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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진의 밀리터리S] 한·미·일 대잠전 훈련으로 북 잠수함 잡는다?

관련이슈 박병진의 밀리터리S , 디지털기획

입력 : 2017-04-03 17:18:32 수정 : 2017-04-03 17: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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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일 대잠수함 작전에 투입된 한국 해군 전력.
한·미·일 3국이 3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탑재한 북한 잠수함 위협에 대응해 연합 대잠수함전 훈련에 돌입했다. 지난 2010년 3월 천안함 폭침 사건 이후 한·미 간 대잠전 훈련이 수시로 이뤄져 왔으나 일본이 가세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한·미·일 3각 공조를 통해 북한 잠수함 위협에 대응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국방부는 “한·미·일 3국 간 대잠전훈련은 작년 12월 한·미·일 안보회의(DTT)에서 논의된 이후 최초로 시행되는 것”이라며 “점증하는 북한 핵과 미사일 도발 위협에 대한 3국의 강력한 대응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 TV가 공개한 신포급 잠수함에다 SLBM을 싣는 모습.

◆북한 SLBM 탑재 잠수함 위협은 어느 정도?

지난해 8월 25일 북한은 최대 사거리 2400㎞로 추정되는 SLBM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

불과 4개월 전인 그해 4월 23일에 있었던 SLBM 발사 시험에서 있었던 최대 비행거리 30㎞를 15배 가량 늘린 것이다. 당시 북한의 SLBM 발사에 대해 “정밀분석 중이나 점화된 미사일이 SLBM이 갖춰야 할 최소거리(300㎞ 정도)에 크게 못미치는 30㎞ 정도를 비행하는데 그쳤다”며 애써 의미를 축소했던 군 당국은 뒤통수를 얻어 맞았다.

북한이 잠수함 장착 미사일의 수중 사출기술인 ‘콜드 론치’(Cold Launch) 기술을 확보한데다 1·2단 고체로켓 분리에도 성공한 것으로 관측됐다. ‘워싱턴 프리비컨’ 등 미국 언론매체 보도 등을 종합할 때 북한은 2015년 5월 8일 처음으로 SLBM 수중 사출시험을 실시한뒤 그해 11월 28일과 12월 25일에도 동일한 시험을 반복했다. 이후 2016년 4월과 8월 발사까지 모두 5차례 시험을 통해 우리 군 당국의 예상을 깨고 성공을 일궈낸 셈이다. 이러한 북의 단계적 시험 발사는 SLBM이 실전배치 직전 단계까지 다가선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북 SLBM 북극성-1.

한·미 정보당국은 북한이 지난해 수중 사출시험한 SLBM을 ‘KN-11’(북한명 북극성-1)이라고 명명했다. KN-11은 옛 소련의 SLBM인 R-27(SS-N-6)를 모방해 개발한 무수단 미사일과 모양이 매우 흡사하지만 길이가 짧다. 지름 1.5m, 길이 8.9 m로 추정된다. 탄두 형태도 다소 차이가 있다.

SLBM은 탐지가 어려운 잠수함의 특성 때문에 지상발사 탄도미사일보다 한층 더 위협적인 무기다. 북한이 핵탄두를 500~600㎏ 수준으로 소형화하는데 성공했다면 머잖은 장래에 SLBM에도 핵탄두를 탑재할 가능성이 높다. 2014년 6월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북한의 핵무기 소형화를 상당 수준”으로 평가했고, 그해 9월 새뮤얼 라클리어 미 태평양사령관도 “북한이 핵탄두 소형화 능력을 이미 갖췄다”고 언급한 바 있다.
북한 SLBM 발사 일지.

군사전문가들도 북한의 지속적인 SLBM 사출시험 최종 목표는 핵탄두 탑재에 있다고 말한다. 핵탄두를 장착한 사거리 3000∼4000㎞대 미사일을 잠수함에다 장착하고는 언제 어디서든 은밀 타격에 나설 수 있다면 북한의 군사적 위협 강도는 배가된다고 할 수 있다. 북한 핵과 미사일에 대응하기 위한 우리 군의 킬 체인(Kill Chain)을 무력화할 수 있는 무기가 현실화한 것이다.

때문에 군 당국이 기존의 대북억지력만으로 북한을 견제 내지 대응하기란 버거울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SLBM을 실전배치한다면 그야말로 우리에게는 재앙이 될 수 있다”면서 “아직 징후가 포착되지는 않았지만 북한이 3000t급 잠수함을 건조해 3발 이상의 SLBM 탑재에 나설 것이란 전망까지 있어 전반적인 대응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이 지난해 4월 공개한 SLBM 발사 장면.

◆대잠수함작전과 그 한계는?

이러한 북한 SLBM 위협에 맞서는 가장 효과적인 대응 수단이 바로 대잠수함전(Anti-Submarine Warfare)이다.

