 선수라면 좋은 말도 해줄 텐데, 가족이기도 하고, 좋은 말 해주다보면 약해지고 기댈 것 같아서 애초에 자른다”고 밝혔다. ‘힘내라’는 미사여구보다 진심을 담은 조언을 먼저 해주는 자매의 방식에서 오히려 남다른 우애가 읽힌다.

갑작스런 선발출장에서 잊지못할 결과를 만들어낸 김재영은 한 번의 기회를 더 갖게 됐다. 올스타브레이크를 앞두고 열리는 마지막 경기인 오는 20일 한국도로공사전에서도 조송화를 대신해 선발출장할 예정이다. 김재영은 “이번 경기는 정신없이 했는데, 다음 경기는 좀 더 머릿속을 정리해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한때 꿈을 잃고 좌절했던 백전노장의 성공스토리는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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