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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수돗물 사태에도 아리수 마실 수 있을까?

입력 : 2019-06-29 10:00:00 수정 : 2019-06-29 11: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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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라면 끓일 때 수돗물 써도 되는지 고민한다니까요.”

 

서울 종로구에 사는 이모(61)씨는 최근 일부 지역에서 ‘붉은 수돗물’(적수)이 나오는 사태가 발생하자 “불안하다”며 지난 25일 생수를 주문했다. 서울시가 붉은 수돗물의 원인을 노후한 상수관으로 추정하자 낙후된 주택가에 사는 이씨의 불안은 커졌다. 그는 “구청에서 아리수 생수병을 나눠주기도 하고 그동안 믿고 마셨었는데 뉴스를 보고 불안해 결국 생수를 구매했다”며 “현재 손녀와 같이 사는데 애까지 있으니 위생에 철저하게 신경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인천 일부 지역에서 적수 사태가 난 데 이어 수돗물 음용을 적극 권장하고 있는 서울에서도 일부 지역에 적수가 나왔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불안을 느끼는 서울시민이 생겨나고 있다. 적수가 나온 서울 영등포구 지역의 한 대형마트에선 생수 매출이 지난 21일~23일 평소보다 54%나 증가했다. 서울시가 먹는 수돗물 브랜드 ‘아리수’ 홍보를 위해 매년 수십억원의 예산을 쓰고있지만 음용률이 제자리걸음인 가운데 이번 적수 사태가 수돗물 마시기를 더욱 꺼리게 하지 않을지 주목된다.

 

지난 21일 오후 붉은 수돗물이 나와 수돗물 식수 사용 중단 권고가 내려진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주민들이 식수공급용 살수차에서 식수를 받고 있다. 남정탁 기자

◆ 아리수 먹어도 될까?…시민 절반은 끓여서도 안 먹어

 

28일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에 따르면 아리수는 탁도, 수소이온농도, 잔류염소, 철, 동 등 법정 수질검사 기준 59가지에 시 자체 기준 111개를 더해 170가지 항목으로 먹는 수돗물 적합성이 매달 평가된다. 취수부터 생산과 공급전 과정까지 국제식품안전관리 검증(ISO22000) 시스템을 도입해 위해 요소로부터 안전한 수돗물을 생산하고 있다는 게 상수도사업본부의 설명이다. 단순히 생활용수가 아니라 음용수로서의 수돗물 인식을 확산하기 위해 서울시는 매년 수십억원의 홍보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2013년부터 5년간 아리수 홍보에 투입된 예산만 153억원에 달한다.

 

서울시의 이런 노력에도 음용률은 좀처럼 증가하지 않고 있다. 한국상하수도협회가 서울시 수돗물 음용율(바로 먹거나 끓여먹는 등 식수로 사용하는 비율)을 조사한 결과 2013년 53.3%에서 2017년 50.4%로 되레 줄었다. 다만 끓이지 않고 바로 마시는 비율은 2013년 4.9%에서 2017년 7.6%로 소폭 상승했지만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수돗물 홍보협의회와 수돗물 시민네트워크의 ‘2017 수돗물 실태조사결과’에 따르면 수돗물을 먹지 않는 사람들은 그 이유로 △물탱크나 낡은 수도관에 문제가 있을 것 같아서(41.7%) △상수원이 생각만큼 깨끗하지 않을 것 같아서(22.7%) △냄새나 이물질도 있어서(18.5%) 등을 꼽았다.

 

◆ 아리수 불신 키운 붉은 수돗물 사태

 

최근 적수 사태는 먹는 수돗물에 대한 불신을 키우고 있다. 지난 20일 서울시 영등포구 문래동에 적수가 나온다는 민원이 제기됐고 일대에 ‘식수제한 권고조치’가 내려졌다. 시는 적수 원인 중 하나를 인근 노후 상수도관으로 추정했다. 1984년부터 시는 녹에 취약한 노후 상수도관을 교체하는 사업을 하고 있는데 문래동 일대 상수관은 내년 교체를 앞두고 있다. 적수가 발생하자 시는 문래동 일대 노후 상수도관 1.7km를 올해 안에 교체하기로 하고 727억원의 긴급예산을 투입해 2022년까지 예정된 138km의 노후 상수도관 교체를 앞당기기로 했다. 

 

노후 상수관이 문제로 지목되자 건물 내 낙후된 수도관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1994년 이전에 건축돼 ‘아연도 강관’을 수도관으로 사용한 주택의 경우 녹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이런 주택들을 대상으로 단독주택 기준 최대 150만원, 다가구주택 최대 250만원, 공동주택 최대 120만원 등 옥내수도관 교체 지원사업을 벌이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그런데도 부담이 적지않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 동대문구에 사는 장모(55)씨는 “수도관을 교체하는 사업은 대공사라 지원금을 받더라도 부담이 크다”며 “건물이 오래돼 필요성을 알면서도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21일 ‘붉은 수돗물’이 나온 영등포구 문래동을 긴급 방문해 관계자에게 철저한 조치를 당부하고 있다. 연합뉴스

◆ 경제적, 환경적인 ‘먹는 수돗물’…신뢰 쌓아야

 

서울시는 일각의 우려에도 여전히 아리수를 믿고 마실 수 있다고 단언한다. 서울시 상하수도본부 관계자는 “상수도 물은 자연에서 오기 때문에 무기질 등 유기가 되고 알갱이가 되고 녹고 이런 침전물이 생길 수 있다”며 “대부분 소량으로 검출되며 서울시가 관을 청소하고 물을 빼는 조치를 통해 먹을 수 있는 엄격한 기준을 맞추고 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일부 지역에서 노후한 관이 문제가 됐지만 다른 지역은 믿고 마실 수 있다”며 “아리수 품질확인제를 통해 가정마다 수질검사도 받아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 내 각 가정에서는 120번(다산콜센터) 및 거주지별 수도사업소를 통해 5가지 항목(탁도, 철, 구리, 잔류염소, 수소이온농도)에 대한 수돗물 수질검사를 받을 수 있다.

 

환경 전문가들은 먹는 수돗물이 경제적, 환경적으로 도움이 되기에 정부와 지자체가 수돗물에 대한 신뢰를 쌓고 관리를 강화해 나가야한다고 주문한다. 서울환경운동연합 김동언 생태도시팀장은 “수돗물은 정수처리를 거쳐 집까지 보내지는데 생활용수로만 쓰면 하수도로 바로가버려 낭비가 되고, 생수에 쓰이는 플라스틱은 쓰레기를 또 만들어내 결국 부가적인 환경부담으로 돌아오게 된다”며 “수돗물이 공공재인 만큼 안전한 물로부터 소외되는 계층이 없도록 허점을 보완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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