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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되고 싶은 아베? "韓 그리 만만하지 않다" [김현주의 일상 톡톡]

, 日 '경제 보복'

입력 : 2019-07-22 23:00:00 수정 : 2019-07-23 11: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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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여당, 이번 참의원 선거에서 과반 확보…개헌 발의 의석 확보 실패 / 아베 신조 "과반의석 확보하면 승리하는 것" / 선거 최대 쟁점 개헌선 확보…집권당 승리했다고 보긴 애매한 상황 / 강경 발언 일삼는 아베…한일 갈등 더욱 커질 것이란 전망 많아 / 당정청, 강경 대응 기조 불가피 / 전세계 반도체 공급망 균열시 한일간 무역전쟁 다른 나라로도 확산할 가능성…우리에겐 그나마 유리한 시나리오

일본 자민당과 공명당이 21일 치러진 참의원 선거에서 전체 의석의 과반을 확보했지만 개헌 발의선인 3분의 2 의석을 얻는 데는 실패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선거를 앞두고 과반의석을 확보하면 승리하는 것이라고 규정했지만, 실제 선거의 최대 쟁점은 개헌선 확보 여부였던지라 이번 선거에서 일본 집권당이 승리했다고 보긴 애매한 상황이다.

 

우리나라 입장에서 일본의 이번 선거를 더욱 주목한 것은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 조치가 참의원 선거에서 지지 세력을 결집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베 총리는 개표방송에 출연해 "한국이 청구권 협정 위반 상황에 대한 제대로 된 답변을 가져오지 않으면 건설적인 논의가 안 될 것"이라며 강경 발언을 계속했다. '한일 청구권협정에 대해 위반하는 대응을 하는 것은 유감'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앞으로도 한일 간 갈등은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일본은 24일까지 한국을 수출심사 우대대상인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명단)'에서 제외하기 위한 의견수렴 절차를 마치고, 이후 각의를 거쳐 이달 말쯤 법 개정안을 공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사실상 무역 전면전을 선포하는 셈인데, 일본 외교 고위 관료가 막말 수준의 발언까지 일삼는걸 보면 추가보복 가능성도 있다. 

 

상황이 이렇자 청와대, 여당, 정부는 강경 대응 기조를 보이고 있다. 협상이나 대화조차 거부하는 일본의 태도로 볼 때 강경 대응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전문가들은 일본의 수출규제로 우리 반도체 생산이 중단되면 전세계 반도체 공급망에 균열이 생긴다며 이 경우 한일 간 싸움은 일본 대 세계의 구도로 변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한다.

일본 정부 당국자는 22일, 군사적 목적으로 전용할 수 있는 전략물품의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를 강화키로 한 것은 한국의 전략물자 관리체계가 충분히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 당국자는 이날 경제산업성 본관 10층 기자회견장에서 열린 도쿄 주재 한국특파원 간담회에서 일본의 전략물자 관리 체제를 설명하면서, 한일 무역당국 간 대화가 2016년 이후 끊겨 신뢰가 부재한 상황에서 한국의 관리 체제가 불충분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지난 1일 일본 정부가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 강화 방침을 발표한 후 일본 측 당국자가 도쿄 주재 한국 특파원만을 상대로 설명 형식의 자리를 마련한 것은 처음이다.

 

일본 측은 기자회견이 아니고 사실관계를 설명하기 위한 자리라고 밝히면서도 당국자의 정확한 발언을 확인하는 데 필요한 녹취나 사진 촬영은 불허했다.

 

그는 일본이 우호국으로 분류해 수출 규제를 완화하는 '화이트 국가' 일부 대상국과 양자협의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한국만을 문제 삼는 이유가 뭐냐는 질문에는 '한국이 중요한 파트너이기 때문'이라고 답변했다.

 

◆한국만 문제 삼는 이유? 日 당국자 "韓 중요 파트너이기 때문"

 

이 당국자는 한국의 수출관리 제도는 협소하고 관리 대상품목도 미흡한 부분이 있다면서, 품목별로 관리주체가 나뉘어 있는 것도 기준이 다르게 적용될 수 있는 만큼 문제로 본다고 주장했다.

 

이는 한국의 수출 통제 업무가 통상산업자원부, 원자력안전위원회, 방위사업청 등 품목별로 소관 부처가 세분화돼 있는 것을 '문제'라고 언급한 것이다.

