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조선업 위기는 수치가 말해준다. 영국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가별 수주 잔량 순위에서 한국(1989만 CGT·표준화물환산톤수)은 1위 중국(3049만CGT), 2위 일본(2007만CGT)에 이어 3위로 처졌다. 수주 잔량 기준 1999년 이후 17년 만에 일본에 2위 자리를 내준 것은 더 이상 뉴스가 아니다. 1월 한 달 현대중공업 등 ‘빅3’ 수주는 3건에 그쳤다.
수주 절벽으로 조선업체들이 몰려 있는 거제· 통영·고성지역은 요즘 모진 세월을 겪고 있다. 지난해 1만5000명이 실직한 데 이어 올해는 2만여 명이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체임은 심각하다. 지난해 말 기준 체임액은 581억원으로 2015년에 비해 2.6배, 임금을 받지 못한 근로자는 1만3114명으로 2015년에 비해 2.4배라고 한다. 호시절 ‘지나가는 개들도 만원짜리를 물고 다닌다’는 소리를 듣던 거제에서 이 말은 전설이 된 지 오래다. 경기침체와 유가하락으로 불황이 예견됐는데 당국과 업계가 대비하지 못한 탓이 크다. 조선해양플랜트협회는 “마른 수건을 다시 짜는 심정”이라며 하소연한다. 이런 위기를 알고나 있는지, 대선 후보들은 무책임한 포퓰리즘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수년 후에는 누가 눈물을 흘릴 차례인가.
박태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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