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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내외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내린 심사숙고 끝의 결정이다. 이날 결정에서는 한은이 처한 딜레마가 읽힌다. 성장세 회복을 위해 금리를 더 내리자니 가계부채 급증이 걱정이다. 미국 금리 인상이 시작된 만큼 한은도 언젠가는 기준금리 인상을 검토해야 할 진실의 순간에 대비해야 한다. 금리가 인상되면 원리금 상환액이 급증하면서 한계상황으로 내몰리는 가계가 생겨난다. 금통위원을 지낸 강명헌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올리지도 내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그래서 동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총재도 가계부채에 대한 걱정을 내비쳤다. “GDP(국내총생산) 대비 가계부채 총량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 거시정책 관점에서 총량이 많고 미시적으로 봐도 취약가구가 문제”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가계부채를 가볍게 볼 수 없는 이유는 올해 들어 시장 금리의 상승 압력과 대내외 금융경제 여건의 불확실성으로 취약차주의 채무상환이 걱정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가계부채는 작년 말 1344조3000억원으로 1년 새 141조2000억원(11.7%)이 늘었다. 이 총재는 가계부채가 한국의 금융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가계부채 부실화로 문을 닫는 은행이 나오지는 않을 것이란 얘기다. 한은의 금리 행보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윤석헌 서울대 경영대 객원교수는 “진작 금리를 올려 가계부채 급증세를 잡았어야 하는데, 계속 엉거주춤하다가 가계부채만 급증했다”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지금 한은이 할 일은 별로 없다”고 말했다.
류순열 선임기자, 염유섭 기자 ryoos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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