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과세를 위해 거래 내역을 수집할 방안을 찾고 대기업 공익법인의 탈세에 대해서는 집중적인 점검이 이뤄진다.
국세청은 3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한승희 국세청장 주재로 전국 세무관서장 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국세행정 운영방안을 확정·발표했다.
전국 세무관서장 회의는 국세청이 1년에 두 차례 개최하는 행사로, 이날 회의에는 전국의 세무관서장 314명이 참석했다.
한 청장은 “국세행정의 패러다임을 수평적 협력행정을 통한 자발적 성실납세체계로 전환해야 한다”며 “국민의 시각에서 불공정하거나 실효성이 없어진 법·규정·절차 등은 과감히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발표된 운영안에는 납세자보호위원회의 부당한 세무조사 심의·중지 역할, 세무조사 영향력 행사 제재안 등 지난 28일 국세행정개혁 TF(태스크포스) 권고안의 핵심 내용이 대부분 담겼다.
200여명 규모의 서울청 조사4국의 인력을 줄여 정치적 악용 의혹이 끊이지 않았던 비정기 세무조사 비중을 단계적으로 낮추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2015년 49%에 달했던 비정기 세무조사 비중을 올해 40% 수준까지 낮추겠다는 것이다.
김명준 국세청 기획조정관은 “권력적 수단과 일방 권위에 의존하던 세정에서 벗어나 세무조사 등 사후적 검증수단은 최소한으로 운영키로 했다”며 “세무조사는 고위험 탈루분야에 제한적으로 실시하는 등 고질적, 지능적 탈세 차단에 조사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심욱기 국세청 조사기획과장은 “최종적으로 비정기 조사 인력을 얼마나 줄일지에 대해서는 업무량 분석 등을 하며 검토 중”이라며 “줄어든 정원은 역외탈세 등을 포함해 정기 조사 분야에 재배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근 과세 사각지대 논란을 빚은 가상화폐에 대한 과세 기준을 마련하고 익명으로 확보가 쉽지 않은 거래 내역 수집방안도 관계부처와 협의해 찾기로 했다.
현금 할인으로 신고 소득을 축소하는 행위에 대한 처벌 규정을 신설하는 등 과세인프라의 실효성을 높이는 안도 추진한다.
대기업·대재산가의 탈세에 대해서 엄중하게 대응하겠다는 기존 입장도 재차 확인했다.
대기업·사주 일가의 차명재산, 해외 현지법인과의 이전가격 조작 등 변칙 탈루행위는 국세청의 정밀 검증 대상으로 꼽혔다.
특히 대기업 공익법인의 탈세 혐의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불공정 하도급 갑질의 탈세도 철저하게 점검하기로 했다.
자녀에 고액의 전세자금을 주면서 증여세를 내지 않는 사례를 포함한 변칙 증여행위에 대해서는 유형별로 더 촘촘한 검증이 이뤄진다. 조세회피처를 경유해 투자하거나 기지회사(Base Company)를 이용해 비자금을 조성하는 변칙 자본거래도 더 치밀하게 살펴보기로 했다.
납세자들이 성실하게 세금을 납부할 수 있도록 빅데이터 기반의 과세인프라도 구축한다.
상속세를 신고할 때 의도하지 않은 신고 누락을 막기 위해 홈택스 서비스를 통해 상속개시일 10년 이내 증여 내역을 안내해주기로 했다.
국세청 빅데이터를 외부에서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정보제공 체계를 구축하고 국회 등의 과세정보 요청이 있으면 적법한 선에서 최대한 제공할 계획이다.
창업·고용·공익법인·조사실적 등 관련 국세통계 공개를 확대하고 새로운 통계수요 파악을 위해 국세통계개발 TF, 국세통계센터도 설치·운영한다.
일자리 창출 중소기업, 특히 스타트업·혁신 기업에 대해 세무조사를 하지 않거나 유예하고 납기 연장 등 세정 지원을 강화하기로 했다.
청년층 부담 완화를 위해 학자금을 상환해야 하는 기준 소득을 총급여 2013만원에서 더 인상하고 징수도 최대한 유예해주는 안도 추진한다.
세무공무원의 청렴도를 높이기 위해 일반납세자·시민단체 등을 시민감사관으로위촉해 부패 취약요인을 평가하는 제도도 도입된다.
현재 조사 분야 직원에 한해 시행 중인 사적 관계 신고제는 단순 민원 업무를 제외한 모든 분야로 확대하고 퇴직자와의 사적 접촉에 대한 신고제도도 신설하기로 했다.
국세청은 이날 2007년 이후 10년 만에 개정된 납세자 권리헌장을 공표하는 선포식도 개최했다.
개정 헌장에는 납세자보호위원회를 통한 권리 보호, 세무조사 연장·중지를 통지받을 권리 등 총 8개의 납세자 권리가 추가됐다.
세종=이천종 기자 sky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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