 

한국 정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 일본 정부가 한국의 수출 통제 제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며 이미 반박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일본 측이 한국특파원들을 상대로 이 같은 주장을 편 것은 한국 정부의 세계무역기구(WTO) 제소에 대비해 한국 수출관리 체계를 문제 삼아 해명 논리를 쌓으려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일본 정부 당국자는 한국대법원의 징용배상 판결과 이번 수출 규제의 연관성에 대해서는 직접적 인과관계를 부인하면서도 한일관계에 영향을 주는 것은 다양한 요인이 있다고 말해 사실상 관련돼 있음을 시사했다.

 

◆WTO 제소 대비, 韓 수출관리 체계 문제 삼아 해명논리 쌓는 日

 

일본의 일부 언론매체와 정치권에서 한국 무역관리의 '부적절한 사안'으로 나왔던 북한으로의 유출설에 대해선 '오보'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일본 정부(경제산업성)는 한국으로 수출된 전략물자가 북한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발표를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그러나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 이유로 내세운 무역관리 관련 부적절한 사안에 대해선 밝힐 수 없다는 종전 입장을 되풀이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지난 1일 불화수소(에칭가스) 등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3개 품목의 한국 수출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전격 발표하고 사흘 만에 이를 시행함으로써 기업의 영업권을 침해했다는 논란이 일었다.

 

이에 대해 이 당국자는 규제 회피용 신청이 몰리는 것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면서 해당 기업의 업무와 비용이 증가하더라도 영업활동을 저해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강변했다.

 

한국을 '화이트 국가' 대상에서 제외하기 위한 의견수렴(공고)을 관련 규정상의 '31일'이 아닌 '24일 동안'만 하는 것과 관련, 안보상 중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공고절차를 생략할 수 있다며 문제 될 게 없다는 주장을 폈다.

 

그러면서 의견수렴 후 각의 결정을 거쳐 공포 21일 후에 시행하는 것이므로 규제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발표한 시점으로 따지면 최소 45일 후에 적용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전날 아베 총리가 일본의 보복조치로 인한 한일관계 악화 상황과 관련해 "한국이 먼저 답을 가져와야 한다"고 말한 것에 대해선 한국이 수출관리를 철저히 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아베 "한국이 먼저 답을 가져와야 한다"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가 정식 의제로 논의될 WTO 일반이사회에 산업통상자원부 김승호 신통상질서전략실장이 수석대표로 참여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3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WTO 일반이사회에 김 실장이 참석할 예정이라고 22일 밝혔다.

 

일반적으로 WTO 회의에는 각 회원국의 제네바 주재 대사가 수석대표로 참여하지만, 이번 회의는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WTO 업무를 담당하는 고위급 책임자가 현장에서 직접 대응한다.

 

이에 앞서 일본 외무성은 자국 대표로 야마가미 신고 경제국장을 보내기로 했다.

 

WTO 이사회는 164개 전체 회원국 대표가 중요 현안을 논의·처리하는 자리다. 최고 결정 권한을 가진 WTO 각료회의는 2년마다 열리기 때문에 각료회의 기간이 아닐 때에는 일반이사회가 최고 결정기관으로 기능한다.

 

김 실장은 WTO 일반이사회에서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가 WTO 규범에 합치하지 않는 부당한 조치임을 지적하고, 현 상황에 대한 WTO 회원국들의 이해를 높여 조치 철회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확보할 계획이다.

 

산업부는 "우리가 제기하는 안건은 전체 14개 의제 가운데 11번째 의제에 해당한다"면서 "WTO가 다자간 자유무역협정과 무역규제조치를 논의하는 장(場)인만큼 일본 조치가 WTO 정신과 협정에도 위배된다는 점을 널리 알려 국제 여론을 형성하고, 일본에 대해 동료 회원국들이 압력을 행사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의제에 대해 회의 의장이 발언을 요청하면 해당국인 한국이 먼저 발언하고 직접적 관련국인 일본이 발언하며 제3국 가운데 관심있는 나라가 발언하는 식으로 논의가 진행된다. 일본 측 발언에 필요하면 반박할 수도 있다.

 

이번 의제는 WTO에서 바로 결의를 한다든지 모종의 결정을 하는 대상은 아니다.

 

정부는 그러나 일반이사회에서 일본 수출규제 조치의 심각성을 회원국들에 인식시키고 일본 측의 조기 철회를 촉구하는 기회로 삼을 계획이다.

