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똥구리는 위대한 철인이다. 우선 그에게는 불굴의 용기가 있다. 자기 몸무게의 50배가 넘는 쇠똥 경단 앞에서도 주눅이 들지 않는다. 인간으로 치자면 몸무게 60kg인 사람이 3t짜리 쇠구슬을 굴리는 격이다. 목적지에 이르는 여정은 험난하기 짝이 없다. 돌부리 따위의 장애물들이 숱하다. 동그랗게 만 경단이 비탈진 길에서 떼굴떼굴 굴러내리는 일도 허다하다. 그때마다 오뚝이처럼 벌떡 일어나 다시 시작한다.
그는 헌신의 표상이다. 모두가 더럽다고 피하는 동물의 배설물을 묵묵히 청소한다. 1960년대 호주는 3000만 마리의 소가 배출하는 배설물로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정부는 오염된 초원을 살리기 위해 아프리카에서 쇠똥구리들을 공수하는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철인들이 소의 배설물을 열심히 처리했고 마침내 초원의 생태계는 복원됐다.
쇠똥구리는 긍정의 화신이다. 그는 극단적 혐오의 대상인 똥 속에서 똥을 먹으며 살아간다. 곤충 가운데 흙수저의 삶에 해당하지만 볏잎을 먹으며 살아가는 메뚜기를 부러워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절대 꿈을 잃는 법이 없다. 앞발로 땅을 짚는 물구나무 자세로 경단을 굴리지만 그가 지향하는 곳은 땅바닥이 아니다. 자신의 목적지를 향해 순례자처럼 한걸음씩 나아간다. 발은 현실의 땅을 딛고 눈은 먼 곳을 바라보는 쇠똥구리야말로 진정한 이상주의자가 아니겠는가.
우리나라에서 사라졌던 위대한 철인이 드디어 48년 만에 부활하는 모양이다. 환경부가 ‘멸종위기 야생생물 보전 종합계획’에 따라 쇠똥구리 200마리를 최근 몽골에서 도입했다고 한다. 쇠똥구리는 가축 방목과 목초지가 감소하면서 1971년 이후 국내에서 종적을 감췄다. 초지에 농약이 살포되고 사료는 항생제 범벅인 죽은 환경에서는 철인이 살 수 없는 까닭이다.
요즘 우리 주변에는 용기와 헌신과 긍정이 부족하고 꿈조차 잃은 사람들이 즐비하다. 가장 밑바닥에서 가장 고귀한 정신을 추구하는 ‘진짜 철인’이 사라졌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정말 복원해야 할 것은 쇠똥구리의 육신이 아니라 그의 정신이 아닐까.
배연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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