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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혁신 현장을 가다] 4차산업혁명 맞춰 ‘스마트 제철소’로 새로운 100년 연다

입력 : 2018-04-11 03:00:00 수정 : 2018-04-10 20:5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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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창립 50년' 포스코의 뜨거운 2막
지난달 31일 찾은 경북 포항제철소. 제1열연공장 내부에 들어서자마자 후끈 달아오른 공기가 압박하듯 밀려왔다. 약 30m가량 떨어져 있었지만 시뻘겋게 달궈진 슬래브(판상형 철강 반제품)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에 기자는 발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압연 공정을 위해 무려 1100∼1300℃로 가열하고 있어서다. 뜨겁게 달궈진 것도 잠시, 철판을 냉각시키기 위해 폭포수 같은 물줄기가 쏟아져 내리기도 했다. 두 번의 조압연과 절단 과정을 거치며 수없이 냉탕과 온탕을 오간 끝에 슬래브는 적당한 폭과 두께로 쌓이며 공정을 마무리했다.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은 포스코의 포항제철소는 900만㎡의 대지 곳곳이 활기에 넘쳤다. 고로와 파이넥스, 열연 및 냉연공장이 U자 형태로 배치된 이곳에서 한국 근대 산업화의 터전을 일궜다는 자부심,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계속 업계를 이끄는 선도 기업일 것이란 자신감 등이 묻어났다. 지난 반백년이 ‘산업의 쌀’로 불리는 철강 공급을 책임진 역사였다면, 앞으로는 스마트 고로 도입과 기술 격차 벌리기 등으로 독자적 우위를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포항2고로 전경
이제 철강 그 이상을 추구하는 ‘스마트 포스코’의 100년 기업 전략은 이 같은 신사업 다각화에 기반을 두고 있다. 전기차배터리 등에 주로 쓰이는 리튬이온배터리, 스마트팩토리, 스마트홈, 스마트시티에 이르는 다양한 분야에서 이미 성과를 내고 있다.

포항제철소에서는 이 중 스마트팩토리가 구현돼 가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4차 산업혁명의 손길이 가장 늦게 닿고 있는 편인 철강업계에서 이는 전례 없는 도전이기도 하다. 손기완 제선부 팀장은 제2고로(용광로)에 적용된 ‘인공지능(AI) 기반 도금량 제어자동화 솔루션’을 소개하며 “AI를 도입한 용광로 제어 시스템이 세계 최초인 만큼 참고할 사례 없이 포스코가 모든 것을 개척해야 했다”고 어려웠던 점을 설명했다.

이 시스템을 이용하면 과거에는 사람이 직접 용광로 온도를 재고, 일일이 원료 품질을 눈으로 파악하던 일을 손쉽게 AI가 대신한다. 이날도 제2고로 중앙운전실에 배치된 직원들은 AI가 측정한 용광로 내 온도를 모니터로 확인하고 있었다. 고화질 카메라 30개와 고로 내 1000개가 넘는 센서, 스마트 센서 10개 등이 실시간으로 용광로 상황을 알려주고 있었다. 철이 좋은 성질을 지니려면 용광로에서 생산되는 쇳물이 일정한 온도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이는 매우 중요한 작업이다.

손 팀장은 “딥러닝을 통해 어떤 색깔이 좋은 색깔이고 어떤 색깔이 안 좋은지 시스템이 스스로 판단하는 알고리즘을 구축했다”며 “1시간 후 고로 온도를 예측해 온도가 일정하게 유지될 수 있도록 용광로에 넣을 연료 양까지 알아서 제어해 준다”고 말했다. 2016년 7월 스마트 시스템 도입 후 생산성 증가와 품질 제고 효과로 지난해 하루평균 쇳물 생산량이 4.5%가량 증가했다고 포스코는 설명했다.

포스코가 야심차게 준비 중인 바이오 분야의 미래도 엿볼 수 있었다. 전날 방문한 포스텍(포항공대) 부설 포항가속기연구소에 마련된 ‘제4세대 방사광가속기’가 그 주인공이다. 직선 길이 1.1㎞에 달해 끝이 보이지 않는 4세대 방사광가속기는 일명 ‘꿈의 빛’이라 불리는, 햇빛보다 100경배 밝은 레이저를 쏘아 질병 단백질 구조 등을 정확히 분석할 수 있다. 4300억원을 들여 지은 이 최첨단 시설은 미국, 일본에 이어 세계 세 번째로 우리나라에 만들어져 화제를 모았다. 포스코는 이를 활용해 바이오 진단 등 미래 산업을 키운다는 계획이다.
권오준 회장은 이날 열린 50주년 기념 간담회에서 “한국에서 바이오 연구능력을 가장 많이 가진 곳이 포스텍”이라고 강조하며 “바이오와 AI, 빅데이터, ICT(정보통신기술)를 결합해 피 한 방울로 암을 진단할 수 있는 미래 바이오산업에 포스코와 포스텍이 협력해 도전장을 내밀 것”이라고 밝혔다.

이밖에 지난 2일 광양제철소에서 국내 첫 생산 시작을 알린 수산화리튬도 포스코 신사업의 중요한 한 축이다. 이곳 PosLX 공장 내에 연산 1500t 규모의 수산화리튬 생산라인이 준공됐다. 리튬 생산 관련해서는 2010년 세계 최초로 독자 개발한 리튬 추출기술의 탁월한 경쟁력으로 이미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종래기술인 자연증발법에 비해 높은 수율(불량없는 생산비율)과 고품질 생산이 가능해 제품화 시간을 1∼2년에서 수개월로 크게 단축한 덕분이다. 포스코는 2020년까지 연 3만t, 2030년까지는 연 14만t의 고순도 리튬 제품을 대량양산할 계획이라며 향후 10년여 안에 매출 2조원을 리튬 제품에서만 달성해 세계 시장에서도 선두권에 안착할 것이라고 밝혔다.

포항=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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