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형태의 학교 탄생은 고등교육기관의 존립까지 위태롭게 한다. 인터넷 또는 화상플랫폼을 통한 저가 수업을 무기로 내세운 사이버대학·디지털대학의 출현이 경쟁력 약한 대학을 폐교로 몰아가고 있다. 미국에서는 연평균 10∼20개 대학이 문을 닫고 있다.
미국만의 일이 아니다. 한국에서도 문 닫는 학교들이 줄을 잇고 있다. 서울 집중화 현상이 두드러진 1990년대 이후 시골초등교가 폐교 위기에 내몰렸다. 1947년 개교한 안동 송천초등교는 2007년 재학생이 17명으로 쪼그라들었다. 한때 학생 500명에 달할 정도로 동네에서 운집 규모가 제일 컸다. 폐교 지정된 지 2년 만에 전학생 유치에 성공하면서 간신히 살아남았다. 그렇지만 다른 시골 학교들은 바람을 거스를 수 없었다.
서울도 폐교 위기에 예외가 아니다. 사립학교인 서울 은혜초교는 2월 폐교를 선언했다. 올해 신입생은 30명. 서울에서 폐교를 신청한 것은 처음이다. 방과후 영어수업 금지 정책으로 지원자가 줄어든 데다 저출산 영향도 컸다.
폐교 바람은 상승기류를 타고 있다. 전문대인 대구미래대가 2월 폐교한다. 학내 분규와 신입생 감소, 경영난 악화가 뒤엉켰다. 전북 서남대도 비켜나지 못했다. 법원이 “지속적인 수입 발생이 불가능하다”며 회생절차 개시 신청을 기각했다. 한반도 남쪽에서 일기 시작한 고등교육기관 폐교 바람이 태풍으로 변해 중부권을 강타할 것이라는 게 박영식 전 가톨릭대 총장의 전망이다. 위기에 봉착한 대학들은 입학정원을 채우려고 외국 학생들을 돈주고 사오는 일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기술교육 국비 지원을 활용해 외국 학생들을 유치하는 것이다. 자고 나면 외국 학생이 없어지는 일이 다반사이다. ‘교육이 미래’라는 말은 이제 구호로나 남을 처지다.
한용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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