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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차 프로 정치꾼' 산골마을 이장님은 골든래트리버

입력 : 2018-10-02 17:20:17 수정 : 2018-10-02 17:4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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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민주주의 사회에서 시민들은 자신들을 대표할 결정권자를 직접 뽑는다. 그러나 적법한 절차를 거쳐 선출된 이들이 유권자에 실망감만 안겨주는 일도 적지 않다. 캘리포니아의 한 산골마을은 그 대표자가 꼭 사람일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막시무스 마이티 독 뮐러 2세는 캘리포니아의 한적한 마을 아이딜와일드 최고의 권력자다. 사람들은 그를 ‘맥스 이장님’으로 부른다. 복슬복슬한 금발과 선량하게 빛나는 까만 눈동자를 지닌 이 골든 래트리버는 1년 365일 이장의 책무를 다한다. 모든 사람에게 조건 없이 사랑을 전해주는 일이다. 


2012년 아이딜와일드에서 첫 이장선거가 열렸다. 설악산보다 높은 산간에 위치한 이곳은 정식 행정구역이 아니다. 주민들은 그전까지 지자체장을 뽑아본 적도, 뽑을 필요도 없었다. 작은 마을에서 이장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마을 곳곳을 돌아다니며 사람들에게 인사를 건네는 것, 새로 여는 가게의 리본을 자르는 것 정도였다. 강아지나 고양이도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래서 주민들은 선거에 반려동물을 출마시키기로 했다. 


아이딜와일드의 초대 이장 '맥스 1세'

기념비적인 첫 선거에 14마리의 강아지와 2마리의 고양이가 후보로 나왔다. 지방정부의 개입은 없었다. 대신, 동물보호단체 ARF (Animal Rescue Friends)가 선거의 전 과정을 도왔다. 주민들은 투표권을 얻기 위해 1달러를 ARF에 지불했고 이렇게 모인 31,000달러는 전부 야생동물을 구조하는 활동을 위해 기부됐다. 

선거는 3일간 축제처럼 치러졌고, 곧 승자가 밝혀졌다. 3분의 2가 넘는 압도적인 득표율을 차지한 골든래트리버 막시무스 마이티 독 뮐러가 초대 이장으로 선출된 것이다
 
근엄하고 우아한 태도가 일품인 초대 이장은 ‘맥스 이장님’으로 불리며 주민들에게 큰 기쁨을 줬다. 그가 길거리만 지나가도 다들 좋아서 어쩔 줄 모를 정도였다. 존재 자체가 복지였다. 그러나 맥스의 정치 견생은 길지 않았다. 취임 2년째인 2013년, 맥스는 암으로 사망했고 마을은 깊은 슬픔에 휩싸였다. 

아이딜 와일드의 현 이장 '맥스 2세'. 맥스 1세의 친척이다.

이 때 맥스를 빼다 박은 강아지 ‘막시무스 마이티 독 뮐러 2세’가 나타났다. 선임 이장의 지명으로 임시 이장직을 맡은 맥스 2세는 마을에 웃음을 되찾아줬다. 생후 1년도 안 된 하룻강아지는 넘치는 쾌활함과 에너지로 마을 곳곳을 돌아다니며 사람들에게 행복을 전했다. 2014년 다시 열린 정식 선거에서 주민들은 ‘돌아온 맥스’를 2대 이장 자리에 앉혔다. 권력 세습 논란은 없었다. 

맥스 2세를 보필하는 부이장들. '미키'와 '미치'.


초대 이장과 똑같이 ‘맥스 이장님’으로 불리는 이 젊은 리트리버는 어느새 6년 차 프로 정치꾼으로 성장했다. 그를 보필하는 부이장 미치, 미키와 함께 마을의 대소사를 살뜰히 살피는 모습에서 관록이 느껴질 정도다. 


지난 9월 30일 맥스 이장님은 마을 소방서 행사에 참석해 끝없는 박수 세례를 받았다. 산불 피해를 당한 상점을 돕는 모금 캠페인을 성공적으로 이끌었기 때문이다. 아 자리에서 그는 지지자들의 쇄도하는 사진 촬영 요청에도 지친 기색 없이 웃음을 잃지 않으며 ‘이장의 품격’을 제대로 보여줬다. 

이아란 기자 aranciata@segye.com
사진 = mayor max face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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