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는 동물 중 유독 아둔하게 묘사되곤 한다. 이솝 이야기 ‘황소와 개구리’ ‘왕을 원한 개구리’에 등장하는 개구리, 요즘은 볼 수 없는 ‘우물 안 개구리’가 그렇다.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안주하다 비참한 최후를 맞는다는 ‘가마솥 개구리’의 실제 상황은 비참하다. 끓는 물에 집어넣은 개구리는 바로 뛰쳐나와 살지만, 찬물에 들어간 개구리는 서서히 뜨거워지는 물에 잠겨 있다가 마침내 펄펄 끓는 물에 삶겨 죽는다. 그런 상황을 증명한답시고 실험으로 재연한 동영상들도 있다. 이 통설을 뒤집는 주장도 있다. 몇몇 과학자들은 “끓는 물에 개구리를 집어넣으면 뛰쳐나올 수 없다. 바로 죽는다. 만일 찬물에 개구리를 집어넣으면 물이 데워지기 전까지 머물지 않고 뛰쳐나온다”고 반박한다.
연일 계속되는 폭염이 국민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정부는 특별재난으로 간주해 대응하기로 했다. “기후변화에 따라 폭염이 상시화·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진단도 들린다. 그러나 지구온난화보다 전기료 폭탄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더 크다. 비명을 지르면서 어느새 불볕더위에 익숙해지고 있다. 39도를 겪더니 34도, 33도 온도에 “한결 낫다”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전 미국 부통령 앨 고어는 ‘불편한 진실’에서 끓는 물 속에 들어앉아 있는 개구리 얘기를 꺼낸다. 그 개구리 이야기는 우리 이야기가 됐고 불편한 진실은 끔찍한 현실이 됐다.
김기홍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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