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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버리는 곳이 쓰레기장이다”…폭염에 실종된 시민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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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8-03 06:00:00 수정 : 2018-08-03 07:2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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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세계-시민의식 어디로①] 휴가철 시민의식 논란
쓰레기 방치 민락수변공원. 연합뉴스
2주 전 친구와 함께 부산으로 피서를 다녀온 회사원 이모(30)씨는 광안리 수변공원의 첫인상을 “거대한 술판에 거대한 쓰레기장”이라고 정의했다. 광안대교를 바라보며 운치 있는 시간을 보낼 것을 기대했지만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이씨는 2일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부산의 여름 피서 명당이라고 들어 기대하고 갔는데 그냥 시끄럽고 쓰레기 가득한 곳이었다”고 푸념했다.

역사적인 폭염이 이어지면서 밤에도 열대야를 피해 부산 광안리 수변공원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 지난해 쓰레기로 뒤덮인 모습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시민의식이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올해도 달라진 건 없었다.

매년 여름철만 되면 사람들이 피서지에 남기고 간 쓰레기 문제가 제기되면서 실종된 시민의식에 대한 지적이 이어진다. 피서지뿐만 아니라 도심 곳곳 뙤약볕 아래 무단 투기된 쓰레기로 악취가 진동하고, 많은 사람들이 함께 이용하는 공공장소에서 기본적인 에티켓을 지키지 않아 피해를 주는 일도 적지 않다.
2016년 ‘박근혜 퇴진 광주 10만 시국 촛불대회’ 집회 후 자발적으로 쓰레기 줍는 시민들. 뉴시스
최근 촛불집회 현장이나 스포츠 경기장 등에서 시민들 스스로 쓰레기를 치우는 분위기가 확산하면서 성숙한 시민의식이 자리 잡았다고 평가되기도 했지만, 여전히 ‘나만 편하면 그만’이라는 이기심에 다른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행동들이 올여름에도 반복되고 있다. 정부는 올바른 시민의식 함양을 위한 교육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지난 7월5일 강원 춘천시 집다리골 계곡 주위로 피서객이 버리고 간 쓰레기가 놓여 있다. 연합뉴스
◆매년 반복되는 피서지 쓰레기와의 전쟁

지난 주말 강원도의 한 계곡으로 피서를 갔다가 계곡 입구부터 마구 버려진 쓰레기를 마주하고 기분이 상했다는 회사원 박모(29)씨는 2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공공장소에서 쓰레기 분리수거는 당연히 지켜야 할 기본 중의 기본”이라며 “자기 집 앞마당에도 이렇게 쓰레기를 버릴까. 사람들이 너무 못됐다”고 고개를 저었다.

매년 이맘때 본격적인 휴가철을 맞아 산으로 바다로 휴가를 떠나는 피서객들이 많다. 많은 피서객이 몰리는 계곡과 해수욕장은 각종 쓰레기에 몸살을 앓는다. 휴가를 즐기고 떠난 사람들이 먹다 버린 음식물 찌꺼기, 폭죽잔해, 일회용품, 술병 등을 분리수거 없이 버리고, 심지어 구석진 곳에 쓰레기를 몰래 숨겨놓고 가기도 한다.

이렇게 버려진 쓰레기들은 보기에 불편할 뿐 아니라 악취를 풍겨 사람들에게 불쾌감을 주고 환경오염의 원인이 된다. 또 해변에서 발견된 코에 빨대 박힌 거북이, 플라스틱 줄에 목이 감긴 물개, 플라스틱 먹고 죽은 새 등 사람들의 이기심에 피해받은 해양 생물들은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제발 샤워 좀…워터파크 입장 전 기본 아닌가요”

휴가철 산, 바다가 아닌 워터파크를 찾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한 번 워터파크를 다녀온 이들 중 다시는 워터파크에 가고 싶지 않다는 사람들이 많다. 워터파크 입장 전 샤워를 하는 사람들을 보기 힘들어 찝찝하다는 것이다.