 

◆우리 정부, 日 수출규제 모순 부각할 방침

 

마침 일본측 대표는 이번 회의에서 최근 자유무역 원칙을 발표한 오사카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를 보고할 것으로 알려져 정부는 이번 수출규제와 모순됨을 부각할 방침이다.

 

일반이사회가 WTO 공론의 장인만큼 향후 WTO 분쟁 해결기구에 제소하기 전 충분한 명분을 쌓는 자리가 될 수도 있다.

 

산업부는 "WTO 제소는 국제적이고 객관적으로 일본 조치의 부당성을 입증하는 중요한 방법이고 향후 비슷한 사례의 재발을 막기 위한 것"이라며 "일단 분쟁화 되면 각 단계마다 국제적 관심을 촉구하고 일본의 부당성을 얘기하는 중요한 수단인만큼 가능한 신속히 준비해 제소를 추진하겠다"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3명인 WTO 상소기구 위원이 미국의 재임명 거부로 올 연말에 1명만 남을 경우 사실상 상소기구 기능이 정지될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와 관련, "미리 그렇다고 전제할 필요는 없다. 올해 제소하면 패널절차는 상소기구와 상관없이 1년 정도 진행되고 그 사이 상소기구가 회복돼 있으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상소기구 정상화를 위한 회원국들의 노력이 진행 중이며 과거 일본의 김 수입쿼터 분쟁처럼 조치의 부당성이 분명하면 중간에 합의를 볼 수도 있는 만큼 소송이 최장 4년 걸리기 때문에 WTO 제소가 유효하지 않다고 볼 필요가 없다고 덧붙였다.

 

◆"'반일 여론' 당청에 득(得)일까? 실(失)일까?"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지지도가 큰 폭으로 올라 8개월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22일 나왔다.

 

리얼미터가 YTN 의뢰를 받아 지난 15∼19일 전국 유권자 2505명을 대상으로 조사(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 ±2.0%포인트)한 결과,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지난주보다 4.0%포인트 오른 51.8%로 집계됐다.

 

이는 리얼미터 주간 집계 기준으로 지난해 11월 셋째 주(52.0%) 이후 8개월여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지난 15∼17일 주중 집계 기준 긍정 평가가 2.9%포인트 오른 50.7%로 나타난 것과 비교하면 상승률이 더 확대됐는데, 주중 집계보다 조사 대상이 많은 주간 집계에서 상승률이 더 확대된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상승세가 강했다는 뜻이다.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부정 평가는 4.2%포인트 내린 43.1%로, 긍·부정 평가의 격차는 오차범위 밖인 8.7%포인트로 벌어졌다.

 

긍정 평가는 대부분의 지역과 계층에서 늘어난 반면, 보수층에서는 줄었다. 

 

리얼미터는 "일본의 경제보복에 대항한 일본제품 불매운동 등 반일 여론 확산, 정부의 대일 대응 기조, 조선·중앙일보의 일본어판 기사와 일본 후지TV의 문 대통령 탄핵 주장에 대한 비판 여론 확산 등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주 한국갤럽 조사(7월 16∼18일, 전국 유권자 1002명 조사, 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 ±3.1%포인트)에서도 문 대통령의 직무 긍정률은 3%포인트 오른 48%를 기록했다. 부정률은 1%포인트 내린 44%로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정당지지율은 더불어민주당이 3.6%포인트 오른 42.2%, 자유한국당이 3.2%포인트 내린 27.1%로, 두 정당 격차가 15.1%포인트로 크게 확대됐다. 

 

특히 한국당 지지율은 지난 19일 일간 집계에서 25.9%까지 떨어졌는데, 이는 지난 2월 18일(25.5%) 이후 5개월여 만에 최저치였다. 

 

리얼미터는 민주당의 상승세에 대해 "반일 여론의 확산, 정부의 단호한 대응 기조가 맞물리며 지난 2주 동안의 내림세를 멈추고 반등해 다시 40%선을 넘어섰다"며 "대부분의 지역과 계층에서 (지지자가) 결집했다"고 풀이했다.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에 대해 정부·여당이 단호하게 대응하기로 하면서 문 대통령 국정지지도와 민주당 지지율이 동반 상승하는 모양새다.

 

지난주 한국갤럽 조사에서는 민주당 지지율과 한국당 지지율이 1%포인트씩 올랐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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