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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서지고 깨지고 쓰레기까지” 흉물로 전락한 ‘길거리 가판대’ [김기자의 현장+]

입력 : 2019-06-01 15:30:00 수정 : 2019-06-01 17:0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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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속 ‘애물단지’ 길거리 가판대 / 방치된 가판대 주변은 쓰레기에 악취까지 / ‘각종 포스터와 전단지’가 수북이 쌓여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 인근에 위치한 한 가판대. 문을 닫은 가판대 앞으로 사람들이 지나다니고 있다.

 

“요즘 누가 가판대에서 이용하나요? 사고 싶다는 생각이 안 들죠. 복권 사시는 분들은 종종 봅니다. 또, 미세먼지뿐만 아니라 각종 도심 먼지가 가판대에 쌓이는데, 사고 싶겠어요.”

 

지난달 30일 오후 중구 명동 을지로역. 도심 속 거리 흉물처럼 방치된 ‘길거리 가로판매대(가판대)’가 눈에 들어왔다. 가까이 다가가서 살펴보니 가판대 주변에는 쓰레기가 눈에 띄었고, 주변에는 어김없이 담배꽁초가 널브러져 있었다.

 

가판대 벽면은 각종 포스터가 붙어있던 자국이 그대로 남아 있었고, 셔터 내려진 상태에서 먼지가 쌓여가고 있었다. 가판대 주변으로 흡연자들이 모여 담배를 피우고 있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여기뿐만 아니었다. 이날 용산구 숙대입구역 인근에 위치한 가판대도 비슷했다. 밤만 되면 가판대 주변에는 쓰레기가 쌓여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각종 포스터와 전단지를 뗐다 붙이기를 반복한 탓에 가판대 벽면은 누런 테이프와 청테이프 자국으로 넘쳐났다.

 

대학생 민모(23)씨는 “이곳을 자주 지나다니지만, 문을 열고 있는 날이 많지 않은 것 같아요”며 “어떨 때는 아이스크림을 팔다가 가방도 팔다가 핸드폰 케이스도 팔고 그러다가 문을 닫은 것 같은데요”라고 답했다.

 

◆ 먼지가 쌓인 채 방치된 길거리 가판대…‘흉물로 전락’

 

도심 속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길거리 가판대가 문을 닫으면서 흉물로 전락하고 있다. 영업하지 않은 채 장기간 방치된 가판대는 시민보행을 방해하거나 각종 쓰레기로 인근 상가까지 피해를 주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 중구 을지로역 인근 위치한 한 가판대. 가판대 곳곳에는 녹이 슬어 있다. 

 

가로판매대는 1983년부터 신문과 잡지를 팔던 매점이 변화됐다. 88서울올림픽 당시 철거된 노점상의 생계대책 일환으로도 가로판매대가 제공됐다.

 

가로판매대는 구두수선대와 함께 도시환경정비방침으로 점용허가를 통해 관리돼왔다. 이후 체계적인 관리를 위해 2001년 서울시보도상영업시설물관리등에관한조례가 제정됐다.

 

가로판매대 상인은 구두 굽을 갈거나 버스 토큰, 신문과 잡지 등을 팔며 시민 편의시설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곳곳에 늘어난 편의점과 카드 미사용, 시설물 운영자 고령화 등으로 이용자가 줄었다. 1990년대 서울시내 4028개소였지만 현재 1955개소로 절반 이상 줄었다.

 

◆ 길 잃은 ‘길거리 가판대’…‘로또’만 산다

 

숙대입구역 인근 가판대를 운영하는 한 상인은 “겨우 문만 열고 있지 찾는 사람들은 하루가 다르게 줄고 있다”며 “우리 같은 사람이야 어디 가서 할 수 있는 일도 없고, 장사가 안돼도 문은 열어놔야 껌이라도 팔아서 입에 풀칠한다”고 말했다.

 

서울 용산구 숙대입구 인근 위치한 한 가판대.

 

시민들은 편의점이 많아 굳이 가판대를 이용할 필요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남영역 삼거리 인근 가판대에도 찾는 거의 손님이 없었다. 복권을 사는 사람들만 찾을 뿐 음료수나 과장 등을 사는 사람들은 볼 수 없었다.

 

남영동 인근 주민 한모(54)씨 “로또 살 때 빼고는 갈이 없다”며 “오래전이야 자주 찾았지만, 근래 들어 가판대에서 물건을 산 기억도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직장인 이모(34)씨는 “아마 없을 것 같은데요. 주변에 편의점이 없거나 그럴 때 이외에는 굳이 찾을까요?”라며 “가판대는 도로 주변에 있어 매연뿐만 아니라 미세먼지 쌓이는데, 돈 주고 그런 물품을 사고 싶지 않다”고 했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운영하시는 분들이 연세가 있으시고 포기하시는 분들이 계시는데, 자치구에서 판단했을 때 민원이나 많이 제기 되는 곳이나 보행에 지장이 주는 경우에는 철거를 진행하게 되고 나머지는 의상자, 장애인, 노숙인 등을 대상으로 허가를 내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신규허가는 3년 추가 3년 해서 최대 6년으로 의상자, 장애인, 노숙인 이외는 받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글·사진=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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