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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생큐 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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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2-06 01:20:26 수정 : 2017-02-10 15: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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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은 기업사에 ‘황당한 날’로 기록될 것 같다. 우리 시간으로 3일 새벽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트위터에 오른 글, “생큐 삼성, 당신과 함께 하고 싶다.” 삼성전자가 미국에 공장을 지을 수 있다는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의 기사를 보고 올린 글이라고 한다. 전날 서울발 외신 기사를 전재한 기사다.

화들짝 놀란 삼성. 아니라고 하자니 트럼프 심기를 건드릴까 걱정되고, 맞다고 하자니 쏟아부어야 할 돈이 걱정된다. 삼성 본관의 불은 당분간 꺼지기 않을 듯하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을 벼르는 특검 대응에도 바쁜 판에 트럼프 대통령에도 대응해야 하니.

트럼프 대통령의 수완은 놀랍다. 짤막한 기사 한 줄을 보고 “생큐 삼성”을 외치며 삼성의 코를 꿰었으니. 기사를 찰떡같이 믿던 그였다면 또 모르겠다. 틈만 나면 “언론이 거짓말을 한다”며 목청을 높이지 않았던가. 더 웃지 못할 일은 일본에서 벌어졌다. “왜 생큐 재팬이라고는 하지 않는가.” 손정의 일본 소프트방크 대표는 500억달러, 도요타는 100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했는데도 고맙다는 소리 한마디 듣지 못했으니 나오는 소리다. 문득 든 생각, 혹시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을 싫어하는 것은 아닐까.

이런 생각도 하게 된다. 삼성은 좋아할까, 싫어할까.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 후 이재용 부회장을 두 번 불렀다. 첫 번째는 지난해 12월 14일 뉴욕 트럼프타워에서 열린 IT서밋. 이 자리에는 세계 IT산업을 쥐락펴락하는 미 IT거물 14명이 초대됐다. 외국 경영자로는 이 부회장이 유일했다. 두 번째 초청은 지난달 20일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 이 부회장은 모두 가지 못했다. 특검에 발이 묶여 있었으니. 혹시 “생큐 삼성”은 그 연장선상에 있는 것은 아닐까.

어쨌든 삼성은 곤혹스럽다. 그렇다고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 신세로 여길까. 어차피 기업이란 시장을 목초로 삼는 21세기 유목민이 아니던가. 시장을 쫓아 움직여야 한다. 도살장 소 신세로 변한 것은 삼성이 아니라 한국 경제다. 미국 투자는 곧 국내투자 공동화(空洞化)를 뜻한다.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할 쪽은 우리 정치와 국민이 아닐까.

강호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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