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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봤던 사진 잔상이 아직 생생하다. 설 연휴 전날 연합뉴스가 올린 ‘마산항 떠나는 골리앗 크레인’ 사진이다. 마산항 4부두에서 인부들이 떠나는 크레인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사회2부 데스크를 하던 한 달여 전 이 크레인 해체 작업 기사를 출고한 기억이 있어서다. 700t을 들어올릴 수 있는 이 크레인은 분해된 채 배에 실려 멀어지고 있다. 사연은 이렇다. 크레인 소유 회사는 조선 불황으로 국내 업체에 매각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만 한 덩치를 사겠다는 국내 업체가 없어 루마니아 툴체아 조선소에 헐값에 판 것이다. 스웨덴 ‘말뫼의 눈물’을 떠올리게 하는 ‘마산의 눈물’이다. 2002년 현대중공업이 말뫼 코쿰스 조선소에 있던 128m 크레인을 1달러에 매입해 울산으로 출항하던 날 스웨덴 국영TV가 ‘말뫼가 울었다’고 보도한 데서 연유됐다.

국내 조선업 위기는 수치가 말해준다. 영국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가별 수주 잔량 순위에서 한국(1989만 CGT·표준화물환산톤수)은 1위 중국(3049만CGT), 2위 일본(2007만CGT)에 이어 3위로 처졌다. 수주 잔량 기준 1999년 이후 17년 만에 일본에 2위 자리를 내준 것은 더 이상 뉴스가 아니다. 1월 한 달 현대중공업 등 ‘빅3’ 수주는 3건에 그쳤다.

수주 절벽으로 조선업체들이 몰려 있는 거제· 통영·고성지역은 요즘 모진 세월을 겪고 있다. 지난해 1만5000명이 실직한 데 이어 올해는 2만여 명이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체임은 심각하다. 지난해 말 기준 체임액은 581억원으로 2015년에 비해 2.6배, 임금을 받지 못한 근로자는 1만3114명으로 2015년에 비해 2.4배라고 한다. 호시절 ‘지나가는 개들도 만원짜리를 물고 다닌다’는 소리를 듣던 거제에서 이 말은 전설이 된 지 오래다. 경기침체와 유가하락으로 불황이 예견됐는데 당국과 업계가 대비하지 못한 탓이 크다. 조선해양플랜트협회는 “마른 수건을 다시 짜는 심정”이라며 하소연한다. 이런 위기를 알고나 있는지, 대선 후보들은 무책임한 포퓰리즘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수년 후에는 누가 눈물을 흘릴 차례인가.

박태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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