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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기획] 복제양 '돌리' 탄생 그후 20년… 줄기세포 연구 어디까지

입력 : 2017-02-19 09:18:01 수정 : 2017-02-19 09:3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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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 쇼크에 줄기세포연구 답보… 기술격차 좁히기 주력 / 유전자 복제, 판도라의 상자 여나 경고 / 인간복제 우려 높았지만 성급한 오해로 / 세포시간 되돌리는 연구 한 걸음씩 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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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복일까 저주 될까’ ‘이번엔 포유동물 복제’ ‘포유동물 복제성공’ ‘영국서… 복제인간 예고’

1997년 2월 복제양 ‘돌리’의 성공을 전하는 국내 일간지 헤드라인들이다. 당시 대중이 느낀 충격이 고스란히 엿보인다. ‘돌리’는 영국 에든버러 로슬린연구소 이언 윌머트 박사에 의해 1996년 7월 태어났다. 세상에 발표된 건 이듬해 2월22일이었다. 복제양의 출현은 즉각적으로 인간복제에 대한 우려를 몰고 왔다. 

복제양 돌리 탄생 직후 인간 복제를 풍자한 1997년 10월 ‘슈피겔’ 표지사진. 히틀러, 아인슈타인, 클라우디아 쉬퍼의 복제인간들이 행진하고 있다.
20년이 지난 현재, 당시의 성급한 오해는 상당수 사그라들었다. 그 사이 세포의 시간을 되돌리려는 줄기세포 연구는 한 걸음씩 전진을 거듭했다. 그러나 난치병 치료 등 인체에 적용하기에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 황우석 사태 후 ‘줄기세포 피로감’에 빠졌던 국내에서도 세계 수준과 격차를 좁이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줄기세포 연구가 발전하려면 조급증을 버리고 원천기술부터 튼튼히 다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세포 발달의 비밀을 찾아… 줄기세포 연구 경쟁

과학계는 ‘돌리’ 이전부터 개구리·쥐·토끼 등의 복제에 성공했다. 그러나 ‘돌리’는 포유류의 난자에서 핵을 제거하고 성숙한 암양의 세포핵을 이식해 유전적으로 똑같은 새끼 양을 만들었기에 파장이 컸다. 1997년 당시 한 일간지는 “유전자 복제기술은 또 다른 ‘판도라의 상자’”라고 바라봤다.

‘돌리’와 황우석 사태로 국내에서는 체세포 배아복제가 곧 줄기세포 연구의 전부처럼 대중에게 각인됐다. 머지않아 난치병을 치료하고 인간복제도 넘볼 수 있으리라는 조급증도 불거졌다. 그렇기에 2005년 황우석 사태가 불러온 반작용은 어마어마했다. 정작 학계에서 체세포 배아복제가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 연세대 의대 김동욱 교수는 “세계적으로 체세포 배아복제를 연구하는 팀은 세 팀 정도”라며 “현재 수정란 배아줄기세포·성체줄기세포·유도만능줄기세포(iPSC) 세 분야가 각각 장단점을 가지고 서로 보완하며 발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복제양 돌리와 윌머트 박사 영국 에든버러 로슬린연구소 이언 윌머트 박사가 2015년 7월 박제된 뒤 에든버러 왕립박물관에 전시된 복제양 ‘돌리’를 방문해 둘러보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성체줄기세포 연구는 가장 실용화가 진척된 분야다. 성체줄기세포는 골수·지방·피부 등 인체에 있는 줄기세포를 말한다. 1961년 캐나다 과학자 어니스트 매컬로와 제임스 틸이 조혈모세포를 발견한 시점으로 역사가 거슬러 올라간다. 이후 30년이 훨씬 지나서야 줄기세포 연구에 중요 역사가 쓰여진다. 1998년 미국 위스콘신대 제임스 톰슨 박사는 인간 배아줄기세포주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한다. 이때부터 인간 배아줄기세포 연구 시대가 열린다.

2006년 또 다른 돌파구가 찾아온다. 일본 교토대 야마나카 신야 박사가 쥐 세포로 유도만능줄기세포를 만든다. 이듬해 야마나카 박사와 톰슨 박사가 각각 어른 피부세포를 배아줄기세포와 비슷한 상태로 전환했다고 발표한다. 유도만능줄기세포는 성인의 체세포에 특정 유전자들을 집어넣어 미분화 상태로 되돌린 세포다. 수정란 사용 등 윤리 문제가 걸리지 않아 세계적으로 크게 주목받고 있다. 
세계 최초로 인간 복제 배아줄기세포를 만들었다는 슈크라트 미탈리포프 오리건대 교수. 오리건대 제공
황 박사가 시도한 체세포 복제를 통한 인간 배아줄기세포 확보는 2013년에서야 성공한다. 미국 오리건대 슈크라트 미탈리포프 교수팀이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을 가져갔다.

