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발 4810m인 몽블랑은 알프스의 최고봉. 고산 등정 경험이 풍부한 전문 산악인도 단단히 준비하지 않으면 낭패를 볼 정도로 험준하고 가파른 산이다. 그러나 몽블랑의 관문 도시인 프랑스의 샤모니에서 케이블카를 타면 노약자도 어렵지 않게 몽블랑 바로 옆 봉우리까지 오를 수 있다. 케이블카는 30분 만에 플랑 뒤 레기유(2317m)를 거쳐 에기유 뒤 미디(3842m)에 닿는다. 이곳에선 눈 덮인 몽블랑의 첨봉이 바로 눈앞에 펼쳐진다.
우리나라에서 케이블카 설치는 항상 논쟁적 사안이다. 찬성론자는 지역경제 활성화와 관광자원 개발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반면 반대론자는 환경 파괴를 우려한다. 양측은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결국은 심각한 갈등을 빚기 일쑤다. 관광 선진국들이 친환경적인 개발로 자연보호와 관광객 유치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 하는 것과 대조된다.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사업은 강원도 양양군 오색 탐방로 입구에서 대청봉 부근 끝청(해발 1480m)까지 3.5㎞를 연결하려고 한다. 오색 케이블카는 동해안 주민들의 20년 숙원이다. 침체일로인 설악산 관광이 활로를 찾으려면 케이블카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2011년 이명박정부 때 본격 추진되기 시작한 이 사업이 중단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최근 환경영향갈등조정협의회는 양양군이 제출한 환경영향평가 보완서에 대해 ‘내용 미흡’ 의견을 밝혔다. 그러자 친환경오색케이블카추진위원회는 27일 청와대 앞 대규모 집회를 계획하는 등 강력 반발하고 있다.
호주 케언스의 스카이레일은 친환경적으로 설계돼 ‘유럽녹색문화상’까지 받았다. 케이블카를 개발이냐 환경이냐 이분법으로 접근할 일이 아님을 보여주는 사례다. 경제성과 환경보호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사안별로 결정할 필요가 있다. 세계 최초로 에베레스트를 무산소 등정한 ‘산악인의 전설’ 라인홀트 메스너(75)는 이렇게 말했다. “등산과 관광을 구분해야 한다. 관광을 위해서는 인프라(케이블카)가 필요하다. 다만 관광을 위해 산을 개발한다면 산의 작은 부분만 활용해야 한다.”
박창억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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