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로 시설에 맡긴다 해도 여전히 비용 부담이 크고 마음이 불안하다.”(2010년대 맞벌이 여성)
지난 10년간 정부가 저출산 대책의 하나로 예산을 집중 투자한 분야는 보육이었다. 보육 시설 확충은 단기간에 모든 근로자의 일·가정 양립을 도와줄 수 있는 방편이었다. 근로시간 단축, 육아휴직 활성화 등은 직장 내 문화를 개선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지만 보육 인프라 확충은 예산 투입만으로 이룰 수 있는 작업이었다.
19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어린이집·유치원 등 보육시설의 수는 2005년 2만8367개에서 2015년 4만2517개로 10년간 2배 정도 늘어났다. 시설을 이용하는 아동 수도 98만9390명에서 145만2813명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집행한 21조7412억원의 저출산 대책 예산 중 54%가 보육에 쓰일 정도로 보육은 저출산 대책의 핵심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부모가 믿고 맡길 수 있는 공적보육시설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설치가 쉬운 민간시설을 늘리는 방식으로 인프라가 확충되면서 보육시설이 일·가정 양립에 큰 기여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보건사회연구원은 최근 내놓은 ‘출산억제에서 출산장려로-한국 인구정책 50년’ 보고서에서 “공적 보육시설의 부족이 일·가정 양립과 아동의 출산과 양육에 중요한 장애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2015년 기준 전체 어린이집 수 대비 국공립 어린이집의 비율은 6.2%에 불과했다. 대신 민간이 72.8%를 차지했다. 아동 수로도 국공립 비율은 11.4%로 10명 중 1명만이 국공립 어린이집을 이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공적 보육시설의 대기자가 보육시설 정원의 100%를 초과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고 어린이집에 대해 만족하지 못하는 부모들도 많다.
부모들이 공적 보육시설을 선호하는 이유는 민간에 비해 서비스의 질이 높은 데다 규모가 커서 종일보육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시설에서 종일보육이 이뤄지지 않아 아이를 돌봐줄 베이비시터를 고용한 부모들은 2015년 기준 월평균 119만3000원을 지불했다. 또 가사도우미에게는 87만7000원, 아이돌보미 61만원, 비혈연 동거인 49만2000원, 이웃에게 44만3000원을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예산정책처 관계자는 “정부가 집중적인 투자를 하고 있는데도 보육서비스의 질과 부모 부담이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며 “국공립 어린이집 확대를 통해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획취재팀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