◆국내 기술 격차 여전… 근시안적 정책 버려야

줄기세포 연구는 여전히 걸음마 단계다. 배양·분화 기술, 이식 시 부작용, 실질적 치료 효과 도출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 그만큼 잠재력도 크다. 시장조사업체 프로스트&설리번은 세계 줄기세포 시장이 매년 20% 넘는 성장을 거듭해 2013년 400억달러(약 47조800억원)에서 2018년에는 1177억달러(약 138조5500억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조사업체 트랜스패런시는 이 중 골수 이식 등 성체줄기세포 비중이 86%에 달하고 인간배아줄기세포 시장이 8.3%, 유도만능줄기세포가 3%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내 줄기세포 관련 예산은 2012년에 처음으로 전년보다 67% 증액돼 1155억원이 투입됐다. 이후 2013년 1179억원, 2014년 1202억원, 2015년 1162억원(추정)으로 1000억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미국의 경우 연방정부 예산 외에도 캘리포니아 재생의료기구를 통해 올해까지 10년간 30억달러(약 3조5000억원)를 줄기세포에 투자했다. 일본은 야마나카 교수가 있는 교토대에만 10년간 319억엔(약 3300억원)을 투입한다. 가톨릭대 의대 오일환 교수는 “국내 예산이 선진국보다 적은 편인데, 이마저 제품화 연구에 많이 할당돼 정말 필요한 기초 연구 투자는 상대적으로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국내 줄기세포 연구의 현주소는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 줄기세포 기초 원천기술은 선진국보다 약한 면이 있고, 줄기세포 기술의 응용 분야에서는 상당히 앞서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과학기술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줄기세포 분화·배양 기술은 2014년 기준 세계 최고 수준의 84.8%, 기술격차는 2.4년이 뒤졌다. 줄기세포 치료기술 역시 2014년 기준으로 세계 최고와 비교하면 85% 수준, 기술격차는 3년이었다. 반면 기술 응용에 해당하는 줄기세포 치료제로는 2011년 국내에서 하티셀그램-에이엠아이를 시작으로 4개 제품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았다. 해외에서는 유럽연합과 캐나다, 일본이 각각 하나씩 줄기세포 치료제를 허가했다.

그러나 기초 연구를 강화하지 않는 한 실용화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단기전으로 성과를 보려는 정책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오 교수는 “줄기세포 연구가 이제 싹트는 단계인데 우리 사회에는 줄기세포 연구 10년 해서 뭐가 나왔느냐, 성과가 없지 않은가 하는 초조함과 성과 지상주의가 있다”며 “정부에서 최근 전시형 성과를 원하다보니 원천기술보다는 표시가 잘 나는 제품화·임상시험 등에 주로 지원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오 교수는 이어 “원천기술과 실용화는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 실용화에 꼭 필요한 게 원천기술”이라며 “근시안적으로 과학에 접근하면 안 되고 근본 역량을 키우기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최근 줄기세포 연구와 관련해서는 두 가지 이슈가 불거지고 있다. 지난해 의원입법된 ‘첨단재생의료의 지원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 그 하나다. 이 법에서는 면역세포·줄기세포 치료 시 복잡하고 긴 임상시험과 식약처 허가를 거치지 않도록 규제를 완화했다. 대신 보건복지부 산하에 심의위원회 등을 만들어 허가를 내준다는 것이다. 줄기세포 학계에서는 곧장 우려를 표하며 반발했다. 오 교수는 “성체줄기세포 치료제 연구가 진척이 없는 이유는 10여년간 임상시험 결과 문제가 드러났고 이를 해결할 핵심 기술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지 임상 기회가 없어서가 아니다”라며 “애초에 주머니가 비었는데 그걸로 뭔가를 만드는 자체가 문제”라고 꼬집었다.

난자 사용 규제 완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현재 법에서는 폐기 예정인 동결 난자와 미성숙·비정상 난자 등만을 줄기세포 연구에 사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채취 후 얼마 지나지 않은 비동결 난자를 사용하도록 해 달라는 요구가 있어왔다. 제주대 생명공학부 박세필 교수는 “현재 규정된 난자로 핵이식 맞춤형 줄기세포를 만들기는 하늘의 별 따기”라며 “최소한 미국·영국과 동일한 수준으로 가이드라인을 수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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