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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위기의 ‘고법판사제’… 법관들 줄퇴직

입력 : 2017-02-15 19:13:26 수정 : 2017-02-15 19: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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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새 16명 법복 벗어 / 대법, 사법개혁 일환 2011년 도입… 고법부장 승진 탈락자 퇴직 막고 전문성 제고·하급심 부실화 방지 / 2015년 말부터 폐지 등 말 돌아… 미래 불투명 해지자 사직 는 듯 / 일각선 “전관예우 논란 부추겨”
유능한 중견 법관들이 고등법원 부장(재판장) 승진에서 탈락한 뒤 조기 퇴직하는 것을 막고 재판의 전문성 제고와 전관예우 방지 등을 꾀하려고 도입한 ‘고법판사’ 제도가 흔들리고 있다. 제도 도입 후 5년간 5명에 그쳤던 고법판사 퇴직자가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무려 16명으로 껑충 뛰었다. 제도 자체의 불안정성이 도입 취지와 달리 유능한 판사들의 퇴직을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9일 단행된 법원 인사에서 서울고법 소속 5명을 포함해 9명의 고법판사가 법복을 벗었다. 고법판사 제도 도입 첫해인 2011년부터 2015년까지 5명에 불과했던 퇴직 고법판사가 지난해 7명에 이어 크게 는 것이다. 

서울고법의 한 판사는 “개인 사정 등 여러 가지 퇴직 사유가 있겠지만 고법판사 제도의 향방이 불투명해지면서 판사들의 불안감이 사직 결심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 것 같다”고 말했다.

고법판사 제도는 대법원이 2010년 사법개혁의 하나로 내놓은 ‘법관인사 이원화’ 방안이다. ‘고법부장 승진제 폐지’를 핵심으로 1심인 지방법원 판사와 2심인 고등법원 판사를 분리해 정년 때까지 해당 법원에서 근무하도록 한 것이다. 고법 부장판사로 승진하지 못한 지법 부장판사들의 퇴직과 이에 따른 하급심의 부실화를 막기 위한 조치다. 법관들이 무더기로 퇴직하면서 불거지는 전관예우 논란 해소 효과도 노렸다. 보통 판사 경력 15년 이상의 지법부장 1∼4년차를 대상으로 고법판사를 지원받는데 한동안 ‘재수생’이 있을 정도로 인기가 좋아 경쟁이 치열했다.

그러나 2015년 말 대법원이 당초 ‘사법연수원 25기 판사들이 고등부장 승진 대상이 되는 시점(2018년 2월)부터 더 이상 고등부장 승진 인사를 단행하지 않겠다’던 입장에 변화를 시사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당시 법원행정처는 “고법판사(대상) 인원이 크게 늘어난 25기 이하에 대해서도 법관인사의 안정성을 확보하면서 고등법원 재판의 질을 향상할 수 있는 방안을 계속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놓고 고법판사들 사이에선 “법원행정처가 효율성 등을 문제 삼아 제도 운영에 회의적이어서 사실상 폐지 수순이다”, “어떻게 할 것인지 명확한 설명이 없어 불안하고 실망스럽다”는 등의 얘기가 나도는 실정이다.

서울고법의 한 판사는 “지법 재판장으로 일하는 동기들과 달리 고법에서 사실상 배석 판사와 비슷한 생활과 강도 높은 업무량에 지쳐 있는 판사가 적지 않다”며 “이런 상황에서 지법 부장이던 동기가 고법 부장으로 승진해 들어오면 상대적 박탈감을 느껴 사직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전관예우 논란이 더 커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이번에 퇴직한 서울고법 판사 5명 중 4명이 국내 1위 로펌인 김앤장으로 옮겼고 나머지 1명도 다른 대형 로펌에 들어갔다고 한다. 특히 이들은 ‘전관예우 방지법’(퇴직 후 1년간 최종 근무지의 소관 사건을 수임하지 못함)을 피해 대기업 관련 등 굵직한 사건이 몰리는 서울중앙지법 관할 사건을 맡을 수 있다는 점에서 대형 로펌들의 매력적인 영입 대상으로 꼽힌다.

법조계 관계자는 “서울고법에서 퇴직한 판사들은 서울고법의 항소심 사건만 수임이 금지될 뿐 서울중앙지법의 중요 사건에 바로 투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법원 측은 “법조일원화와 평생법관제 등으로 바뀌는 법관 인사 환경에 맞춰 기존의 인사관행이나 패턴 등에도 상당한 변화와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고법부장 직위의 존치 여부와 관련해 고법 재판의 효과적인 진행 등을 고려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장혜진 기자 jangh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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