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세계초대석] “청소년 ‘4강 신화’ 안방서 재현하게 지원 아끼지 않겠다”

입력 : 2017-02-21 21:07:47 수정 : 2017-02-21 21:07:46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2017년 상반기 한국 축구계는 세계인의 주목을 받게 된다. 잠시도 고삐를 늦출 새 없이 큰 축구 행사를 연이어 치를 예정이기 때문이다. 오는 3월부터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노리는 슈틸리케호가 2018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에 나서며 운명의 시험대에 오른다. 이어 4월에는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아시안컵 최종예선에 출전한 여자 대표팀이 북녘 땅 평양에서 역사적인 남북전을 치른다. 여자 대표팀의 방북은 1990년 남북통일축구 이후 두 번째다.

무엇보다 한국 축구가 온 신경을 곤두세우는 것은 바로 오는 5월 20일 한국에서 최초로 개최되는 20세 이하 국제축구연맹월드컵(FIFA U―20 월드컵 코리아 2017)이다. 총 24개국(52경기)이 참가해 6개 도시에서 펼쳐지는 U―20 월드컵은 최소 100만명 이상의 관중이 예상되는 ‘빅 이벤트’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지난 8일 서울 용산 아이파크몰 집무실에서 한국 축구의 체질 개선을 위한 당면 과제를 설명하고 있다.
남정탁 기자
최근 FIFA의 최고 집행 기구인 FIFA 평의회 위원 선거에 재출마한 정몽규(55) 대한축구협회장은 U―20 월드컵의 성공적인 개최를 통해 한국 축구의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8일 서울 용산 아이파크몰 집무실에서 만난 정 회장은 “U―20 월드컵은 한국 축구의 미래인 유망주들의 기량을 향상시킬 수 있는 기회다. 세계 선수들과 경쟁하면서 한국 축구의 고질적인 약점으로 지적됐던 자신감 부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이번 대회가 끝나면 승패를 떠나 재미있는 경기를 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겠다. 유소년들이 공을 많이 가지고 놀 수 있도록 8대8이나 6대6 축구를 활성화하겠다”고 밝혔다.

― 3월에 열리는 U―20 월드컵 테스트이벤트를 비롯해 대회 준비는 잘 되고 있나. 홈에서 열리는 대회인 만큼 성적 욕심도 내야 할 것 같은데.


“테스트이벤트는 U―20을 앞두고 열리는 4개국 친선 경기다. 참가국은 U―20 월드컵 출전이 확정된 팀을 중심으로 물색하고 있고 3월 초쯤 확정될 것 같다. 현재 여러 가지 사건으로 체육계가 홍역을 앓고 있고 축구계도 예외가 아니지만 한국은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수준급의 경기 운영을 했기 때문에 당시 노하우를 살려 대회를 준비한다면 차질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테스트이벤트를 통해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분석한 뒤 본 대회 준비에 만전을 기할 생각이다. 대회 성적은 최소 4강 진출이 목표인데 앞서 1983년 멕시코 대회에서 이룬 ‘4강 신화’를 안방에서 재현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

― 아직 U―20 월드컵 관심이 크지 않다. 이 때문에 스폰서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모바일 티켓 판매도 부진한데 대회 붐을 일으킬 방안이 있나.

“U―20 월드컵은 중앙 정부에서 지원금이 한 푼도 나오지 않아 적자 월드컵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그러나 오는 2월 말 아프리카 U―20 지역예선이 끝나고 3월 15일 조 추첨이 진행되면 티켓 판매가 급증할 것으로 기대한다. 대회 흥행의 관건은 경기력이다. 이번 대회는 FC바르셀로나의 한국 유망주 ‘3총사’인 이승우(20), 백승호(19), 장결희(19)뿐 아니라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특급 유망주들이 한데 모여 진검승부를 겨루는 만큼 경기 수준이 상당히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홈팀인 한국이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대회 열기를 대폭 끌어올릴 수 있다. 또한 결승전에는 FIFA 지아니 인판티노 회장이 방한할 예정이라 여러모로 대회 흥행 요소가 많다. 다만 숙박 및 편의시설 확충은 대회 전까지 문제가 없도록 준비할 계획이다.”


― U―20 월드컵을 보러 국내외 관람객 100만여명이 한국을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회 유치에 따른 효과는.

“U―20 월드컵 개최도시는 각 도시마다 시설 정비 등에 따른 고용창출 효과와 선수단 숙박 및 식사비용, 관광객 특수에 따른 생산유발 효과 등 총 2000억원 이상의 직간접 경제적 파급 효과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전주에서 열리는 개막식은 선수단 전원을 포함해 한국을 찾은 외국 관중들이 빼놓을 수 없는 행사로 직접적인 경제효과가 200억여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더불어 각 개최도시의 고유 역사·문화자원을 활용한 관광 상품 개발과 지역 축제와 연계한 고부가가치 문화산업 활성화로 장기적인 관광객 유치 증대 효과가 기대된다.”

― 지난달 26일 FIFA 평의회 위원 선거에 출마했다. 2015년에 이어 두 번째 도전인데 당선 가능성을 어느 정도로 보나. 당선되면 한국 축구 발전에 어떤 도움이 되는가.