우리 해군은 1992년 10월 독일 Kiel에 있는 하데베(HDW) 조선소에서 첫 209급 잠수함인 ‘장보고함’ 인수를 계기로 세계에서 43번째 잠수함 보유국이 됐다. 국력에 비해 다소 늦은 감이 없지 않았으나 이후 지속적으로 잠수함 전력을 키워 왔다. 해군은 잠수함을 운용한 지 3년 만인 1995년 한반도 영해를 벗어나 괌까지 원거리 항해훈련에 나섰고, 1998년에는 미 해군이 주관하는 환태평양 훈련(림팩)에 참가해 항공모함을 비롯한 13척의 함정을 가상으로 격침시키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해군의 209급 잠수함과 링스헬기.

그러나 2010년 3월 북한 잠수함이 쏜 어뢰에 천안함이 침몰하면서 한계에 봉착했다. 우리 군 점수함 전력만으로 북한 잠수함 전력과 기습적인 도발에 맞서기가 역부족이었다는 점을 드러낸 것이다.

미 해군과 연합해 매년 수시로 대잠전을 개최하게 된 배경이다. 대잠전이란 적 잠수함을 포착·식별해 적의 해상작전을 방해·저지하거나 필요에 따라 적을 완전히 격파하는 해상작전을 말한다. 대잠전은 감시와 식별, 포착 및 추적, 공격 및 섬멸의 3단계로 구분할 수 있는데 이러한 대잠전의 원활한 수행을 위해서는 작전기반, 탐지장비, 공격무기가 있어야 한다. 과거의 대잠전이 단순히 적 잠수함을 포착하고 격침시키는 형태로 진행됐다면 현대의 대잠전은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보다 복잡한 절차와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로인해 현대전에서 잠수함을 동원한 기습 공격을 사전에 감지하고 회피하기란 쉽지 않다. 바다 밑은 육지와 다르다. 눈에 보이는 경계선이 있는 것도 아니고 조류로 인해 시시각각 그 모습이 바뀌기 때문에 철통같은 경계 역시 말처럼 쉽지 않다. 탐지수단과 대응무기 등이 눈부신 발전을 거듭했다고는 하나, 아직도 100% 완벽한 탐지와 추적, 요격이 힘들다는 의미다.

문근식 한국국방안보포럼 대외협력국장은 자신의 저서(왜 핵추진 잠수함인가)에서 “한·미 해군끼리 상호 간섭없이 탐지와 추적 작전이 용이한 연합작전 매뉴얼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장기적 대응책으로 한국 해군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와 장시간 해상작전이 가능한 해상초계기 도입, S-3 요격 미사일의 이지스구축함 장착 등을 골자로 한 수중 킬체인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동훈련 중인 일본 해상자위대.

◆일본이 대잠전에 가세한 배경은?

한·미 대잠수함 적전에 일본이 동참한 것은 둘보다는 셋이 뭉치면 북한의 위협에 더욱 효과적인 대응에 나설 수 있다고 판단한 때문이다. 일본 해상자위대의 무대인 동해상에서 우리 해군과 중첩해서 방어망을 구축할때 배가되는 시너지 효과를 주목했다고 볼 수 있다. 사실 일본의 해상전력은 우리 해군에 비해 월등하다. 일례로 우리 해군 해상초계기는 10여대에 불과한 반면 일본의 경우 100여대에 달할 정도다.

독도 영유권 문제와 위안부 인식에 따른 한·일 간 감정싸움이나 갈등보다 한·미·일 3각 군사협력이 우선이라고 보는 미국의 영향력이 크게 작용했다는 점도 부인하기 어렵다. 북한의 SLBM 실전배치가 동북안 안보 지형도를 바꿀 정도의 ‘게임 체인저’(Game Changer)가 될 정도로 다급해진 것으로도 풀이된다.

지난해 11월 한·일 군사비밀보호협정(GSOMIA) 체결을 계기로 향후 일본과의 군사협력은 더욱 증대될 것으로 점쳐진다.

최동주 숙명여대 교수는 “일본의 군사대국화 빌미를 제공하는 측면이 없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될 수 있으나 현실적으로 일본과의 공조를 뿌리치기 어려운 것은 그만큼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점증된 탓”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한·미·일 연합 대잠전에는 우리 해군 구축함 강감찬함과 링스 대잠헬기 1대, 미 해군 이지스구축함 맥캠벨함과 MH-60 대잠헬기 1대, P-3 해상초계기 1대, 일본 해상자위대 구축함 사와기리함과 대잠헬기 1대 등이 참가한다. 이들은 가상의 적 잠수함을 탐색·식별·추적하고 관련 정보를 교환하는 연습을 하게 된다. 효율적인 대잠 작전 수행을 위해서는 대잠 전력 간 상호 단점을 보안할 수 있는 체계적이고도 종합적인 운용이 필요하다. 북한 잠수함 기지 입구나 잠수함이 자주 왕래하는 병목지점에 우리 측 잠수함을 배치하고 이동로나 침투 예상 지역에는 수상함과 대잠초계기, 대잠헬기를 상시 배치해 감시 정찰을 강화해야 하는 시점에 와 있다.

군 소식통은 “일본의 대잠전 참가는 GSOMIA 후속조치와 미국의 안보전략, 북한 핵 위협이 실타래처럼 얽힌 결과”라며 “한·미·일 3국은 이번 훈련을 통해 북한 잠수함과 SLBM 위협에 따른 방어기재를 마련하는 등 다양한 조치를 취해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박병진 군사전문기자 worldp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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