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까지 북한에 강경한 태도를 취하고, 군사력 증강을 지지하며 진보적인 정치 노선에 대한 혐오감을 드러냈었다. 그의 이런 노선은 한국의 보수 정당을 대표하는 한국당이 지난 수십 년 동안 견지해온 입장과 딱 들어맞았다. WP는 “한국의 보수층에 트럼프가 동맹인 것처럼 여겨졌다”고 전했다.
WP는 “한국에서 우파 정치 세력은 오랫동안 대북 적대 정책, 한·미 군사 동맹 지지 노선에 뿌리를 두고 있었으나 이제 미국의 지도자가 김 위원장과 만났을 뿐 아니라 그를 칭찬하고, 주한 미군 철수 검토 입장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사태에 직면했다”고 강조했다. 이 신문은 “한국의 우파는 전면적인 정체성 위기에 봉착했다”고 전했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당대표 권한대행이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입장하며 `자유한국당 재건비상행동` 관계자로부터 항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
한국의 보수 정당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 데탕트를 모색하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가 발생함에 따라 위기를 맞았다. 대표적인 친박 세력인 대한애국당은 박 전 대통령 탄핵에 항의하는 집회에서 미국 성조기와 이스라엘 국기를 흔들고, 트럼프를 ‘구세주’로 여겼다고 이 신문이 전했다. 이들은 트럼프가 박 전 대통령의 석방을 도와주고,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을 단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후 친박 집회에서 성조기가 사라졌다고 이 신문이 강조했다. 박 전 대통령 변호인으로 활동했던 서석구 변호사는 이 신문에 “우리 보수 세력은 독재자 김정은을 비판해왔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왜 그런 김정은을 공개적으로 칭찬하느냐”고 반문했다.
WP는 “한국의 보수 정당이 2020년 총선에서 승리하려면 젊은층의 지지를 받아야 하지만 여론 조사를 보면 젊은층은 문 대통령과 대북 대화를 지지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드러난 기무사의 계엄령 추진 사건도 보수 정당에 악재가 될 것이라고 이 신문이 강조했다. 자유한국당의 정치 노선은 이제 한국 일반 국민 및 미국 지도부와 유리돼 있고, 이 당의 진로 역시 불투명하다고 이 신문이 평가했다.
그러나 일부 보수층 인사들은 대북 대화가 곧 실패로 끝날 것이기 때문에 자유한국당이 현재의 노선을 고수해야 지지층이 돌아올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있다고 WP가 전했다. 더욱이 문정인 대통령 외교·안보 특보도 이 신문에 북한과의 대화가 실패하면 보수층의 행운이 되돌아올 수 있다고 말했다. 문 특보는 “한국에서 보수주의가 절대로 죽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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