7월 초 경기도의 한 워터파크에 다녀온 주부 김모(32)씨는 “탈의실엔 사람들이 바글바글한데 샤워실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었다”며 “심지어 래시가드 차림에 쪼리를 신고 와서 그냥 바로 들어가는 사람들도 있어 놀랐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워터파크를 종종 찾았지만 최근에는 가지 않는다는 회사원 이모(29)씨는 “샤워 안 하는 건 기본이고 풀메이크업 상태로 온몸에는 선크림을 바르고 들어오는 사람들이 많았다”며 “그 화장품이 녹은 물을 내가 먹는다고 생각하니 끔찍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워터파크 입장 전 샤워하는 것이 기본이라는 걸 알고 실천하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정확한 인식도 없는 이들이 적지 않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워터파크 들어가기 전에 꼭 샤워해야 하냐’는 질문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지난 여름 충남의 한 워터파크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던 김모(25)씨는 “잘 보이는 곳에 ‘씻고 입장해달라’는 안내문을 붙여놔도 잘 지켜지지 않았다”며 “손님을 한 명씩 붙잡고 강제할 수 없어 각자의 양심과 자유에 맡길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종량제 봉투를 사용하지 않고 배출한 쓰레기. 서울시 제공
◆“냄새나고 불쾌하고”…폭염 속 한낮 쓰레기 무단 투기

여름철 사람들의 비양심적인 행동이 피서지에서만 목격되는 것은 아니다. 최근 무더위 속에서 대낮에 쓰레기를 무단 투기해 도시미관을 저해하고 악취를 풍기며 시민들을 불쾌하게 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쓰레기 배출 시간이 오후 7시부터인 서울시 중구의 주택가에 사는 회사원 김모(31)씨는 “쓰레기 배출 장소에 낮이든 밤이든 쓰레기가 없었던 적이 없다”며 “요즘 같이 무더운 대낮에 쓰레기들이 엉켜있는 모습을 보는 것도 불쾌하고 악취 섞인 공기도 불쾌하다”고 인상을 찌푸렸다.
지정된 시간이 아닌 때 배출된 쓰레기. 서울시 제공
누가 집앞에 자꾸 음식물 쓰레기를 버려 CCTV를 돌려보고 구청에 신고했다는 주부 서모(36)씨는 “대낮에 남의 집 앞에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는 파렴치한 행동에 괘씸함을 느껴 신고했다”며 “이 무더위에 냄새나고 불쾌하고 정말 화가 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름철 쓰레기 무단투기에 시달리는 시민들을 위해 서울시는 지난 1일부터 매주 금요일 무단투기 단속원 770명을 투입해 서울 시내 25곳 자치구 전 지역에서 쓰레기 무단 투기 단속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반복되는 시민의식 논란…교육으로 해결해야

우리나라의 시민의식이 성숙하지 못한 이유로 교육의 부재를 꼽는 이들이 많다. 시민으로서 지켜야 할 의무와 권리에 대한 적절한 교육을 받을 기회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반면 상당수 국가에서는 시민의식 함양을 위한 조기교육이 체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가 2015년 주최한 ‘국민의식, 시민교육이 답이다’ 토론회 자료에 따르면 프랑스는 남들과 더불어서 함께 잘 사는 법을 가르치는 것을 목표로 ‘조기 시민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이를 실천하고 있다. 1985년 초·중학교에 ‘시민교육’을 의무화했고 1999년부터 고등학교에서도 ‘시민·법률·사회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시민교육을 하고 있다.

영국의 경우도 2002년부터 중등학교에서는 필수 교과로, 초등학교에서는 선택교과로 시민교육이 포함됐고, 독일에서는 학교 밖에서도 연방정치교육센터, 시민대학 등을 통해 시민교육이 ‘평생교육’ 형식으로 꾸준히 이뤄진다.

이에 우리나라도 문재인 정부의 교육분야 주요 국정과제인 민주시민교육 활성화 방안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달 4일 교육부는 “학교 민주시민교육이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에 맞춰 민주시민교육 활성화 종합계획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늦어도 올해 말까지는 ‘민주시민교육 일정표’를 완성할 예정이다. 또 2022년쯤 시민교육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은 프랑스·영국·독일 등 유럽 주요 국가들처럼 ‘민주시민교육’이라는 독립 교과목 개설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지연 기자 delay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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