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광화문광장에서는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이 주최한 16차 촛불 집회가 열린 가운데, 노란 리본을 단 태극기가 등장했다. ‘말하라, 어두워지기 전에’ 등으로 유명한 노혜경 시인이 제안해 시민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후원금을 모아 태극기 5000개를 주문했다. 세월호를 추모하는 노란 리본을 만드는 봉사 단체 ‘노란리본공작소’가 이 태극기를 전달받은 뒤 노란 리본을 깃발 꼭대기에 달아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에게 나눠줬다.
노란리본공작소가 촛불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에게 나눠준 노란 리본이 달린 태극기의 모습. 권지현 기자 |
공은주(48·여)씨는 “의미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우리도, 태극기 집회 참여자들도, 생각이 다를 뿐이지 다 같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며 “태극기가 우리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의 전유물인 건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리본을 없앤 태극기를 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태극기 집회와 촛불 집회 참여자 모두 똑같은 태극기를 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참가자 김성배(52)씨도 “태극기는 우리나라와 민족을 상징하는 것”이라며 “그간 태극기가 특정 세력의 상징처럼 쓰여 원래 뜻을 잃는 것 같았는데, 노란 리본이 달려 의미를 되찾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노란 리본이 달린 태극기는 민족의 애환을 상징한다”고도 덧붙였다. 노란 리본 태극기 제작에 참여한 자원 봉사자 김계봉(43)씨는 “극단적으로 양분화된 현 집회 양상을 진정시키고 통합을 도모하자는 의미로 봉사하게 됐다”고 뿌듯해했다.
노란 리본 태극기를 든 촛불 집회 참가자 신윤정씨. 신씨는 “우리나라 국기는 촛불 집회 참가자들이 드는 게 마땅하다”고 말했다. 권지현 기자 |
박모(41·여)씨는 “태극기에 리본을 다는 것은 물타기다. 촛불보다 태극기 집회 인원이 많아지니 태극기에 편승하려 한다”며 “우리처럼 순수하게 태극기를 든 게 아니다”고 분노했다. 또 다른 참가자 민모(55·여)씨는 “태극기에 리본을 다는 건 태극기를 훼손하는 것”이라며 “정 노란 리본을 태극기에 달고 싶으면 한 손에 태극기, 한 손에 노란 깃발을 들면 되지 않냐”고 반문했다. 소성우(54)씨는 “누구든지 태극기를 드는 것은 대환영”이라면서도 “태극기를 드는 의도는 나라를 위한 것이어야지 다른 뜻이 첨가되면 안 된다”고 잘라 말했다.
퇴진행동과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는 각각 광화문광장과 대한문 앞에 80만명, 250만명이 운집했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 취임 4주년인 25일에는 양측이 대규모 집회를 벌일 예정이다.
권지현·이창훈 기자 macar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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