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日, 석탄재 수입은 쓰레기 뒤져 먹는 격"…환경부, 방사능 전수조사 착수

동해항 운반선서 오염 여부 측정…통관 오래 걸려 업계 영향 전망 / 실제 전수조사를 벌이는 것은 이날이 처음 / 이재명 "쓰레기더미를 뒤져 맛있는 것을 먹는 격"

지난달 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일본 석탄재 등 수입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 제목의 토론회에 참석한 이재명 경기지사가 일본산 석탄재 수입 규제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경기지사는 “돈 좀 벌겠다고 대한민국의 자존심을 훼손하며 일본산 석탄재를 수입하는 행위를 통제하는 것이 공적 영역이고, 이런 것을 하라고 공직자에게 권력을 맡긴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지사는 2일 의정부시에 있는 경기도 북부청사 ’평화누리홀’에서 열린 ’공감·소통의 날’ 행사에 참석해 “일본산 석탄재를 사용한 시멘트나 국내산을 사용한 시멘트나 조달 가격이 같은 데도 t당 몇만 원 더 준다고 수입해 사용하는 것은 부당한 이익을 취하는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그는 지난달 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토론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던 중 일본산 석탄재 수입과 관련해 ”쓰레기더미를 뒤져 맛있는 것을 먹는 격”이라고 지적한 뒤 환경부에 규제를 촉구하는 한편 경기도 발주 공사에 대해 일본 석탄재를 수입해 제조한 시멘트 사용을 규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 환경부는 지난달 30일부터 일본에서 수입한 폐기물 관리를 강화하기로 했으며, 이날 강원 동해항으로 들여온 일본산 석탄재 4000t을 대상으로 방사능과 중금속 오염 여부에 대해 전수조사에 들어갔다.

◆ 일본산 석탄재 4000t 방사능·중금속 전수조사

이번 전수조사는 정부가 일본에서 수입한 석탄재의 방사능·중금속 검사 강화를 본격화한 조처다.

아무래도 통관에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어 일본의 수출업체뿐만 아니라 원료의 대부분을 일본산 석탄재에 의존해온 국내 시멘트 업계에도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동해시 동해항에서 일본에서 들여온 석탄재 약 4000t을 대상으로 방사능과 중금속 오염 여부를 전수조사한다고 밝혔다.

​2일 오후 강원 동해시 동해항에서 관계자들이 일본에서 수입한 석탄재 시료를 채취하고 있다. 동해=연합뉴스

앞서 환경부는 한·일 간 무역 갈등에 따라 지난달 30일부터 일본에서 수입되는 폐기물 관리를 강화하기로 했다.

실제 전수조사를 벌이는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이날 조사에는 환경부 본부 소속 2명과 원주환경청 소속 4명 등 모두 6명의 조사관이 투입된다.

이후에는 2명이 투입된다.

환경부 관계자는 “항구에 정박한 석탄재 운반선에 올라 방사능을 측정하고 시료를 채취할 것”이라며 “확보한 시료를 분석 기관에 맡겨 기준을 초과한 것으로 나타나면 (일본으로) 반송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준 통과 여부를 확인하기 전에는 수입이 허가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환경부의 관리 기준에 따르면 석탄재 폐기물의 방사능(Cs-134, Cs-137, I-131) 농도는 각각 0.1Bq(베크렐)/g 이하여야 한다.

환경 방사선량은 0.3μSv(마이크로시버트)/h 이하여야 한다.

아울러 납(150㎎/㎏)과 구리(800㎎/㎏), 카드뮴(50㎎/㎏) 등 5개 중금속의 함량 기준도 준수해야 한다.

석탄재를 수입하려는 사업자는 공인 기관의 방사능 검사 성적서와 중금속 성분 분석서를 정부에 제출해야 한다.

아울러 통관 때마다 사업자는 방사선 간이측정 결과를 내야 한다.

환경부는 그동안 분기별 1회 성적서와 분석서의 진위를 점검해 왔으나, 앞으로는 통관되는 모든 건에 대해 조사해 문제가 발견되면 상응한 조처를 하기로 했다.

특히 이날처럼 통관 때마다 방사선량을 간이 측정하거나 시료를 채취해 전문 검사기관에 의뢰할 계획이다.

대신 중금속 성분은 직접 검사할 예정이다.

2일 오후 강원 동해시 동해항에서 원주환경청 관계자들이 일본에서 수입한 석탄재 시료의 방사선을 측정하고 있다. 동해=연합뉴스

석탄재는 국내 시멘트 공장에서 연료로 활용된다.

2009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약 10년간 수입된 석탄재 폐기물 총 1182만7000t 중 일본산이 1182만6000t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시멘트 업계와 전문가 사이에서는 일본산 석탄재 수입을 급속히 줄이면 시멘트 생산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환경부는 이와 관련해 “시멘트 업계 등과 협의체를 구성해 운영하겠다”며 “국내에서 매립돼 재활용되지 않는 석탄재를 활용하는 방안, 석탄재 대체재 발굴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기존에는 석탄재 등의 방사능 확인 작업에 20∼30일 걸렸다”며 ”시멘트사 경영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앞으로는 이보다 더 빨리 검사를 마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기존에 분기마다 한차례 성적서 등의 진위를 점검해온 것과 비교하면 정부의 검사 횟수가 대폭 늘어나고 자연스레 통관에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는 만큼 업계의 원료 확보에 지장이 생길 가능성도 있다.

환경부는 시멘트 외에도 일본에서 들여오는 폐배터리와 폐타이어, 폐플라스틱의 방사능과 중금속 검사도 강화할 방침이다.

김경호 기자 [e-mail]