“오는 5월 8일 바레인 AFC 총회에서 열리는 FIFA 평의회 위원 선거에서 아시아에 배당된 남자 위원은 총 세 자리다. 현재 쿠웨이트의 셰이크 아마드 알 사바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회장과 장지안 중국축구협회장, 마리아노 바라네타 필리핀축구협회장 등 나를 포함해 4명이 후보로 등록했다. 4명 중 3명이 당선되기 때문에 확률적으로는 꽤 높은 편이다. 그간 AFC에서 부회장과 심판위원장, 아시안컵 조직위원회 부위원장으로 활동하며 회원국 대표들과 폭넓게 교류했기 때문에 이번만큼은 자신이 있다. 평의회 위원이 되면 세계 축구계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입장에 서기 때문에 한국의 위상이 높아지고 축구계에서 의견을 낼 때 목소리가 훨씬 커질 수 있다. 또한 한국의 축구 심판이나 지도자들의 해외 진출도 이전보다 더 수월해질 것으로 본다.”

― FIFA가 월드컵 본선 참가국을 2026년 월드컵부터 현행 32개국에서 48개국으로 늘리기로 했다. 한국 축구의 득실을 따져 본다면.

“대체적으로는 긍정적인 영향이 더 클 것이라고 본다. 한국 대표팀이 월드컵 본선에 8회 연속으로 진출하는 업적을 쌓았지만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매번 고비를 넘겼다. 또 예선을 통과하는 데만 집중해 정작 본선에서는 발전된 기량을 선보이지 못한 일이 많았다. 한국이 좀 더 월드컵에 쉽게 진출할 수 있게 되면 한국 축구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데 역량을 더 쏟을 수 있다. 또한 월드컵 48개국 체제가 되면 2개국 내지 3개국에서 공동 유치가 가능하다. 현재 한·중·일 3국이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경쟁 관계에 있는데 월드컵 공동 유치를 통해 동아시아에 평화를 가져올 계기를 만들 수 있다. 일각에선 월드컵 참가국이 많아지면 대회의 수준이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하지만 상위 토너먼트에서는 결국 강호들의 대결이 펼쳐질 것이기 때문에 그런 우려는 기우에 불과하다.”

― 대한축구협회는 오는 5월 개최 예정인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여자 15세 이하(U―15) 축구 페스티벌 유치에도 도전장을 냈다. 유치 가능성은 얼마나 되나.

“한국 축구의 미래는 유소년 육성 시스템에 달려 있다. 대한축구협회는 2014년 유소년 육성프로젝트 ‘골든에이지’를 출범해 월 2회씩 지역 센터 훈련을 진행하면서 우수한 선수들의 기량을 향상시키고 해외 유학 등을 돕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한국 축구의 수준이 정체된 것은 축구 강국들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골키퍼가 공을 소유했을 때는 빌드 업 대신 롱킥으로 일관하고 수비수도 공을 걷어 내는 데 급급해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한다. 앞으로 한국 축구를 짊어질 유소년들에게 세계 대회의 유치를 통해 자신감을 심어주려 한다. 유치 가능성은 50% 이상으로 본다. 대회가 열리기 위해선 EAFF 가입 10개국이 개최국에서 자유롭게 입·출국을 해야 하는데 경쟁 국가인 북한, 중국 등보다 한국의 입·출국이 자유로운 편이라서 개최 조건이 더 좋다고 본다.”

― 여자 대표팀이 오는 4월 아시안컵 북한 평양 원정경기를 앞두고 있다. 남북 교류를 활발히 하기 위해 어떤 전략을 세웠나.

“아시안컵 예선은 AFC에서 주최하기 때문에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해 특별한 행보를 걷기보다는 대회 규정에 따라 움직여야 한다. 하지만 한국 선수단이 북한을 방문해서 경기를 펼치는 것은 예정대로 진행되며 평양에 태극기가 게양되고 애국가가 방송되는 등 경기 외적인 사항은 사전에 북한 측과 합의를 봤다. 또 5월에 한국이 EAAF U―15 대회를 유치하게 된다면 북한팀의 참가를 적극 추진해 축구 교류를 이어갈 수 있도록 하겠다. 특히 북한 여자 축구는 세계 정상급이기 때문에 경기력 측면에서도 한국이 배울 점이 많다.”

― 지난해 7월 축구협회장 연임에 성공했다. 그동안의 활동을 나름대로 평가하고 앞으로 비전을 알려달라.

“성과도 있었지만 아쉬웠던 순간도 많았다. U―20 월드컵 유치에 성공하면서 한국이 FIFA 주관 대회인 월드컵, 컨페더레이션스컵, U―17 월드컵을 모두 개최하게 된 점은 고무적이다. 그러나 현재 외면받는 K리그의 부흥을 일으키는 것과 한국 축구의 체질을 개선하는 데는 크게 진척이 없었다. 이 때문에 앞으로 근본적인 접근을 하려고 한다. 프로축구를 5부 리그까지 확장하고 여자 축구와 유소년 축구의 발전과 활성화 등을 이루기 위한 ‘비전 해트트릭 2033’ 프로젝트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서 한국 축구의 경쟁력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리고자 한다. 유럽의 축구 강국처럼 자국 리그가 기본적으로 탄탄해야 스타 선수가 배출되고 대표팀의 기량이 올라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시설 인프라 확충과 고품격 축구 문화 조성, 대한축구협회 브랜드 파워 강화 등을 통해 세계 축구 선진국들과의 격차를 좁힐 수 있도록 열심히 달려보겠다.”

정리=안병수 기자 rap@segye.com

대담=최현태 체육부장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1962년 서울 출생(55) ●용산고 ●고려대 경영학 학사 ●옥스퍼드대학교 대학원 정치학 석사 ●주식회사 현대자동차 회장 ●한국자동차공업협회 회장 ●현대산업개발 회장 ●제9대 한국프로축구연맹 총재 ●제52대 대한축구협회 회장 ●동아시아축구연맹 부회장 ●제53대 대한축구협회 회장 ●아시아축구연맹 부회장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민 '우아하게'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